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민영화, 눈치만 보다 실기할텐가?
우리금융 민영화, 눈치만 보다 실기할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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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 우리금융 민영화를 둘러싸고 금융당국의 고민이 크다고 한다. 다양한 매각방식을 놓고 고민하다 결국 인수 희망자의 제안에 따르기로 결론이 난듯한 분위기다. 언뜻 보면 우리금융 매각 방식의 윤곽이 드러난 것처럼 보이지만 시장의 다양한 의견만큼 불확실성은 더욱 커진 셈이다.

사실 우리금융 민영화를 둘러싼 셈법이 복잡한 것은 각 매각방식마다 제약요인이 따르기 때문이다. 정부가 가장 선호하는 경영권 매각방식은 10조원을 훨씬 웃도는 우리금융의 몸값을 감당할 만한 금융사가 없다는 점이 제약요인이다.

지분을 쪼개파는 분산매각 방식의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기해야 한다는 점에서 공적자금 극대화 원칙에 어긋난다. 두 방안 모두 녹록치 않아 대안으로 제시됐던 합병방식은 정부가 다시 합병은행의 대주주가 된다는 점에서 민영화 취지에 부합하지 못하는 한계를 가진다.

우리금융이 외환위기 이후 10년 넘게 시중은행이면서도 '관치'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경우 금융공기업 민영화 및 우리금융 조기매각을 필두로 한 '금융선진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건 만큼 시장의 기대는 남달랐다.

금융당국 역시 우리금융 매각을 통한 은행 대형화의 필요성을 역설해온 만큼 '금융계의 삼성'의 출현 기대감으로 이어졌다. M&A 전문가들도 우리금융 매각은 사실상 정부가 나서야만 해결할 수 있는 과제이며, 합병 방식이 유력하다고 입을 모아왔다. 진동수 금융위원장 역시 우리금융 민영화의 현실적 대안으로 합병방식을 직접 거론할 만큼 진전된 자세를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말을 전후로 뒤바뀐 금융당국의 어정쩡한 태도는 우리금융 민영화가 또다시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올 하반기까지 민영화가 완료될 것이라는 기대를 저버리면서, 내년 상반기도 장담하기 힘들다는 시각도 나온다. 이 때문에 시장 일각에서는 '당국의 속내가 도대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 마련을 위해 부활시킨 공자위는 그동안 뭘 했느냐는 빈축도 들린다.

물론 금융당국으로서는 밖으로는 글로벌 금융규제가, 안으로는 특정 금융사와의 합병에 따른 특혜논란에 대한 부담에 직면해 있다는 점에서 섣불리 나서기 힘든 상황이라는 측면에서는 어느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금융당국이 우리금융 민영화 완료시점을 G20 정상회의 이후인 내년 초로 미룬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민영화 시점이 또 한차례 지연된다면 주변 환경이 아닌 정부의 의지에 물음표가 따라붙을 수 있으며 이는 관치 논란으로 번질 개연성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빠르면 이달 중 발표될 우리금융 민영화 세부안에는 우리금융 민영화와 관련한 구체적인 매각 방식은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진정성이라도 담겨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담그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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