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돌린 LH..부채 떠안은 정부
한숨 돌린 LH..부채 떠안은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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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혈세(血稅)로 손실보전…도덕적해이 부추길 수도

[서울파이낸스 임해중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법 개정안이 본격 통과됐지만 국민 혈세(血稅)로 부채를 메우려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일각에서는 LH의 손실을 정부가 떠안을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공기업의 도덕적해이만 부추긴다는 날선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공익사업에서 LH가 손실을 냈을 경우 일차적으로 자체 사업확장적립금으로 보전하되, 부족할 때는 정부가 보전해 준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개정안에 대한 온도차가 여전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단 전문가들은 공사법 개정안 통과로 LH의 신용도가 회복돼 자본 조달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울러 금융시장에서 리스크 프리미엄이 줄어 LH가 부담하던 금융비용도 절감되는 한편 보금자리주택, 세종시, 혁신도시 등 국책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LH가 그간 123조원에 달하는 부채에 시달리며 국책사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손실보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정부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관계부처들이 자금 부담을 회피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어 최종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해 앞으로 해결해야할 과제가 쌓여있음을 시사했다.

■ LH→정부, "부채 근본적으로 해결된 것 아냐"

LH측은 이런 세간의 우려를 감안, 민심잡기에 나선 모습이지만 공기업 부채를 고스란히 국민에게 떠넘겼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는 못할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공론이다.

내년 초부터 전 임직원의 급여를 10%씩 반납하는 방안을 추진하며 고통을 분담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지만 아직까지 특단의 자구대책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지적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건설사 관계자는 "LH가 414개 사업장 재조정을 전제로 재무건전성 회복에 박차를 가할 모습이지만, 문제는 이번 공사법 개정안 통과로 여론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는 점"이라며 "무엇보다 내부적으로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선행해 국민혈세를 축낸다는 오해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일각에서 LH의 방만한 경영으로 빚어진 위기를 국민 세금으로 메우려 한다는 비판이 이는 것은 당연하다"라며 "정부의 지원책이 아직 확정되지 못했고, 사업재조정도 미뤄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여론은 더 거세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이번 공사법 개정안이 본질적으로 부채부담을 정부가 LH 대신 지는 것이라 정부 소버린(국가채무)이 부동산경기변동에 직접적 영향을 받게 됐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채권크레딧애널리스트는 "부채 문제가 본질적으로 해결된 것이 아니라 LH공사에서 정부에게로 부담이 옮겨져 갔을 뿐"이라며 "한국 소버린이 부동산 경기 변동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정부의 손실보전조항 삽입이 유동성 및 신용도 개선에 기여하겠지만 정부의 강력한 지원 의지에도 불구하고 향후 지원능력이 약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며 "LH의 재무구조 개선 노력도 가볍게 볼 수 없다"고 전했다.

이처럼 공기업 손실 보전에 대한 갑론을박이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국가채무 범주에 공기업 부채를 포함시켜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와 관련 "국가채무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33.6%로 다른 선진국들보다 낮다고 강조해 봐야 별 의미가 없고 사실상 공기업 부채를 포함하면 GDP 대비 국가채무가 60%대에 달한다"라며 "실질적으로 정부가 부담해야 할 공기업 채무까지 포함, 국가채무를 정직하게 관리하는 것이 오히려 재정건전성 확보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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