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아파트 '입주폭탄'에 집값 휘청
수도권 아파트 '입주폭탄'에 집값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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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고양 등 상한제 회피 아파트 줄줄이 입주
불 꺼진 아파트 늘어..입주대란 우려 확산

수도권 아파트 시장이 새 아파트 '입주 폭탄'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으려고 지난 2007년에 대거 공급했던 아파트들이 올 들어 본격적으로 입주를 시작한 까닭이다.

최근 수도권은 주변 시세보다 싼 보금자리주택 공급으로 집값이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용인, 파주, 김포, 남양주 등에서는 올해 각각 1만 가구가 넘는 아파트가 대거 입주하면서 인근 아파트 매매, 전셋값을 끌어내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상반기보다 하반기의 입주물량이 더 많아 하반기에 '입주대란'이 본격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입주 몰린 수도권 집값 약세 = 7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총 30만2천여 가구로 지난해(28만1천여 가구)에 비해 2만여 가구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수도권은 지난해보다 1만5천 가구가 많은 17만1천여 가구가 입주해 주변 아파트 시장에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용인시는 올해 서울, 경기를 통틀어 가장 많은 1만4천여 가구가 입주하면서 최근 매매, 전셋값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용인시의 아파트 매매가는 연초대비 3.24% 하락해 경기도 전체 평균(1.56%) 대비 2배 이상 더 떨어졌다.

새 아파트 입주율도 저조해 총 300여 가구인 용인 구성 자이는 지난 3월 말부터 입주가 시작됐지만 현재 입주율이 46%에 그치고 있다.

고양(1만3천500여 가구), 파주(1만2천여 가구), 남양주(1만1천500여 가구), 광명시(1만여 가구) 등에서도 올해 하반기까지 각각 1만 가구 이상 입주물량이 쏟아지면서 물량 충격을 받고 있다.

파주시의 아파트 매매가는 연초대비 3.26% 떨어져 수도권 전 지역을 통틀어서도 낙폭이 가장 컸고, 고양시도 2.69% 하락했다.

남양주시 신안인스빌의 경우 2천340가구의 대단지로 113㎡의 경우 연초보다 1천만~2천만원 떨어져 매매가가 2억6천만원 선이다. 전셋값도 매매가보다 턱없이 낮은 7천만원에 불과하다.

인근 M공인 관계자는 "당첨자 중에서 계약금 10%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분양을 포기하는 사람도 종종 나오고 있다"며 "지난달 말까지가 입주 기간이지만 현재 절반 정도밖에 차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입주 폭탄의 후유증은 서울 강북지역도 마찬가지다. 강북구는 지난달 말부터 미아뉴타운래미안 1,2차 총 2천577가구가 입주를 시작하면서 연초대비 매매가가 2.02% 하락했다.

이 아파트 108㎡형 매매가는 4억5천만원 안팎으로 연초 분양권 가격보다 4천만~5천만원가량 떨어졌다.

분양가가 6억3천700만원인 145㎡형은 현재 6억원대 안팎으로도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서울에서도 불 꺼진 아파트가 많다. 은평뉴타운 대우건설이 분양한 총 800가구 규모의 강동구 둔촌 푸르지오는 지난 3월15일부터 입주를 시작해 입주 지정기간이 끝났지만 현재 입주율이 75%에 그치고 있다.

◇2007년 상한제 회피 위한 '몰아치기' 분양 탓 = 이처럼 올해 입주물량이 늘어나는 것은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2007년 11월 말까지 분양승인을 신청한 단지는 상한제 대상에서 제외해주면서 건설사들이 앞다퉈 분양을 쏟아냈던 까닭이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2007년에 사업승인을 받은 아파트는 공공, 민영을 통틀어 총 55만6천여 가구(수도권 32만 가구)에 달한다.

분양가 상한제가 본격 시행된 2008년 37만1천여 가구, 지난해 38만1천여 가구(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 포함)가 사업승인을 받은 것에 비하면 50%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아파트 건설기간이 통상 2~3년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2007년~2008년 초에 분양한 아파트가 올해 본격적으로 입주가 진행된다.

전문가들은 올해 상반기(14만5천800여 가구)에 비해 하반기(15만3천500여 가구) 입주물량이 더 많아 집값 약세가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9월 이후로는 용인 신봉동 수지 자이2차, 성복자이 2차, 동일하이빌과 고양시 덕이동 신동아파밀리에, 일산자이위시티 등 고분양가 논란을 빚었던 대규모 단지들이 한꺼번에 입주할 예정이어서 분양가 이하 매물이 속출하고, 입주율이 저조해 불 꺼진 아파트가 급증할 것으로 우려된다.

부동산114 김규정 부장은 "2007년 상한제 회피 분양 물량이 결국 집값 회복에 발목을 잡고 있다"며 "내년에는 입주물량이 감소하지만 올 연말 입주가 시작되는 아파트가 적지 않아 내년 초까지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소장은 "최근 보금자리주택 공급 등으로 수도권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입주 물량까지 늘면서 하반기 집값도 약세를 보일 것"이라며 "계약자들이 새 아파트로 입주하지 못해 고통받는 '입주대란'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입주율 하락은 건설사에도 큰 악재다. 분양가의 20~30%에 이르는 잔금을 받지 못하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고 건설업체, 협력업체 부도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정부는 이 때문에 입주율을 높이는 방안으로 입주 예정자가 보유한 기존주택을 사는 구매자에게 국민주택기금에서 대출해주는 등 묘안을 찾고 있지만, 대상이 한정돼 있어 입주율을 높이기에는 역부족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신규 분양물량을 대폭 줄이면서 미분양은 많지 않지만 앞으로는 미입주가 더 큰 사회적 문제가 될 것"이라며 "집값 하락, 건설사 부도에 따른 시장 충격을 완화하는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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