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씨'는 지켜져야 한다
'희망의 씨'는 지켜져야 한다
  • 홍승희
  • 승인 2004.08.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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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 경제에 비관론이 무성하다. 개개인들의 삶이 고단한 것은 그렇다 하고 언론들은 합심한 듯 현재를 넘어 미래에 대해서까지 암울한 전망들을 쏟아내기 바쁘다. 소위 전문가 집단에서도 언론지향형 논자들이 주로 입을 맞춰가며 비관론을 양산하기 바쁘다.

실상 개개인들이 현재의 힘겨움에 개인적 미래를 비관적으로 볼 이유는 있다. IMF체제 조기 극복의 후유증으로 몇년째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개인 소비는 극도로 위축돼 중소기업들까지 산업현장에서도 불황의 찬바람을 뼛속 깊이 느낄 수밖에 없다.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일었던 조기 퇴직의 폭풍, 그 뒷모습은 여전히 스산하다.

게다가 전반적인 산업구조의 근본적 변화가 진행되면서 구조적 실업 또한 증가하고 패러다임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교육현장이 배출해낸 인력과 산업현장이 요구하는 인력간 불일치로 높아진 청년실업율 또한 쉬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런 변혁기에 치이고 다치는 것은 그렇다 해도 국가 단위로 경제를 보는 전문가들까지 똑같이 당장 피부를 에이는 바람결로만 상황을 읽는다면 우리가 굳이 전문가들을 찾을 이유는 없다.

현실을 의도적 왜곡이나 진실의 가감없이 설득력있는 논리로 분석한 상황이 충분히 공감할 만한 것이라면 물론 그것은 그 전문가들의 합당한 몫이지만 현재 읽히는 논자들의 주장이 저마다 심각한 쏠림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선뜻 신뢰하기에는 찜찜한 구석이 있다.

우리 앞에 놓인 길 위로 안개가 자욱하다 해도 그 너머에 무엇이 있을지 감을 잡을 수 없는 상태로 그 길을 가야 할 대중들은 적어도 비관적 선동에 직면하기 전까지는 단지 불안하기만 할 뿐 쉽사리 비관적 전망에 젖지는 않는다. 그러나 누군가 그 너머를 놓고 무어라 아는 척하기 시작하면 불확실하니까, 그래서 불안하니까 그 말에 의지하고자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들 앞의 선두그룹들이 겁을 주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도착할 때까지 그 말이 사실인지를 확인할 방법은 없다. 그래서 빠른 속도록 비관론이 우리를 휩쓸고 지나가며 서로 나아가기를 주저하고 있다.

한국 경제는 과연 그렇게 미래가 암담한가. 우리가 갈 그 길을 미리 가본 사람은 없다. 누군가 어슷비슷한 길들을 가본 경험들은 들어봤지만 어느 나라, 어느 사회든 그 나아가는 길은 늘 새로운 길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그 끝, 안개를 헤치고 나아갈 그 곳은 실상 이미 만들어진 답안지가 아니라 우리가 새로 건설해야 할 미답의 땅일 뿐이다.

요즘 한국 경제가 지난 10년 장기불황을 겪은 일본을 닮았다느니, 국민소득 1만달러의 문턱에서 주저앉은 중남미 어느 나라를 닮았다느니 하는 비교들을 들었고 또한 그 소리에 귀가 솔깃하며 두려움에 떨고 있다. 그러나 그들과 우리는 단지 비슷한 상황에 직면했을 뿐 서로가 가진 내재적 힘이 다르고 주어진 조건에도 차이가 난다.

실상 한국사회의 현재 구성원들이 기억할 수 있는 역사의 범위 안에서 지금보다 더 나았던 적은 없었다. 무엇을 기준으로 낫다 못하다 나누느냐는 문제는 있지만 적어도 전체적인 경제적 수준이나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이나 내재적 역량이나 무엇에서도 더 나빠진 것은 없다.

IMF체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중산층이 몰락하며 빈부계층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급격한 산업화 과정에서 환경 오염이 심해지는 등의 여러 부작용이 생긴 것도 사실이지만 한국 사회가 그 생명을 지속해 나가기 위한 힘은 커진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지금 한국 사회는 우리가 경험한 어떤 시절보다 비관적 분위기에 휩쓸려 있다. 그래서 뭘 어쩌자는 것인가. 희망을 찾을 수 없다고 비판하는 이들이 스스로 희망을 갉아먹는 것은 아닌가.

희망은 누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한 집단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은 최고 지도자가 한다. 그러나 그 지도자의 말끝마다 토를 달며 목청을 높이는 세력들이 있는 한 그 집단이 희망을 갖기는 힘들다. 입장의 차이를 무시할 수도, 비판의 효용을 포기할 수도 없지만 땅에 뿌려진 사회적 희망의 씨까지 파헤쳐 버리는 일은 삼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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