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윤대 회장과 '거미가면'
어윤대 회장과 '거미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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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서지희 기자] 국내 최대 금융사인 KB금융지주의 수장에 오른 어윤대 회장내정자에 대한 주변의 시선은 결코 곱지않다. 우선은 그가  현정권의 'MB사람' 심기에 의한 낙하산 인사라는 점이다. 그는 기본적으로 은행경영에는 문외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무경험이 없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 그가 이대통령의 고려대 후배로 측근이라는 이유때문에  KB금융지주의 수장이 됐다. KB나 금융계가 이를 바람직한 인사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또 하나 그의 회장내정은 신관치금융시대를 열었다는 점에서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금융은 금융을 잘 아는 사람에게 맡겨야 금융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한다는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다. 관이 금융을 쥐락 펴락하면 시장기능이 왜곡되는 부작용이 발생하기 마련이고 그 결과는 국민경제의 성장과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나타나게된다. 그런데 어 회장은 사실상 관이 임명한 사람으로  신관치금융의 주역으로 등장한 것이다.

평이 이러하고 보면 어회장은 언행에 보다 신중해야한다. 관치의 힘에 근거한 오만함에서 비롯된 것일까. 회장에 내정된 후 그가 뱉은 경솔한  말 한마디로  금융권이 술렁이고 있다.  지난 16일 말 많았던 KB금융지주 회장문제가 결정된후 그는 앞으로 우리금융을 인수해 세계 50위 안의 금융회사를 만들겠다는 거대한 포부를 밝혔다. 모두들  새로운 수장의 도발적인 자세가 사뭇 당돌하다고 느끼는 순간  어 회장은 외환은행과 산업은행과의 M&A에 대해서는 노골적으로 'No'라고 선을 그었다."도움이 되지 않는다, 살 여력이 없다"라는 표현을 곁들이면서 외환 및 산업은 관심사항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낙하산으로 '힘'이 있다는 믿음때문에서인지 어 회장은 기존에 쉬쉬하며 물밑작업을 진행해 오는 다른 경영자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인수합병이란 A기업의 가치를 B기업이 평가한 후, 말 그대로 사고 파는 민감한 거래이다. 최근 은행권 M&A 시장에서도 그럴 듯한 추측만 무성했을 뿐 명확한 구도가 나오지 않는 이유도 사는 쪽도 팔리는 쪽도 자신의 가치를 최대화하고  협상을 통해 서로의 요구와 가치를 저울질하기 위해서였다. 이런 측면에서 어 회장의 발언은 권력의 비호아래 "나는 그럴만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승자독식'의 오만함을 드러낸 발언으로 까지 여겨지고 있다.

은행권에서도 어 회장의 의욕(?)에 앞선 '안하무인'적인 태도에 불쾌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M&A시장에 참여 뜻을 밝혀온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최근 한 행사장에서 어 회장의 발언은 적절치 않았다라는 지적을 서슴치 않았다. M&A는 상대가 있는데 특정 대상(매물)을 언급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벌써 김승유 회장과 어윤대 회장, 다시말해 'MB사람'끼리 기싸움이 시작됐다라는 우스갯 소리도 나오고 있다. 우리금융과 합병이 성사된다면 기업 내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는 분위기가 감돌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어 회장을 향해 "'대형화 망상에서 깨어나라"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금융계구조조정을 둘러싸고 어 회장과 금융노조의 충돌이 이미 시작됐음을 감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어회장의 우선 먼저 해야할 일은 은행간 인수합병문제가 아니고 황영기 전회장의 퇴진을 전후해서 조성된 KB금융내부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추스르는 일이다. KB금융 내부문제만 하더라도 시급히 해결해야할 문제가 산적해 있는데 그는 '우리은행발언'으로  전선(?)을 안팎으로 형성하는 힘겨운 상황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KB회장 내정 발표전 모 언론매체는 KB회장이 갖춰야할 가장 중요한 최우선 요건으로 "국내최대인 KB규모에 맞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말하는 '맞는'이라는 뜻은 경험과 연륜을 뜻하는 것이다. 중요정책의 결정에 있어 아무리 신중해도 지나침이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어회장은 자신의 전문성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 자리에 앉자마자 경솔한 발언을 한 것은 KB금융수장에 걸맞는 인물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거미가면'을 쓰고 다니는 어린이 만화 속 인물도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을  끝없이 강조한다.  2만7000여명의 수장이 된 어 회장은 자신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이전과 다른 여파를 몰고 온다는 점을 인지, 언행에 보다 신중해야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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