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주택시장> ① "팔지도, 사지도 못한다"
<위기의 주택시장> ① "팔지도, 사지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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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매심리 위축..주택거래량 금융위기 이후 최저
집값 1억~3억원 급락..'깡통아파트'도 등장

<※편집자주: 주택시장이 금융위기 때 못지 않은 침체기를 맞고 있다. 부동산 거품을 제거한다는 명분 아래 극단적인 수요 억제 정책을 강행함에 따라 집을 살 때와 팔 때 모두 부담이 한층 무거워지면서 거래량은 급감했고, 집값은 곤두박질쳤다. 반면 분양가 상한제를 회피하기 위해 2~3년 전 공급했던 새 아파트들은 입주자를 찾지 못해 아우성이다. 이로 인해 집을 팔려는 사람들은 매수자를 찾지 못하고 이미 집을 산 사람들은 기존에 보유한 주택이 팔리지 않거나 셋집의 전세보증금을 받지 못하는데다 금융권 대출조차 어려워져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여기에 건설사들은 막대한 미분양 물량에 더해 그나마 분양된 주택조차 입주자들이 잔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입주에 차질을 빚는 등 부동산 시장의 참여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고통을 겪고 있다. 급기야 정부는 오는 22일 청와대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지만 업계에서는 얼마나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올지 지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택시장의 현주소와 전문가들이 말하는 거래 활성화 대책을 4편으로 나눠 짚어본다.>

주택시장에 불황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집을 팔겠다는 매물은 넘쳐나지만 사겠다는 사람은 씨가 말랐다.

거래 침체가 장기화하서 수도권 집값은 곳곳에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분양가(혹은 매입가)보다 시세가 더 싼 '깡통 아파트'가 등장했다. 대출금을 갚지 못해 경매시장으로 넘어오는 주택들도 증가 추세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침체가 좀 더 지속된다면 주택시장의 근간이 붕괴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 주택 거래량 금융위기 이후 최저 = 20일 서울지역 서민아파트를 대표하는 노원구 상계동 아파트 단지.

이 곳에서 20년째 중개업소를 하고 있는 P공인 김모 사장은 요즘들어 전업을 심각하게 고민중이다.

손님없는 빈 사무실을 지키고 있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유례없는 거래 침체에 사무실 문 열기가 겁이난다.

김 사장은 "집값이 떨어진다고 하니 매수자들이 움직이질 않는다"면서 "비교적 손님이 많다는 우리 사무실에서도 올들어 매매거래를 딱 2건 성사시켰다"며 손사래를 쳤다.

김 사장은 "장사가 안되니까 젊은 중개사들은 전업을 하거나 겸업을 하기도 한다"며 "부부가 함께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경우에는 수입이 없어 대출받아 생활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됐다"고 덧붙였다.

투자상품인 강남 재건축 단지도 마찬가지다. 개포동 N공인 대표는 "매수 문의가 끊기다보니 어떤 때는 전화기가 고통났나 싶어 슬그머니 수화기를 들어 신호음을 확인해 보기도 한다"며 "시세보다 2천만~3천만원 싼 급매물이 나와도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토해양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신고된 전국 아파트 거래 건수는 3만454건.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주택시장이 얼어붙었던 지난해 2월(2만8천741건) 이후 16개월만에 최저치다.

이 가운데 주택 가격을 선도하는 강남 3개구에서 거래된 아파트는 473건에 불과했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가 올해 1~5월 실거래가 신고건수를 분석한 결과 서울 송파구는 전년 동기대비 64%, 양천구 60%, 강남구 52%, 과천 74%, 용인 58%가 각각 줄어드는 등 인기지역으로 군림했던 '버블세븐'의 주택 거래량이 크게 줄었다.

거래가 안되면서 실수요자들이 받는 고통도 커지고 있다. 남양주 도농에 거주하는 직장인 박모(41)씨는 아이들 교육 문제로 서울로 이사하기 위해 아파트를 내놨지만 두달이 넘도록 처분을 못하고 있다.

박씨는 "시세보다 1천만원 정도 깎아주겠다고 했지만 구경하러오는 사람조차 없다"며 "아무래도 이번 방학에는 이사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한숨지었다.

서울 개포동의 W아파트 소형 급매물을 먼저 계약한 한 직장인은 중도금 납부일까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집이 팔리지 않아 계약금 3천만원을 떼이고 계약을 포기하기도 했다.

◇집값 속락..경매 늘고 '깡통아파트' 등장 = 거래침체가 지속되면서 집값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올들어 현재까지 서울 아파트값은 1.71% 하락했고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가 2.7%, 수도권 2.36% 하락했다.

올해 초 7억5천만원에 거래됐던 개포 주공1단지 전용면적 36㎡는 지난 6월 현재 6억1천500만원에 팔려 반년 만에 1억3천500만원 떨어졌고, 올해 초 최고 14억원 선에 거래됐던 서초구 반포동 AID차관 아파트 전용 73㎡는 지난달 2억7천여만원 하락한 11억2천500만원에 팔리기도 했다.

집값이 큰 폭으로 하락한 곳에서는 '깡통아파트'도 등장했다.

깡통아파트란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서 집을 팔아도 대출금을 갚지 못하거나 시세가 분양가 이하로 떨어져 자산 가치가 적자인 분양권 아파트를 말한다.

용인 수지 죽전동 H아파트 112㎡의 경우 대출액이 3억5천만원인데 현재 3억7천만원에 급매물이 나와 있다. 그동안의 대출이자와 세금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손해인 셈이다.

이 아파트는 2007년에 시세가 5억8천만~6억원을 호가하면서 당시 60%까지 대출을 받았다가 대출금을 갚지 못해 매매로 나왔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고양, 용인, 파주, 광명시 등 입주물량이 집중된 곳은 분양권에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즐비하다.

고양시 덕이동 H아파트와 S아파트의 경우 149~176㎡ 대형 일부가 현재 분양가 대비 3천만원 이상 싼 분양권 매물이 나오고 있다.

용인 상하동 I아파트 142~161㎡에도 분양가 대비 5천만~6천만원의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형성돼 있다.

집값이 떨어지자 법원 경매로 넘어가는 주택이 늘면서 서민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법원경매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법원 경매에 부쳐진 수도권 소재 주거용 부동산의 경매 진행건수는 총 3천232건으로 올 상반기를 통틀어 가장 많았다.

이 가운데 경매로 나온 아파트(주상복합아파트 포함)는 총 1천969건으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주택시장에 거래도 안되고 가격도 떨어지는 악순환이 지속되면서 서민들의 피해가 늘어가고 있다"면서 "획기적인 정부 대책이 없는 한 이런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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