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전쟁의 나비효과
환율전쟁의 나비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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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 한국은행이 낸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경제가 안팎으로 5가지의 잠재적 위험요인을 안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굳이 한은 보고가 아니더라도 미국 경제가 찬바람만 쐬어도 감기가 걸린다는 한국 경제의 체질상 미국 경제 동향 하나하나마다 신경이 곤두서는 마당이니 중국과의 환율전쟁에 더한 2차 양적완화 정책이 미칠 파장이 긴장감을 더해주는 것은 불가피할 터다.

자본시장은 이미 예상했던 일이고 또 6천억 달러 정도 규모는 별게 아니라는 듯 별다른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지만 당장의 그런 시장 반응이 안심해도 좋은 지표가 될 수는 없는 일이다. 금리 인상을 계속 주저하는 사이에 상황이 꼬여 계속 실기하다보면 피할 수 있던 함정에 빠지는 일이 생기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기준금리 인상은 계속 미뤄지지만 이미 시중금리는 오르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시중은행의 예금금리도 경쟁적으로 올리는 추세다. 은행들로서는 금리인상 시기를 미리 내다보며 서두르는 것이든 경기 전망을 낙관하고 향후 늘어나게 될 기업 대출수요를 예상해 저축을 늘릴 방안을 미리 세우는 것이든 금리 인상이 추세임을 반증하고 있는 것이다.

어떻든 채권수익률이 높아지며 해외로부터의 채권투자자금이 급증하고 별탈이 없다면 반가워야 할 이런 현상에도 조심스러워진다.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있다지만 국제금융시장이 요동을 칠 가능성은 별반 줄어들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시장이 요동을 치면 안정적일 것 같던 채권투자자금은 더 빠르게 빠져나가며 시장의 위기를 키울 것이다. 이 점은 한국은행도 염려하는 바다.

이런 상황이 될 때 주식시장이 개미군단의 몰락으로 들끓는다면 채권시장은 기관투자가들 중에서도 특히 각종 연기금과 은행의 투자 상품들이 두루 타격을 입을 위험을 갖고 있다. 이미 오래도록 정치적 필요에 따라 동원되며 투자손실도 적잖이 입어온 연기금이 타격을 입을 경우 그 파장은 사회적 안전망이 심각하게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

미래를 기대할 수 없는 사회처럼 위험한 사회는 없다. 우리가 신자유주의를 불안하게 보는 가장 큰 이유도 개개인들이 미래를 스스로 설계할 여지를 갈수록 줄이기 때문이다.

이미 은퇴한 노년의 경우는 각종 금융상품이 만족스럽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주식투자보다는 믿을 만해 보여서 의지하고 있다. 그런 상품이 수익 제로상태를 넘어 마이너스 수익을 기록할 경우 투자자 입장에서 미래는 그저 캄캄한 상황이 될 것이다.

물론 중산층 노인들의 경우 오랜 경험으로 부동산을 결코 외면하지 않지만 최근 몇 년간은 오래 믿어왔던 부동산 불패신화도 더 이상 무조건 믿을 게 아니라는 경험을 했다. 은퇴자들이 작은 점포 하나 임대소득을 얻는 것에도 세금이 만만찮은 데 더 이상 부동산이 안정적인 임대소득원이 되지 못하는 경우도 흔하다. 대기업 경기는 살아난다지만 중소기업 이하 단위에서의 경기는 여전히 하강 중이어서 더하다.

노동소득을 얻을 곳도 없는 은퇴자들에게 지금의 이런 경제상황은 참으로 숨이 막히게 한다. 매우 여유 있는 계층이 아니고서는 대체로 그런 형편에 놓여 있다. 이런 계층일수록 자녀들 역시 여유를 갖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미 부의 세습은 고질화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국사회의 평균수명은 빠르게 늘고 갈수록 이런 불투명한 미래에 던져지는 기간은 길어져 간다. 은퇴 시기는 여전히 늦춰질 기미가 안 보이기에 더욱 긴 시간을 전망 없는 두려움에 떨며 지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는 앞으로도 계속되고 그럴 때마다 한국 경제는 조심해도 출렁거릴 수밖에 없으니 그 속에서 개인은 그저 무력하기만 하다. 정책이 조금 서둘렀다거나 너무 주저했다거나 하면 국가 경제가 곤경에 처하는 것 이상으로 개인들이 겪을 고통이 커진다. 특히 경제활동에서 무력한 처지로 밀려난 은퇴자들에게 닥칠 위험은 종종 재앙에 이른다.

이런 노년의 위험은 자신들의 미래를 지금의 노년 은퇴자들에게서 볼 수밖에 없는 활동기의 젊은이들에게도 스트레스를 키워줄 것이다. 그런데도 노인들에게 주어지는 참으로 작은 혜택 하나까지 명색 국무총리가 나서서 왜 혜택을 주느냐고 호통을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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