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 보험계열사는 '오너 사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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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짓기' 총동원...경영난 불구 회원권 532억원 매입

[서울파이낸스 문선영 기자] 태광그룹의 보험 계열사들이 이호진 그룹 회장 일가가 소유한 회사의 골프장 짓기에 총동원된 것으로 드러났다. 불특정 다수에 의해 십시일반으로 모아진 보험회사의 자산을 오너의 사금고처럼 사용한 것. 더구나 이들이 투자한 금액은 서울인베스트측이 밝힌 220억원이 아닌 무려 532억원에 달해 충격을 더하고 있다. 부도덕의 극치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태광의 보험 계열사인 흥국생명은 동림관광개발이 강원 춘천시 남산면 일대에 짓고 있는 골프장의 회원권 10구좌를 2008년 6월 사들였다. 동림관광개발은 이 회장의 지분 51%를 비롯해 미성년자인 아들이 39%, 부인과 초등학생 딸이 각각 5% 등 이 회장 일가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흥국생명이 회원권을 사들인 가격은 1구좌당 무려 22억원에 달해 총 22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이같은 흥국생명의 '과감한' 골프장 회원권 투자에 대해서는 보험업계에서조차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수십조원의 자산을 지닌 한 대형보험사의 경우 보유 골프장 회원권은 총 100억원 가량에 불과하다. 자산규모면에서 '새발의 피'나 다름없는 흥국생명이 200억원어치가 넘는 골프장 회원권을 사들였다는 점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 회원권 매입가도 서울 근교의 유명 골프장에 비해 훨씬 비싼 편이다.

점입가경이다. 태광그룹의 비리 의혹을 제기한 서울인베스트측이 밝힌 흥국생명의 회원권 매입 외에 태광 보험 계열사의 '지원 사격'이 더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태광그룹의 또 다른 보험 계열사인 흥국화재는 올해 8월 이 골프장의 회원권 12구좌를 총 312억원에 사들였다.

흥국생명이 사들인 가격보다 더 비싼 가격인 1구좌 당 26억원에 사들인 것이며, 매입 규모도 100억원이나 더 크다. 두 회사가 사들인 회원권을 합치면 무려 532억원에 달한다.

흥국화재는 경영 정상화가 절박한 부실기업이다. 이 회사는 최근 5년 동안 매년 대규모 적자를 내 2005∼2009회계연도 5년간 순손실 규모가 무려 2천148억원에 달한다.

적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온힘을 써야 할 기업이 고객이 낸 보험료로 조성된 자산을 그룹 회장 일가가 소유한 골프장의 회원권을 사는 데 무려 300억원 넘게 쓴 것이다.

법적인 문제에 앞서 소비자들의 뭇매를 어떻게 피해갈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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