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적자 나는 이유
은행이 적자 나는 이유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4.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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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의 수익성을 좌우하는 주 요인은 크게 ‘마진’과 ‘연체’로 구분할 수 있다.

마진율이 얼마나 높은가에 따라 같은 자산을 운용하고도 수익성이 틀려진다. 같은 돈을 빌려주고도 이자가 높으면 버는 돈이 많은 것이야 당연한 이치다.

연체율도 큰 영향을 미친다. 아무리 마진이 높아도 ‘떼 먹히는 돈’이 많으면 그른 장사다. 지난해 국민은행과 조흥은행은 사상최대의 영업이익을 냈다. 특히 양행은 전통적으로 예대마진에 있어 타행과 큰 격차를 보이며 앞서 나가고 있다.

쉽게 말해 빌려주는 돈도 많을 뿐더러 이자도 만만치 않게 거둬 들이고 있다.

그러나 이 두 은행은 지난해 7천억원과 1조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이유는 단순하다. 빌려주고 못 받은 돈이 벌어들인 돈보다 많았다. 그른 장사를 한 셈이다.

올해에도 은행들은 꾸준한 마진율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예금금리를 계속 낮추며 조달코스트를 많이 낮춘 덕분이다.

영업이익 증가율도 눈에 띄게 두드러지는 곳이 많다. 그런데 이처럼 벌어들이는 돈은 많이 늘었는데 비해서 순익 증가는 영 마뜩찮다. 빌려준 돈을 얼마나 회수하느냐에 사활을 걸고 있는데 비해 떼 먹히는 돈이 많은 때문이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시중은행중 마진폭이 가장 작은 은행으로 손꼽힌다.

그럼에도 적자 한번 내지 않고 매년 흑자행진을 거듭하며 우량은행으로 우뚝 섰다. 웬만하면 떼 먹히지 않을 곳에만 빌려주는 ‘안정적인 돈놀이’를 잘한 덕분이다.

IMF이후 은행권은 ‘리스크 관리’라는 새로운 화두에 많은 투자와 관심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아직까지 갈 길이 먼데 비해서는 ‘투자와 관심’이 부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한 전문가는 “리스크관리는 최고경영자의 지속적인 의지와 관심이 있어야 비로소 뿌리를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에 비해 당장의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만큼 당장의 수익증가를 기대할 수 있는 ‘켐페인성 영업확대’에 눈을 돌리기 쉽다는 것이다.

최근 은행권에 또다시 연체율이 낮은 고객이라는 이유로 고소득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고객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우수고객 범위를 확대해 3천만원 이상 예금 고객이면 각종 우대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러나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던 신용카드 사업도 지금은 발목을 잡는 암초가 된데는 ‘돈 된다’는 소리에 각 금융사들이 너나없이 달려들면서 과열양상을 빚은 것이 큰 원인이었다.

소위 ‘우량고객’ 마케팅도 그 짝이 날까 우려스럽다. 의사라고 변호사라고 화수분은 아니다. 더 벌 생각보다 덜 깨질 궁리하는 것이 지금 상황에는 더 중요하지 않은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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