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은 두 얼굴을 가진 헐크다
유동성은 두 얼굴을 가진 헐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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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시장금리는 하반기 이후 급락하며 역사상 금리 저점을 경신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6월말 4% 내외에서 10월 3%초반까지 1%p가까이 하락했다. 이러한 급락의 이유는 하반기 들어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경기 위축에 대한 우려가 커진 가운데 7월 단행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풍부한 대외 유동성이 국내 채권시장에 급격히 유입되며 금리를 끌어내린 탓이다.

하지만 2011년을 맞이해 이러한 풍부한 내외 유동성을 대하는 채권시장의 입장은 그리 편하지 않다. 이미 물가를 고려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써 중,장기적 투자 매력도가 반감된 상황에서 선진국의 재정과 경상수지 적자의 악순환을 완화시키기 위한 글로벌 불균형의 조정양상이 과거에 비해 과잉유동성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심화시켜 복잡한 양상으로 재균형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1년 초에도 글로벌 경기는 여전히 금융부분이 불안한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여 경기회복세는 탄탄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각국의 정책공조 악화에 따른 환율불안 및 수출둔화 우려, 선진국의 재정지출 축소, 그리고 여전히 진행중인 국내 부동산경기 둔화 및 가계부채 부담 해소 문제 등으로 상반기 중 내수와 수출 모두 회복세가 빠르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대외적으론 미국의 양적완화 조치 등으로 인해 여전한 달러약세 전망에 비해, 펀더멘털이 우월한 아시아 등 이머징 자산•통화의 상대적 선호에 따른 원화강세속에 유가 등 국제 상품시장의 상승세가 예상보다 빠르게 지속될 경우 수출주도형 경제로써, 이러한 흐름에 취약한 국내경기의 어려움이 예상된다. 다만 내수의 기저환경측면에선 원화강세와 자산가치회복 등으로 인해 우호적인 흐름이 예상된다.

통화정책 측면에선 내외 유동성 확대에 따른 기대 인플레 심리 확대 및 저금리 지속에 따른 자산버블 불안감 등으로 점진적인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지만 선진국의 경기회복세가 온전치 않은 만큼 내외 금리차와 원화강세 부담 측면에서 상반기 중 본격적인 긴축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다. 미국 등이 내년에도 긴축과 기준금리 인상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제하에서 연간으론 2~3차례 정도의 제한된 금리인상을 전망한다.

한편, 자금수요 측면에선 상반기중엔 설비투자 증가세 둔화로 기업의 자금수요가 둔화될 전망이어서 금리반등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지만 부동산시장의 회복 및 기대 인플레이션에 대한 반영으로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채권수급 상황은 국고채 발행이 올해보다 다소 늘어날 가능성이 있지만 적자보전을 위한 국채발행 축소로 순발행 물량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인의 채권투자는 재정거래 등 단기채보다 중,장기채 중심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논의가 진행중인 외자 규제대책이 가시화될 경우 채권 투자시 면세 혜택철회와 외은지점의 추가 차입규제 등으로 일정부분 대외 자금조달 및 재정거래를 중심으로 관련 외국인 매수를 둔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물론 헤지를 동반하지 않는 중, 장기물 트레이딩 수요도 규제 및 과세율 정도와 기간에 따라 기존 포지션이 청산되고 신규 진입 정도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융위기 이후 아시아 각국 통화간 상관계수가 높은 정(+)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화의 저평가 인식이 강하다고 보면 중, 장기적인 매수 유인은 유효하다고 판단된다.

이러한 상기 여건들을 종합해보면 2011년 시장금리는 1분기 중엔 외국인 수요 둔화, 경기선행지수 반등 및 채권발행 확대를 반영해 등락을 보이다가 대외 매크로 환경이 다소 안정되고 과잉 유동성이 체감 인플레이션 우려로 반영될 것으로 보이는 2분기 이후 일정기간 반등 폭이 커지는 '√' 형 패턴이 예상된다.

기본 투자전략으로써 상반기 중엔 점진적인 듀레이션 축소 하에 중기채 중심의 저점 매수와 매도차익거래, 3/4분기 중반 이후 장•단기 금리차 축소를 기대하는 버터플라이 매수 및 듀레이션 중립, 4/4분기엔 일정기간 장기물 보유 전략을 권유한다.

한편, 국고채와 회사채 등 신용물과의 금리차(신용 스프레드)는 상반기 추가로 축소된 이후 하반기 들어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 물가를 고려한 실질금리 수준을 고려할 때 전반적인 민간의 채권자산 배분은 다소 약화될 것으로 보이는 반면 부진한 대출수요와 꾸준한 자금유입으로 금융기관들이 대출경쟁에 나설 경우 부실대출과 신용위험이 늘어날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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