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유통의 질적 선진화
보험유통의 질적 선진화
  • 안철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
  • moon@seoulfn.com
  • 승인 2010.06.2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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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경 산업연구실 연구위원
2000년까지 보험유통시장은 전통적인 보험설계사 또는 보험대리점과 같은 전속채널(보험회사 소속 채널) 중심의 단조롭고 안정적인 구조로 되어 있었다. 2000년 이후부터 정보통신기술의 발달, 금융겸업화 그리고 소비자 니즈의 다양화로 인해 보험유통시장은 빠르게 변화되기 시작하였다.

동 기간 동안에 변화된 유통채널을 보면, 통신판매·인터넷(2001), 방카슈랑스(2003년), 홈슈랑스(2003), 독립대리점(2005), 교차모집(2008), 마트슈랑스(2009)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통채널 또는 방식(platform)이 신채널로 도입되거나 활성화되기 시작하였다. 기존의 전속채널 중심의 유통구조에서 새로운 유통구조로의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 전개된 것이다. 보험유통의 양적 선진화의 길에 접어든 것으로 볼 수 있다. 

보험유통의 양적 선진화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시장경쟁을 촉진시키는 결과를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전통적 유통채널 기반이 약한 일부 외국계 보험회사의 국내시장 연착륙과 국내 중소형 보험회사의 영업 경쟁력 확보에 기여하였다.

그 결과 중소형 생보사 및 외국계 생보사의 시장점유율이 각각 2001년에 14.0%, 8.0%에서 2009년 12월 현재 24.4%, 20.8%(2009년 12월)로 크게 증가하였다. 또한 다이렉트 자동차보험회사, 은행계 보험회사와 같은 단일의 특화된 유통채널을 사업모델로 하는 보험회사가 출현하는 계기가 되었다.

보험유통구조의 변화는 최근 주요보험 선진국의 시장에서도 두드러진 현상이다. 영국이나 미국의 보험유통시장을 보면 전속채널 중심에서 독립채널 중심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지고 있다. 대리점, 중개사, 금융기관, 통신·인터넷, 파트너쉽(partnership), 보험몰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한 채널이 활용된다.

문제는 국내 보험유통의 변화가 공급자 또는 판매자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소비자 중심 또는 금융겸업환경 체제에 적합하지 않은 부분이 상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양한 채널구조를 수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거나, 제도가 있다고 하여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울러 불공정거래 및 불완전판매로 인한 보험회사 또는 보험소비자의 피해가 지속적으로 사회적 문제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로 인해 보험산업에 대한 이미지 훼손의 주범이 유통채널로 인식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물론 현행의 보험유통제도는 전통적인 전속채널 구조에 다양한 제판분리형 제도가 접목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과도기적 현상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시장기능이 정상화될 날을 기대하면서 기다릴 수만는 없는 일이며, 유통구조의 질적 선진화를 위한 제도나 관행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유통채널 종사자의 자격 및 교육제도, 소비자 중심의 유통 관행 정착을 위한 행위규범 및 윤리강령, 불법행위에 대한 판매자책임, 선수당 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 아울러 거래비용 절감 채널 확보를 통한 보험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도 고려되어야 한다.
  
보험유통시장의 질적 선진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양적 선진화만 추구된다면 보험시장의 건전성과 효율적 시장구조에 한계를 갖을 수 밖에 없다. 보험유통구조의 질적 선진화 논의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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