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승자의 저주' 재현되나
현대그룹 '승자의 저주' 재현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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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베팅…대우건설 전철 밟을 수도

[서울파이낸스 임해중 기자] 현대건설 인수전이 결국 돈에서 승부가 갈렸다. 현대그룹이 시장의 예상을 뒤엎고 돌발가격을 제시하며 현대건설인수를 위한 우선협성대상자로 선정된 것.

그간 채권단이 인수가격 외, 인수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자금조달 건전성을 평가표에 반영하겠다고 수차례 밝힌바 있지만 현대그룹이 가능한 자금을 총 동원하며 가격요소에서 현대기아차그룹을 압도했다.

현대그룹이 채권단에 제시한 가격은 5조원대 초반을 넘는 수준이다. 시장 전문가들이 현대건설 인수가 가능한 가격을 4조원 안팎으로 예상했지만 현대그룹이 제시한 가격은 이보다 1조원이 많은 그야 말로 '돌발가격'이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론이다.

이처럼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를 위해 무리수를 두자 약속한 인수대금을 제때 낼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와 함께 과도한 인수비용이 현대그룹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현대그룹이 해외투자자를 비롯해 자산 매각과 유동화, 유상증자 등을 통해 인수자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5조원이라는 인수대금이 인수기업의 재무건전성을 심각하게 압박할 수 있다는 일각의 분석 때문이다.

또 현대건설 노조가 현대그룹의 인수를 반대한다고 공공연히 밝힌 점을 감안하면 인수 및 실사 작업이 순탄할지도 미지수라 건설시장에 다시 ‘승자의 저주’가 재현될 수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대우건설의 전례처럼 승자의 저주가 재현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사실상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를 위해 보유현금 전액을 소진해야 동원할 수 있는 가격을 제시, 승부에 방점을 찍긴 했지만 현대건설 인수가 재무건전성의 '핵폭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도한 인수비용으로 재정건전성이 훼손되고 경영 부실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가 달갑지만은 않다는 게 건설업계의 시각이다.

특히 3년 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우건설 인수가 후유증을 남기며 그룹전체를 '고사'위기까지 몰고 간 전례가 있기 때문에 현대건설 인수를 놓고 승자의 저주에 대한 갑론을박이 끊이질 않고 있다.

당시, 대우건설 인수전에서 현금성자산이 풍부한 기업이 많았음에도 돌발가격을 제시하며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 인수에 성공했지만 인수 3년 만에 대우건설을 도로 토해내고 금호그룹은 경영난에 시달린 바 있다.

또 피인수기업인 대우건설 또한 인수됐다가 알짜 자산이 다 팔린 채, 껍데기만 다시 나온 바 있어 현대건설 또한 이 같은 전례를 밟을 수도 있다는 게 일각의 시각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이와 관련 "공격적인 인수합병이 성공한 사례도 많지만, 현대그룹의 재무구조를 감안한다면 인수에 따른 후폭풍이 거셀 것"이라며 "이번 현대건설 인수전이 승자의 저주를 반드시 비껴나가리라 확언하기는 힘들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건설시장의 경쟁기업이자 동반자로서 현대건설 인수전을 바라보며 걱정이 많았다"라며 "현대그룹이 인수대금을 제때 조달하더라도 재무건전성이 악화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고 전했다.

한편 현대건설 측은 이번 결정으로 혼란을 거듭하고 있는 모습이다. 자금력이 부족하다고 평가받던 현대그룹이 고 가격을 제시, 현대건설을 인수한다면 현대그룹은 물론 현대건설 또한 부실화될 수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현대건설 노조 관계자는 "채권단이 높은 가격에 치중하지 않고 현금보유 상황과 자금 조달 능력, 경영 능력, 미래 비전 등 비가격요소를 평가하겠다고 해놓고서 결국 가격에서 승부가 갈렸다"라며 "현대그룹이 재무여력을 넘어서는 무리한 가격 베팅으로 현대건설을 인수하더라도 채권단은 돈만 받고 나오면 끝나는 일"이라고 성토했다.

이어 그는 "우려 했던 대로 당장 돈만 많이 받으면 된다는 채권단의 고가 최우선 매각 기준이 현실이 됐다"라며 "승자의 저주가 현실화 될 공산이 커진 만큼 현대그룹 인수를 막기 위해 모든 방안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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