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의 트라우마
'개미'의 트라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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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기덕 기자] 개미만 손해보는 시장논리. 지난 2008년 사상 최대 위기를 맞은 리먼사태 당시에도 그랬고 최근 불거진 옵션만기 쇼크, 북한의 연평도 도발에도 여전히 주식시장의 손실은 늘 개인들 몫이었다.

지난 1980년 현재의 종합주가지수가 만들어진 이후 개인의 유가증권·코스닥시장 거래대금 비중은 꾸준히 증가해 현재 60%를 웃돌고 있지만, 이에 훨씬 못 미치는 기관과 외국인의 휘둘림에 속절없이 당하고만 있다.

물론 시장정보력이나 자금력 등 모든면에서 개인이 외국인과 기관에 비해 열세인 것은 사실이지만, 금융당국은 증시를 뒤흔들만한 사태가 터질때마다 사후약방문식 처방에 그치고 있다. 또, 고객예탁금을 직접 취급하는 증권사들도 '자기배 불리기'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지난 11일 옵션만기일에도 이같은 현상은 여지없이 나타났다. 장 마감 동시호가에 외국인이 역대 최대인 1조3300억원의 매물을 쏟아내면서 지수는 막판 50포인트 넘게 미끄러졌다. 이로 인해 사후증거금제도 및 증권사와 운용사들의 선물옵션 포지션 한도, 금융당국의 허술한 감독 시스템이 시장 도마위에 올랐지만, 이미 사건은 벌어지고 난 뒤였다.

이날 풋옵션을 들고 있던 일부 투자자들은 단돈 몇십만원으로 최대 500배를 수익을 올리며 억 단위의 차익을 챙겼다는 등 대박스토리가 인터넷을 후끈 달궜다. 하지만 옵션은 제로섬게임이다. 누군가 '대박'을 치면 다른 한쪽은 '쪽박'을 차게 마련이다.

감독당국 책임론도 거론되고 있다. 이번 사태로 890억원대 손실은 입은 와이즈에셋자산운용은 법정 투자 한도를 73배나 초과하는 무모한 베팅을 했다. 금융당국의 허술한 감독시스템이 문제시 되는 대목이다.

금융당국은 사안의 심각성을 인정, 정확한 실체파악을 위해 이례적으로 이번 사태의 주범인 도이치증권 본사에 대해 조사를 나설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도이치계좌가 다수 투자자의 자금을 일괄적으로 운용하는 통합계좌인 경우, 투자자의 익명성이 보장돼 투자자들을 색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다음달 옵션만기일을 대비해 투자자들을 진정시키려는 '액션'으로 보여진다.

증권사들도 마찬가지다. 와이즈에셋의 결제대금을 거래소에 대납한 하나대투증권은 760억원의 자금이 물렸고, 이 운용사가 파산할 경우 2대주주인 현대증권도 지분법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밖에도 교보, 키움, 우리투자증권 등이 작게는 몇억에서 몇십억원대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증권가에서는 연말 보너스가 축소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스갯소리소리 마저 흘러나오고 있지만, 정작 개인투자자들의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어디에도 없다.

실제로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8월말까지 금융기관이 당국에 보고한 의심스러운 거래 보고 건수(15만1903건) 중 증권사가 차명거래나 자금세탁 등 의심사례에 대해 보고한 건수는 전체의 3.68%인 5603건에 불과했다.

코스피지수는 올 들어 본격 회복세를 보이며 1900선에 안착했다. 하지만 지난 2008년 금융위기 '트라우마'로 상승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의 거래량은 오히려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들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할 수 없지만, 더이상 불필요한 리스크를 떠앉게 해서는 안될 것이다. 개인투자자들의 안전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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