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미국 언론, 왜 '감놔라 배놔라' 참견하나
(초점) 미국 언론, 왜 '감놔라 배놔라' 참견하나
  • 홍승희
  • 승인 2003.01.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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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새정부 출범을 앞둔 한국의 경제정책에 미국 일부 언론들이 감놔라 대추놔라 간섭성 기사들을 양산하고 있다.

물론 노무현 정부 출범의 의미와 파장을 파악하려는 외국 언론들이 비단 미국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월스트리트 저널등 미국 보수언론들의 참견은 관전자의 한계를 넘어 내정간섭의 수준에까지 이르고 있다. 이는 미국 보수세력들의 시각이 한국에 대해 얼마나 오만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23일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 인터넷판에는 조흥은행 매각 해결을 외국인 투자가들이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측의 경제 개혁실행 의지를 평가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여기고 있다며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의 아시아 금융기관 담당 전무의 협박성 발언까지 끌어다 붙인 위협적인 시위성 기사가 실렸다.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은 한국이 IMF 구제금융을 신청한 이후 지속적으로 한국 정부의 머리 꼭대기에 앉아 국내 정책을 좌지우지하고자 하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기사들을 내보낸 바 있어 이번 기사가 특별히 새로울 것은 없다.

그러나 이번에는 월스트리트 저널의 기사 외에 그 하루전날 전경련과 손발을 맞춰 한-미 재계회의를 열고 있는 미국 대표단이 차기 정부가 도입하고자 하는 집단소송제, 포괄상속제에 대해 반대하는 전경련을 지원사격하고 나섰다 해서 논란이 일어난 뒤를 바짝 이어 나왔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신중히 파악해야 할 필요가 커졌다.

왜 미국의 재계가 한국의 새정부 경제정책이 아직 구체적 그림도 채 그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토록 극심하게 간섭하고 나서는가에 관심을 쏟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무디스도 그 하루 전날 인수위원회를 찾아가 2시간 반동안 집중적인 검증작업을 벌였다.

21일, 22일, 23일 연이어 터지는 미국발 간섭성 발언들은 결코 우연한 시기중첩이 아니다. 미국 재계가 이 기회에 한국으로부터 얻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드러낸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그 미국과 손발맞춰 한목소리를 내는 전경련 등 한국의 재계도 그 나름의 속사정이 간단치 않게 얽혀 있다.

미국의 올해 경기는 표면상 회복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낙관적 전망은 주로 부시정부의 나팔수 구실을 하는 보수언론들의 프로파간다적 성격이 짙어 보인다. 이런 현상은 뒤집어보면 미국의 재계가 심각한 심리적 공황상태로 빠져들고 있는 조짐으로 읽히기도 한다.

지난해 초 미국경제의 더블딥 가능성을 최초로 제기하며 미국 월가의 불길한 예언자라는 별명이 붙은 애널리스트 스트븐 로치는 지난 22일 발표한 주간 세계경제전망을 통해 미국이 더블딥 정도가 아니라 멀티딥 상태가 될 것이라는 한층 더 어두운 전망을 내놓았다. 그보다 앞서 연초 발표된 지난해 4.4분기 경제성장률은 불과 한달전 다소 낙관적으로 나왔던 추정치를 하향조정, 연률 1% 미만에 그칠 것으로 수정됐다.

미국 유럽 일본이 저마다 리플레이션 정책에 손발을 맞추고 있으나 그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디플레이션 확산을 막되 인플레이션은 피하면서 금리인하와 재정확대를 적절히 구사해 나가는 리플레 정책의 효용한계에 대해 현재 투자자들의 막연한 기대에도 회의가 짙게 묻어있다. 더욱이 이라크전까지 목전에 둔 미국의 현재 상황을 보면 개인소비는 극도로 위축돼 있고 과거의 버블 후유증을 앓고 있는 기업들은 자국내에서 제조업 투자를 꺼리고 있다.

결국 기업이나 개인투자자들은 미국 바깥의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 헤매고 있는 형국이다. 그들이 노릴 수 있는 최적의 투자처는 현재로서는 동북아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찾을 수 없다. 그 가운데서도 새롭게 구상되고 있는 동북아경제블럭의 중심에 설 가능성이 매우 높은 한국시장이 가장 합당한 먹잇감으로 점찍혀진 상태다. 투자자들 입장에서 볼 때 먹기에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기업의 규모도 매력적일 터이다.

이런 상황이 먹잇감을 좀 더 쉽게, 편하게 포획할 구도로 한국의 경제구조를 몰아 가려는 욕망으로 표현되고 있다. 그 연장선에 월스트리트 저널과 같은 미국 언론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투자자들의 입장에도 두 개의 갈래가 명백하며 미국 언론의 태도에도 그런 갈래가 정직하게 반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정부의 경제정책을 예의주시하며 그에 맞춰 투자소득을 챙기려는 개인투자자들과 적극적인 한국내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기업들은 한국 정부의 기업회계 투명성을 높이려는 정책에 높은 점수를 준다.

그러나 현재의 미국 집권세력과 밀착된 군산복합 자본, 유태계 금융자본 등은 한국정부를 좀 더 강하게 자국의 영향권 아래 두기 위한 포석을 깔고 게임에 임하는 형국이다.

현재 한국 차기 정부를 향해 분수에 넘치는 훈수를 두거나 협박성 간섭에 나선 언론들은 대체로 후자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 뉴욕타임즈, 타임지, AP통신 등이 대체로 그런 성향을 대표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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