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지분율' 재건축, 주택시장 '태풍의 눈'
'무상지분율' 재건축, 주택시장 '태풍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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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수주전쟁…높은 무상지분율로 사업성 악화

[서울파이낸스 임해중 기자] 둔촌주공 재건축사업이 시공사 선정을 둘러싸고 홍역을 겪은 뒤 일부 사업장에서 무상지분율을 둘러싼 후폭풍이 거세다.

수도권 일대 재건축사업에서 시공사와 조합 간 무상지분율을 둘러싼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지구에서는 조합이 요구하는 무상지분율이 170% 안팎으로 치솟으며 실제 재건축이 가능할지에 대한 왈가왈부가 거세지고 있다.

사태의 단초는 시공사 선정 총회를 통해 상위건설사들을 제치고 높은 무상지분율을 제시한 시공사를 선정한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장이 제공했다.

무상지분율이란 재건축사업의 조합원들이 사업완료 후 추가적인 비용 부담 없이 평형을 넓혀갈 수 있는 아파트의 면적비율을 말하는데 일부 사업장에서 조합이 과도하게 높은 무상지분율을 요구하며 시공사와 주민 간 마찰이 잦아지고 있는 것.

이와 관련 재건축 전문변호사는 "최근 강동구에서 조합이 제시한 무상지분율이 너무 높아 시공사들이 무더기로 발을 빼는 사태까지 발생했다"라며 "고덕동을 비롯해 수도권 일대 재건축 현장에서 조합 측에서 제시하는 무상지분율이 점점 높아지는 추세라 수주 목표를 채워야하는 건설사들은 진퇴양난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 시공사 간 과열경쟁이 무상지분율 높여

무상지분율은 아파트 재건축사업에 있어서 시공사가 대지지분을 기준으로 어느 정도 면적을 추가 부담금 없이 조합원에게 부여할 수 있는지 나타내는 비율이다.

무상지분율을 알면 무상으로 배정받을 수 있는 면적과 넓은 면적으로 갈 때 추가 부담금 등을 예측해 볼 수 있다. 총수입(총 분양수입)에서 총지출비용(공사비)을 빼서 나오는 개발이익(순이익)을 분양가로 나누면 개발이익 면적(전체 무상지분 면적)이 되는데, 이를 대지면적으로 나누어 퍼센트로 표시한 것이 무상지분율이다.

만약 평당 개발이익이 3000만원이고 평당 분양가 2000만원이면 무상지분율은 150%가 되고 대지 지분 10평을 가진 조합원이라면 재건축 후 15평 아파트를 추가 부담 없이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조합 측에서는 무상지분율을 최대한 높게 제시하는 건설사를 선호하게 되고 최근 수도권 재건축 단지에서 무상지분율이 시공사 선정의 '잣대'가 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무상지분율이 일선 재건축 현장에서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는 이유는 조합 측이 높은 무상지분율을 제시하고 수주전에 참가한 건설사들이 이를 기준으로 출혈경쟁을 펼치기 때문"이라고 진단하며 "무상지분율이 지속적으로 올라가면서 건설사들의 부담이 커지지만 일단 수주하면 그만이다는 인식이 팽배해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건설업계는 무상지분율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이유에 대해 무엇보다도 업체 간 과당경쟁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재건축단지의 경우 재개발지구와 달리 대부분 노른자 자리에 위치하고 있는 데다 향후 일반분양 때 분양성도 확실하기 때문에 업체들이 무조건 따고 보자는 식으로 달려들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조합 측이 요구하는 대로 무상지분율을 최대한 높여서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무상지분율 경쟁은 자칫 재건축사업 추진 지연은 물론 업계 전반에 경영부실화를 몰고 올 수 있는 만큼 과당경쟁을 자제, '제값 받고 시공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높은 무상지분율 오히려 '부메랑'될 수도

한편 높은 무상지분율이 조합원들의 이익에 직결되기보다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너무 높은 무상지분율은 사업성 측면에서 고수하기 힘들어 결국 일반분양가가 높게 책정돼 실수요자들의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다"라며 "문제는 분양가가 높게 책정되면 미분양사태가 발생하고 이 비용이 고스란히 조합원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일반분양가가 높게 책정되면 미분양사태의 원인이 될 수 있어 오히려 조합원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론인 셈이다.

게다가 높은 무상지분율이 시공사들의 헐값 시공을 부추겨 손실을 보존하려 하기 때문에 부실시공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날선 비판도 제기돼 무상지분율을 둘러싼 논쟁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공사비가 낮을수록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고 조합원들에게 공짜로 나눠주는 지분이 많다 보니 건설사가 수지 타산을 맞추기 위해 실 공사비를 대폭 낮출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 강동구는 지금 '전쟁 중'

둔촌주공을 시발점으로 무상지분율이 재건축 사업장 최대 화두로 등장하자 대형 재건축 사업장인 강동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3000여 가구의 재건축 사업을 진행할 예정인 고덕3단지의 경우 일부 조합원들이 기존 시공사와의 가계약 해지를 추진하며 민-민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이미 현대건설-대림산업 컨소시엄을 공동 시공자로 선정한 이 구역은 최근 조합원들의 요구에 따라 시공사 컨소시엄은 기존 도급제를 확정지분제로 바꾸기로 했다.

하지만 조합 측이 175%의 무상지분율을 제시하며 컨소시엄 측과의 대립각이 높아지고 있는 것.

아울러 고덕주공 3단지외에 강동구 내 다른 재건축 추진단지도 기존 도급제 방식을 확정지분제로 바꾸는 안을 놓고 조합원간 의견 수렴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한 전문가는 "재산권을 담보로 하는 사업인 만큼 조합원의 부담을 줄이는 방법을 찾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하지만 무상지분율이 높아지면 일반분양가가 높아지거나, 설계변경이 잦아지는 등 역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어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강동구 일대 일부 재건축단지는 무상지분율 160%대를 적용할 경우 일반분양가를 3.3 ㎡당 4000만원 정도로 책정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내부의 주장이다.

하지만 분양가를 이 수준에 책정하기 위해서는 재건축 일반분양 당시 주변의 시세가 이 수준 이상으로 오르거나 그렇지 않으면 설계변경 등의 방법으로 사업비를 보전 받는 방법, 공사비 단가를 내려 손실을 보전하는 방법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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