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초보투자자에겐 '너무 먼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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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전보규 기자] "원금보장·비보장형이 어떻게 다른지는 분명히 알겠는데..."

공모형 ELS(주가연계증권)투자를 하려고 한달 넘게 마음만 먹고 있다는 한 투자자의 말이다.

흔히 구조화 상품이라고 불리는 ELS는 미리 설정된 조건을 충족하면 약속된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고 반대로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손실을 볼 수도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보통은 일정기간 동안 기초자산이 되는 주식(지수)의 가격이 일정수준을 유지하면 수익이 나는 구조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구조만 이해하면 어떤 상품보다 쉽고 단순한 것이 ELS라고 말한다. 하지만 ELS 투자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증권사들이 내놓은 상품을 대하면 막막함이 앞서게 된다.

각각의 상품마다 기초자산의 종류와 가격(지수)의 변동범위, 조기상환 조건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특정 구조나 기초자산이 같거나 비슷한 구조를 가진 상품은 많지만 똑같은 상품은 없다. 또한 매월 등장하는 상품만해도 수백개 이른다. 지난 10월 국내에서 발행된 공모형 ELS는 400개가 넘었다. 영업일 기준으로 했을 때 하루 평균 약 20개의 신상품이 출시된 셈이다.

더군다나 ELS의 모집기간은 2~3일 정도에 불과하다. ELS가 공모시작 당일 오전 투자자들에게 공개되고 공모 마지막 날엔 오후 1시를 전후해 모집을 마감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투자자들이 1~2일이란 짧은 시간동안 상품에 대해 이해하고 투자를 결정, 상품가입까지 마쳐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본인이 원하는 상품을 찾아 가입을 하려고 할 때쯤이면 공모기간이 끝나버리기 십상이다.

이런 문제는 ELS 공모계획이 한주 전 주말에만 공개되도 쉽게 해결될 수 있다. 해당 상품에 대해 보다 정확히 이해하고 좀 더 편안하게 투자를 시작하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이러한 부분에 대한 노력은 전혀 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ELS는 기존 고객이 재가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실상 신규투자자에 대해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한다.

국내 최대 ELS발행사 중 한 증권사의 관계자는 "투자자들에게 ELS 출시 스케줄을 하루라도 먼저 공개하고 싶지만 금융투자협회의 승인절차도 있고 매주 상품을 출시하다보니 상품이 출시되기 며칠 전에 미리 투자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금투협의 승인절차가 통상 하루정도 소요된다는 모 증권사 관계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너무나 군색한 변명이다. 다음주 월요일 내놓을 상품을 이번주 주말 이틀 만에 만들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증권사 상담직원들이 고객들에게 ELS와 관련된 정보를 정확히 제공하는지도 의문이다.

지난달 금투협에서 ELS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7.2%가 '창구직원의 권유로 투자를 결심한다'고 응답했고 이 경우 '높은 제시수익률'이 주요투자매력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투자자의 56.6%는 '손실가능성이나 하한베리어 등 투자위험과 관련된 정보를 더 상세히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중도해지' 정보를 포함할 경우 그 비중은 73.8%나 됐다.

고수익을 장점으로 내세우지만 투자위험에 대한 설명은 충분하지 않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증권사들이 장기투자문화 정착, 투자자보호를 외치면서 실제로는 투자자들이 정확한 정보와 시간적 여유 없이 직관적 판단하도록 강요하고 수익률에 이끌려 다니도록 한다는 오해를 받고 싶지 않다면 선언적 구호를 넘어선 구체적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금융투자시장으로 신규 진입하는 초보투자자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수익에 대한 권리 뿐 아니라 손실도 본인들의 책임으로 분명히 인식할 수 있도록 하기위해서도 구체적 행동을 위한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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