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신한 Way' 탈선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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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리스크 주가·이미지 곤두박질
리더십 공백사태 전철 밟나 '우려'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 신한금융그룹이 CEO 리스크에 갑작스레 노출되며 금융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룹의 정신적 지주인 라응찬 회장이 금융실명법 의혹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그룹 2인자인 신상훈 사장마저 피고소인 신분이 된 것. 일각에서는 제 2의 KB금융 사태로 발전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子회사가 母회사 사장 고소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전임 은행장인 신상훈 지주회사 사장 및 신한은행 직원 등 7명을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의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최근 신 사장의 친인척관련 여신에 대해 민원이 접수돼 조사한 결과, 950억원에 이르는 대출 취급 과정에서 배임 혐의가 있었고 채무자에 대해서는 횡령 혐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소장에는 또, 은행 내 루머 확인 차원에서 밝혀진 또다른 15억여원의 횡령혐의가 기술됐다. 신한은행 측은 신 사장과 관련된 루머가 나도는 상황에서 '덮어둘 수만은 없는 상황'이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신 사장은 은행의 대출 메커니즘상 은행장이 대출결정 과정에 관여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며 배임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라응찬 회장-신상훈 사장-이백순 행장으로 이어지는 후계구도에 균열이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올초 일선에서 물러날 것으로 예상됐던 라 회장이 네번째 연임에 나선 것도 이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줬었다.

또 최근 정치권으로부터 제기된 라 회장의 금융실명법 위반 의혹과 관련 그룹 내부에서 라 회장과 신 사장과의 불화설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리더십 공백사태 재현?
신 사장을 상대로 한 신한은행의 고발은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신 사장은 지난해 신한지주 사장 취임 이전 6년간 신한은행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온만큼 은행 내부에서도 신망이 두터운 편이다.

더구나 신 사장의 바통을 이어받은 이백순 행장은 신 사장과 은행원 시절부터 동거동락해온 각별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신한은행이 직접 보도자료까지 작성해 신 사장에 대한 고발을 공개적으로 알린 것이 루머에 대한 단순한 해명 차원이 아닌 의도된 시나리오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신한은행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신 사장에 대한 해임건에 대한 이사회 개최 계획까지 친절히(?) 덧붙였다. 이같은 절차는 이백순 행장의 지시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의혹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번 사건이 단순 사건사고로 마무리되기에는 후유증이 크다는 점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탄탄한 성장가도를 달려온 신한지주의 힘은 무엇보다 탄탄한 지배구조에 따른 의사결정 체계라는 게 시장 안팎의 일관된 분석이다. 이같은 지배구조는 라 회장-신 사장-이 행장으로 이어지는 흔들림 없는 후계구도에 비롯됐다.

이른바 '신한 WAY'의 밑바탕이 돼 온 후계구도에 균열이 생길 경우 리더십 공백에 따른 후유증은 예상하기 어렵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이날 신한지주 주가도 CEO리스크에 따른 부담으로 5% 가까이 곤두박질 쳤다.

지난 9개월간의 리더십 공백 사태를 겪어오며 조직력이 크게 훼손된 KB금융의 전철을 밟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전임 은행장을 고발한 것은 금융권 관행상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며 "이번 사건은 그동안 국내 은행들 사이에서 '모범생'으로 명성을 쌓아온 신한은행 이미지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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