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을 이용하지 맙시다?'
'외환은행을 이용하지 맙시다?'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4.06.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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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 앞을 지나다 보면 ‘투기자본 론스타에 매각된 외환은행을 이용하지 말자’는 내용의 플래카드가 걸려있는 것이 눈에 띈다.

명동 한복판에 위치한 외환은행의 지리적 이점(?) 때문에 점심시간이면 수많은 사람들이 그 플랜카드 옆을 지나치고 당연히 외환은행 거래 고객들도 그 앞을 지나간다.

플래카드의 주인은 외환카드 노조와 소위 ‘동지적 관계’에 있는 한 금융권 노조다.

그런데 평소 아무 생각 없이 지나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일 플래카드대로 외환은행 고객들이 모두 외환은행을 외면한다면 그래서 외환은행이 문을 닫기라도 한다면 투기자본이던 투자자본이든 론스타야 돈 몇 푼 잃고 다시 팔고 나가면 되지만 외환은행에 종사하는 4천여직원과 가족들은 어쩌라는 걸까?’

무슨 자폭 테러도 아니고 경영진이 얄밉다고 ‘우리회사 망하게 해주세요’하고 비는 노조가 있다면 결코 제정신은 아니리라.

마찬가지로 주의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남의 회사 망하라고 플래카드를 걸어놓은 그 노조의 심사가 궁금하다.

만일 그들이 일하는 회사 앞에서 ‘당신네 회사 맘에 안 드니 망하시오’하고 고사 지내는 사람이 있다면 그들은 과연 관대한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

아무리 론스타가 외환카드를 정리하면서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었다 하더라도 멀쩡한 남의 직장을 망하라고 비는 일은 正道가 아니다.

또 최근에는 ‘문제아’이자 ‘동네북’인 론스타가 불법채권추심문제로 여론은 물론 금융감독당국으로부터도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특히 금감원은 검찰 수사결과에 따라 론스타의 불법 채권추심 혐의가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유지에 결격사유가 되는 지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한다.

만일 대주주 자격유지에 문제가 생겨 지분 매각 결정이라도 떨어지면 가까스로 경영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는 외환은행이 모든 일을 원점에서 시작해야 할 상황이다.

론스타가 정상적인 금융자본인지 아닌지, 외환은행의 대주주로써 경영자로써 자격이 있는지 하는 판단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수많은 직원의 생계가 달려있고 또 수많은 기업의 목숨줄을 걸고 있는 외환은행이 정상화되고 성장해 나가는 방안을 찾는 일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한다.

‘相生’이라는 단어가 요즘은 신문이건 방송이건 참 많이도 눈에 띈다.
정치권만 상생을 할 일이 아니라 이제 금융권도 상생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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