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실이 동네 북(?)
전산실이 동네 북(?)
  • 남지연
  • 승인 2004.07.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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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증권사 전산실을 방문하다보면, 도통 이야깃거리가 나오지 않는 게 사실이다. 특이하다 할 만한 프로젝트 추진도 별반 없을뿐더러, 기껏해야 기존 시스템 업그레이드 차원이 고작이다.

증권사 전산실이 몇 해 전부터 비용줄이기의 몫을 담당해야 하면서 투자비용은 줄고, 고객에게는 지속적인 서비스를 가능케 하는 시스템은 제공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한 증권사 전산실 관계자는 한 시스템을 개발하고 상품이 출시되면 일단 시스템 관리보단 저절로 홍보 쪽에 더 주력하게 된다며 자신들이 마치 홍보실 직원이 된 것 같다고 토로했다.

또 요즘에는 영업력 강화라는 목표아래 전산 인력들의 영업점 배치가 늘어나는 분위기다. 실제 모 증권사의 경우 전산실 직원들을 영업점에 배치함으로써 전산 인력을 줄여 전산 비용을 절감시키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몇 년 동안 컴퓨터와 씨름하던 사람들이 영업점에 나가 시스템 교육 등을 제외하곤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시스템을 직접 개발한 직원들의 해야 할 일이 배로 늘어난 것이 전산실 현실이다. 그러다가 시스템이 잠깐 장애라도 일으키면 온갖 책임은 전산실 몫으로 돌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게 요즘 전산실 사람들의 모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증권사 전략을 두고 왈가왈부 해서는 안되고, 할 필요도 없는 얘기다. 자사 사정에 맞게 탄력적 운영을 하는 것이 회사 경영의 기본 방침인 것인들 누가 뭐라 하겠는가.

하지만 전산실은 전산실다워야 한다. 전산실 직원들이 홍보나 영업 일선에 뛰어들며 회사 살리기에 앞장서야 하는 것은 일단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수년에 걸쳐 전산 시스템 개발과 유지에 힘써왔던 그들은 누구보다도 회사를 일으킬 주역들이다.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 전문 지식, 탄탄한 업계의 소식통들을 그들은 갖추고 있다.

정작 그들을 이용한 회사 수익 창출을 기대한다면 한층 새로운 시스템 개발과 개선에 주력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하지 않을까.

전산실의 임무가 비단 신규 개발만 있는 것은 아니니, 투자가 어렵다면 고객 확보를 위한 또 다른 전략을 강구해야 한다.

몇 년 전, IT 산업이 한창 물이 오를 때 연간 몇 백억 씩 투자하며 전산실을 토닥여 주던 그런 분위기는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이제 물이 오를 때로 오른 증권 시스템 개발을 새로 찾기 힘든 것도 사실이지만, 현 증권사 사람들을 옆에서 바라보는 게 아쉬운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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