<기자수첩>이통사 무료통화 앱 차단이 남긴 숙제
<기자수첩>이통사 무료통화 앱 차단이 남긴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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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종용 기자] 최근 KT 등 이동통신사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3세대(G) 이동통신망에서 무료 통화가 가능한 모바일 인터넷전화(mVolp) 애플리케이션(앱)을 차단한 데 대해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발끈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KT는 '바이버', '스카이프' 등 mVoIp 앱들을 아이폰 사용자들이 요금제 종류와 상관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방치했다가, 해당 서비스의 인기가 급상승하자 뒤늦게 차단했다.

3G망 데이터 과부하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이동통신업계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내가 지불한 요금제에 책정된 데이터 용량으로 원하는 서비스도 이용 못하냐'며 쉽사리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통사들의 늑장 대처가 소비자들의 반발을 키운 원인이 됐다. '언발에 오줌누기' 식으로 mVoIp 앱은 급하게 차단했지만, 지금도 새로운 기술을 기반으로 한 무료통화 앱들이 등장하고 있어 이통사가 주먹구구식 경영을 반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KT 입장에서는 mVoIp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이 억울할 수 있다. 우선 mVoIp 앱 '바이버'가 아이폰을 먼저 지원하면서 국내 이통사들 가운데 먼저 '총대'를 메게 된 형국이다. 또 지난 9월 3G망의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도입하면서 데이터 서비스를 통한 mVoIp 접근을 불허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오기도 했다.

하지만 KT의 애매모호한 태도가 화근이었다. KT는 이런 원칙이 있었음에도 국내에 mVoIP 서비스 사용자들이 많지 않다고 판단, 그동안 mVoIP 사용자들에 대한 특별한 제재를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최근 mVoIP 앱의 인기가 급상승하면서 부랴부랴 차단에 나섰다.

물론 이통사가 mVoIP 서비스를 전면 허용할 수 없다고 하는 데도 타당한 이유가 있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mVoIP 앱을 개발하는 회사는 망에 대한 투자는 전혀 하지 않는다"며 "매년 수조원의 자금을 투입해 망투자를 하고 있는 이통사들이 mVoIP 앱 서비스를 전면 허용할 경우 향후 비즈니스 모델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으며 통신사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논리는 공급자의 입장만 반영할 뿐 수요자 입장에서는 '제 논에 물 대기' 식 처사로 보일 수밖에 없다. 우선 KT 등 이통사들은 5만5000원 미만 요금제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에게 3G 망에서의 mVoIP 이용을 허용하지 않는 이유를 사용자들에게 명확히 설명해야 했다.

소비자들이 mVoIP를 사용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기존 음성통화를 저렴하게 또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데 월 4만5000원 스마트폰 요금제에 가입하더라도 무료통화시간은 200분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mVoIP 서비스를 이용하면 통화료 부담을 덜 수 있다.

mVoIP 앱들은 앞으로도 계속 등장할 것이며, 수요도 갈수록 커질 것이다. 이통사들이 무료 mVoIp 서비스 제한을 본격화하자 이를 대체하는 새로운 기술의 앱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하루 1만건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는 무료국제전화 서비스 앱 'OTO'가 대표적이다. OTO는 스카이프나 바이버에 비해 3G 음성망과 국제 PSTN을 사용해 전화를 연결시키기 때문에 이통사들의 제지를 전혀 받지 않는다. 이통사의 mVolp 앱 차단과 유사한 갈등사안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내년 스마트폰 사용자 수가 1700만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런 논란의 파급력도 더욱 커질 것이다.

올 들어 이통사들은 전통적인 통신산업에 안주하지 않겠다며 '탈통신 전략'을 잇따라 선언했다. 하지만 mVolp 앱 차단 논란은 이통업계가 전통적인 음성통화 수익 구조에서 벗어날 수 없는 한계를 스스로 보여준 셈이다.

최후에는 기존의 음성통화 위주의 요금 정책을 재편해야 하는 요구에 직면할 수도 있다. 해외에서는 무제한 데이터 서비스를 시행한 통신사업자들이 스마트폰 위주의 시장에 대응하지 못하고 무제한 요금제를 폐지한 사례도 있다.

이동통신사들은 이번 mVolp앱 차단 논란을 일회성 홍역이 아니라 기존의 낡은 정책이 스마트폰 보급과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 갈 수 없는 상황에서 발생한 변화의 조짐임을 깨달아야 한다. 극단적인 해외사례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동통신사들의 주도적인 '탈통신' 전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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