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폭되는 '은행중심 금융정책' 논란
증폭되는 '은행중심 금융정책' 논란
  • 임상연
  • 승인 2004.08.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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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운법 보험업법 등 은행위주 개수정 잇달아.
IMF이후 은행만 급성장...금융시장 퇴행 우려.


정부당국의 은행 중심의 금융정책에 대해 보험, 증권, 투신, 선물,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일명 ‘장자(長子) 살리기’로 비하되고 있는 은행 중심의 금융정책이 추진되면서 국내 금융시장이 급속도로 은행 위주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2금융권은 시장위축으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반복하고 있지만 은행권과는 달리 많은 제도적 규제로 재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금융권은 물론 학계에서도 현재와 같은 은행 중심의 금융정책이 계속 이어질 경우 국내 자본-보험시장은 퇴행할 수밖에 없고 국내 금융산업은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당국의 은행 중심의 금융정책은 여전한 상태.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방카슈랑스와 자산운용업.

방카슈랑스 논란은 아직도 뜨겁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보험 및 학계의 반발에도 불구 제도 도입을 강행한 방카슈랑스는 자동차보험 보장성보험 등 내년 2단계 상품판매 시점이 다가오면서 보험업계의 위기의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

보험업계에서는 자동차, 보장성 보험 도입 잠정 연기, 은행의 상품 판매 비중 제한 강화 등 제도적 장치 마련이 꾸준히 제기하고 있지만 정부당국이 3단계 상품 판매 허용 등의 보험업법 시행령을 마련해논 상태여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자산운용업의 경우 은행들의 로비와 압력으로 은행에게 유리하도록 관련법을 뜯어고치는 수준에 이르렀다. 실제로 이달 말 국회상정될 ‘개정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간운법)’은 은행에 대한 특칙을 일부 개정했다.

당초 등기임원으로 겸직이 불가능했던 자산운용, 수탁, 일반사무수탁, 자산보관업무를 이사, 감사 등 비등기임원이 담당할 수 있게 했으며 또 겸직도 가능하게 했다.

이밖에 펀드 미수금 처리도 수탁사인 은행이 책임지도록 하는 현행법을 개정해 운용사나 판매사가 책임지도록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간운법이 시행된 이후 은행들은 등기임원선임, 겸직, 펀드미수금처리 문제를 놓고 증권 투신사들과 첨예하게 대립했었다. 하지만 결국 재경부가 은행들의 요구안을 전면 수용하게 된 것. 이에 증권 투신업계에서는 은행들이 펀드 수탁거부 등 실력행사를 하자 결국 재경부가 손을 든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간운법 시행이후 자산운용업무와 수탁업무를 포기하려 했던 은행들은 다시 업무재개를 위한 준비작업에 본격 돌입한 상태다.

이외에도 은행권은 증권사의 펀드 판매에 이어 일임형랩과 유사한 종합재산신탁 허용을 준비중이며 부동산금융시장을 위한 부동산중개, PF, 부동산신탁업무 등도 더욱 확대 개편하고 있는 실정이다.

외환위기이후 은행 중심의 금융정책이 지속되면서 국내 금융시장의 불균형은 심각한 수준에 다다랐다.

실제로 외환위기이후 은행권의 총자산은 지속적으로 늘어나 지난 3월말 현재 1천140조원에 달하고 있다. 반면 250조원에 달했던 투신권의 펀드 수탁고는 절반수준이 160조원으로 감소했고 주식시장도 고객예탁금이 20%, 거래대금이 40% 가량 감소하는 등 자본시장은 크게 위축된 상태다. 더욱이 최근에는 증시악화로 시중자금이 은행으로, 또는 해외로 이탈하는 현상이 심화되면서 국내 증시의 기본체력마저 고갈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투신사 한 대표이사는 “은행과 비은행권의 규모 차이가 갈수록 커지고 자본시장이 위축되는 것은 역차별적인 금융정책 때문”이라며 “현 은행독주체제하에서 동북아금융허브를 실현한다는 것은 언감생심”이라고 비판했다.

금융전문가들은 현재 정부당국인 작업중인 금융통합법에서 이 같은 은행과 비은행간 차별적인 금융정책을 모두 없애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투신상품 세금감면, 증권사 업무영역확대 등 자본시장으로의 자금 선순환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증권사 한 대표이사는 “경제협력 개발기구들을 살펴보면 자본시장의 경쟁력이 곧바로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우리도 은행 일변도의 현 금융정책을 자본시장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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