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W시장의 위험한 '덫'
ELW시장의 위험한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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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기덕 기자]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ELW시장을 바라보면 '쓰디쓴 독은 피하기 쉬워도 달콤한 독은 피하기 어렵다'는 고독이피 감독난피(苦毒易避 甘毒難避)라는 성어가 떠오른다. 경기회복세가 더뎌지며 증시 추가상승에 의문점이 생기자, 투자자들이 단기고수익만을 노리고 ELW시장의 위험한 유혹에 빠져들고 있다.

ELW시장은 도입 5년만에 세계 2위 시장으로 떠올랐다. 올해 들어 일평균 거래대금이 1조 5000억원을 넘어섰고, 일일 거래량도 40억만주를 넘어서는 등 그야말로 가파른 고공행진을 펼치며 연일 새로이 역사를 갈아치우고 있다.

이처럼 투자자들이 ELW시장으로 몰리는 이유는 거래의 편리성 때문이다. 또한 거래세가 없어 잦은 매매시 유리하고, 적은 투자금액으로 선물이나 옵션보다도 높게 하루에 수십배의 차익을 올릴 수 있는 레버리지라는 큰 장점이 있어 개인투자자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레버리지란 '지렛대효과'로 기초자산인 주가가 상승할때는 그것의 몇십배의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감안해야 한다. 더욱이 ELW는 만기시 목표했던 행사가격에 미치지 못하면 투자금액이 소위 '깡통계좌'로 변하기 때문에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더욱이 선물이나 옵션은 위험상품으로 분류돼 증거금을 미리 내고, 계좌를 트기 위해 투자자성향을 분석받는 등 비교적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하지만, ELW는 법적으로는 유가증권으로 분류돼 주식계좌를 통해 손쉽게 매매가 가능하다. 때문에 일반투자자들이 일반 주식과는 전혀 달리, 다른 만기시점이 정해진 ELW에 특별한 교육이나 사전지식없이 섣불리 뛰어들어 투자금을 모두 날리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한 투자자는 "주식보다 ELW수익이 훨씬 높다는 소문에 소위 '한 몫 챙기기' 위해 ELW에 투자하다 몇년 간 모은 목돈을 모두 날리게 됐다"며 "ELW시장이 '대박 아니면 쪽박'이라는 말이 이제야 실감이 난다"고 하소연했다.

LP(유동성공급자)역할을 하는 증권회사 및 금융당국은 세계 유수시장으로 발전하고 있는 ELW시장을 위한 투자자 교육이나 보호절차에는 정작 뒷짐을 지며 투기장을 방조하고 있는 모습이다.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며 양적성장을 하고 있지만, 정작 금융당국은 투자자들을 위한 질적인 안정장치에는 소홀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금융당국은 이같이 투기장으로 변모하는 ELW시장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지난해 3월 상장 예정이었지만, 차일피일 미뤄온 조기종료 워런트를 오는 9월 6일 도입하기로 했다. 만기와 상관없이 미리 정해진 조기 종료조건을 충족할 경우, 워런트 효력이 자동으로 종료되는 상품이다.

거래소측은 이번 조기종료 워런트 출시로 ELW시장이 건전화, 안정화 될 수 있을 것으로 선전하고 있지만, 이도 투자자가 자신의 성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워런트의 한 종류일 뿐이다.

더욱이 이번 워런트는 지수형ELW에 국한되고, 내가격(행사가격이 기초자산 시장가격 보다 높은 경우) 구간에서만 상품이 발행되기 때문에 현재 만기시 권리행사가 어려운 외가격(행사가가 기초 자산가격과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 위주의 발행구조에서는 투자자들의 리스크는 전과 다를 바가 없다는 지적이다.

또한 넉아웃(Knock-out)시 평가가격 지급액을 잔존가치로 계산해 미리 책정된 리베이트 금액과 비교, 이를 투자자들에게 지급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손해는 불가피하다는 점을 염두해야 한다. 오히려 조기종료시점을 앞두고 기초자산의 이상이 생길 경우, 주가연계증권(ELS)와 같은 주가조작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는 문제점도 있다.

금융당국은 정작 투자자보호를 위한 상품다양화에는 소홀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상장 ELW의 일평균 기초자산수는 지난해 하반기 대비 20개 가량 증가한 107~8개 수준에서 고정돼 있다.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에 비해서는 아직도 미미한 수준이다.

또,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주식형ELW의 유동성공급 가능 기간 연장은 논의조차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식형ELW의 경우 만기일을 한달 앞두고, 유동성공급을 중단하기 때문에 외가격위주의 현 발행시장에서 만기일을 앞두고 거래조차 되지 않는 ELW가 허다하다. 또한 이 기간동안 ELW 가격왜곡 논란도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

현재 ELW시장 세계 1위에 군림하고 있는 홍콩이 급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수수료율 자율화와 같은 시장 친화적인 정책과 발행사들의 지속적인 투자자 교육, 30만개에 달하는 다양한 상품군 때문이다. 양적성장만 거듭하며 '대박'을 쫓아 투기장으로 변모하는 ELW시장이 좀 더 성숙한 파생상품시장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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