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투 매각파장 - 2. 자산운용업계
한 대투 매각파장 - 2. 자산운용업계
  • 임상연
  • 승인 2004.07.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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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외국계 시장 격돌 본격화
M&A이후 푸르덴셜 등 외국계 M/S 절반 육박
국내사 은행계 중심 재편...구조조정 이제 시작

한-대투증권 매각 파장은 증권업계보다 자산운용업계에 더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증시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증권업계의 경우 과거 인수합병, 청산 등 몇 차례 구조조정을 진행한 바 있지만 자산운용업계는 거의 전무한 상태였기 때문.

특히 45개에 달하는 자산운용사는 삼성 한투 대투 푸르덴셜운용 등 일부 대형사를 제외하고는 규모나 수익구조가 모두 비슷한 상태여서 구조조정에 따른 파급 효과도 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외국계가 시장 절반 차지

한-대투증권 매각으로 가장 먼저 예상되는 변화는 외국계의 자산운용시장 급속 잠식이다. PCA가 대투증권을 인수할 경우 현재 39%에 달하는 외국계의 M/S(수탁고)는 49%로 늘어나게 된다.

더욱이 현투증권을 인수한 푸르덴셜이 추가로 제투증권을 인수하고 피델리티, 소시에데제너럴(SG)등이 시장에 본격 진입할 경우 국내 자산운용시장은 얼마못가 외국계의 무대로 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국내 투신사 한 대표이사는 “외국계 자본은 증권업계보다는 돈이 될만한 자산운용시장에 직간접적으로 더욱 많은 투자를 하고 있고 모건스탠리등 이미 시장에 진입한 외국계들도 규모를 키우려는 상황”이라며 “현재 우선협상대상자가 정해진 한-대투증권 매각이 마무리되면 사실상 국내 자산운용시장은 외국계 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별운용사만을 놓고 볼 때 한-대투증권 매각이 성사되면 업계 순위도 뒤바뀌게 된다. PCA가 대투증권을 인수해 자회사인 PCA운용과 합병할 경우 21조원대의 운용사를 자회사로 두게 된다. 이는 국내 제1의 운용사가 외국계로 바뀐다는 것을 뜻한다.

또 올 하반기 또는 내년중 푸르덴셜투자증권이 제투증권을 인수할 경우 자회사인 푸르덴셜운용과 제투운용간 합병으로 20조원에 달하는 또 다른 메머드급 외국계 운용사가 탄생하게 된다.

국내 자산운용시장의 양대 산맥이 한-대투에서 PCA-푸르덴셜 등 외국계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토종은 은행계로 재편

한-대투증권 매각으로 자산운용시장에서 외국계가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토종들의 경우 은행계 운용사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그동안 시장의 큰 줄기 역할을 했던 재벌계가 삼성 동원 정도를 제외하고 모두 인수합병되거나 준비중이고 자산운용업법 개정으로 은행들이 자회사인 자산운용사를 적극 육성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국민은행 자회사인 KB투신과 농협의 자회사인 농협CA. 이들 양사는 모회사인 은행의 직간접적인 지원으로 최근 수탁고가 크게 늘면서 업계 주요 운용사로 자리잡은 상태이다.

특히 KB투신은 최근 수탁고가 14.3조원(지난 22일 기준)에 육박, 푸르덴셜운용을 제치고 업계 4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의 자회사인 조흥, 신한BNP파리바의 성장도 눈에 띈다.
이들 양사는 최근 수탁고가 5조원을 넘어서면서 업계 중견그룹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상태.

또 하나은행의 자회사인 하나알리안츠와 외환은행의 자회사인 외환코메리츠, 산업은행의 자회사인 산은운용 등도 최근 수탁고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은행계 운용사들이 이처럼 빠르게 성장하면서 지난해 10%에 불과했던 M/S도 이미 25%를 넘어선 상태다.

특히 올 하반기 매각작업중인 LG투자증권이 우리금융에 매각되고 또 기업은행이 자산운용시장에 진입할 경우 은행계 운용사들의 시장 입지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운용사 인수합병 가속화

외국계와 은행계를 중심으로 대형화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중소형 운용사들의 인수합병 등 구조조정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실상 자본력과 선진금융기법을 갖춘 외국계와 은행계, 또 삼성 동원 등 일부 재벌계를 제외할 경우 현 수탁고 수준과 수익구조에서 장기간 살아남을 수 있는 운용사는 5개사 안팎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에 투신사 한 고위관계자는 “한-대투증권과 LG투자증권의 매각이 마무리되면 외국계, 은행계, 일부 재벌계 등의 수탁고가 전체 수탁고의 85%~90%에 달하게 될 것으로 추산된다”며 “따라서 나머지 30여개의 중소형투신사들은 얼마 안돼는 수탁고를 가진고 근근히 살아나가야 하기 때문에 인수합병 등 구조조정은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본력이 없어 대형화 물결에 합류하지 못하는 운용사들에게 전문화라는 생존방법도 있지만 이마저도 국내 시장환경에서는 특별한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 업계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규모의 경쟁으로 대형사들이 모든 영역을 장악해나가고 있고 또 국내 시장에는 아직 부동산 파생상품 등 대안상품시장이나 이를 이끌어갈 전문인력이 턱없이 모자라는 등 전문화란 토양이 아직 마련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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