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특별할인..정상가 입주민은 '봉'?
아파트 특별할인..정상가 입주민은 '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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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지역 최고 1억 할인..입주민 반발
재정난 시행사 '기부채납 도로공사비 반환소송'

 통상 새로 지은 아파트에는 '입주를 환영합니다'라는 플래카드가 붙지만 경남 진주시 금산면 새 아파트에는 '중단하라. 책임져라. 반환하라'라는 문구를 적힌 플래카드가 곳곳에 걸렸다.

오가는 입주민들의 표정 역시 굳어 있다.

주민들에게 '분위기가 왜 이러냐'고 묻자 한 주민은 "수백명의 입주민들이 하루아침에 수천만원씩의 재산을 날리게 됐다"고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2009년 1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이 아파트는 1년이 지난 지금까지 940가구 가운데 절반 정도만 분양됐다.

기존 입주민들은 벽에 금이 가고 물이 새는데다 방음처리가 안 돼 층간 소음이 심각하다며 시행사 등에 하자보수를 요구했다.

그러나 시행사와 시공사는 재정난으로 제대로 응하지 못하고 있다.

시행사 등은 궁여지책으로 미분양 가구를 특별할인해 분양하기로 했다.

분양가격의 최저 11.25%에서 최고 22.5%를 깎아주고 베란다를 무료로 확장해 주기로 해 60평형의 경우 최고 1억원까지 할인받는 셈이다.

정상 분양가를 지불하고 먼저 입주한 주민들이 반발하는 이유다.

이들은 특별분양을 중단하든지, 아니면 정상 분양가를 준 입주민들에게도 할인금액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시행사 측은 "울며 겨자 먹기로 특별할인분양하기로 했는데 입주민들의 반발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됐다"고 하소연이다.

시행사는 재정난에 허덕이자 지난 4월 경남도와 진주시를 상대로 '기부채납에 대한 부당이득금 반환청구소송'을 제기했다.

120억원을 들여 기존 도로에서 아파트 입구까지 개설한 1.65㎞ 진입도로를 기부했는데 부당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진주시 관계자는 "빨리 허가를 받으려고 시행사 측에서 도로를 만들겠다고 약속해 놓고 반환하라는 것은 상식선에서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축허가 당시 시행한 교통영향평가에서 새로운 도로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오자 시행사 등은 허가를 받기 위해 도로개설을 자처했었다.

반발하고 나선 입주민들은 항의시위와 건설사ㆍ모델하우스 방문 투쟁을 계속하기로 해 시행사와의 갈등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진주지역에는 2007년 허가를 받아 지난해 분양에 들어간 13곳 1만3천여 가구의 아파트 가운데 5천여 가구가 지금까지 미분양 상태로 남아있다.

따라서 일부 시행사의 특별할인분양 등으로 아파트 값이 분양가 이하로 떨어지면서 생긴 입주민들과의 마찰은 다른 곳에서도 불거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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