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잃은 한국 은행들
신뢰잃은 한국 은행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 국내외 투자자들의 매도공세에 따른 국내 은행들의 주가 급락세가 멈출줄 모르고 계속되고 있다. 지난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잠시 회복세를 보였던 은행주는 최근 유럽발 재정위기 우려로 또 다시 휘청거리는 모습니다.

사실 은행업은 여타 제조업과 비교해 외부 변수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전세계 금융시장의 동조화가 심화될수록 대외 자본거래 규모가 커지고 이는 곧 디폴트 위험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충분히 감안하더라도 국내 은행주의 급락세는 지나치다는 게 국내외 증시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국내 경제에서 유럽시장이 차지하는 비중도 작을 뿐더러, 국내 은행들 역시 유럽은행과 거래가 많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유가증권시장에서 국내 은행업종지수는 지난 4월 이후 코스피지수가 6% 가량 하락하는 동안 무려 3배에 가까운 17% 급락세를 연출하고 있다. 주가 급락세만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앙지인 미국, 유럽의 은행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현대차와 삼성전자 등 일부 제조업종의 경우 금융위기 이후 많게는 2배 이상 주가가 급등했다는 점과 비교하면 국내 은행주가 어느정도 저평가 국면에 있는 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KB금융을 비롯한 대다수 시중은행은 금융위기 직전 대비 주가가 절반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유럽위기의 국내 시장으로 전염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지금은 은행주를 사야할 시점이다'라고 입을 모으고 있지만 주가회복을 자신하는 전문가를 찾기란 쉽지않은 게 또 현실이다. 

국내 은행의 경우 유럽 등 대외 변수 외에도, 투자자들로부터의 신뢰악화가 주가 하락의 또다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에 대한 신뢰의 문제는 다시 은행권 자체의 구조적 문제와 금융당국, 즉 정부의 관치 리스크로 요약된다.

은행권 자체적인 문제로는 천편일률적인 영업관행과 이에 따른 쏠림현상이 빚어낸 과당경쟁이 최대 리스크로 꼽히고 있다. 고만고만한 은행들이 유사한 방식으로 경쟁을 하다보니 체력보다 덩치키우기만 열을 올려온 탓이다. 외환위기로 십수개의 은행이 문을 닫았지만 과당경쟁 문제는 이후에도 줄곧 언론의 단골메뉴처럼 인용돼 왔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부동산시장 호황을 타고 급격히 불어난 주택담보대출은 국내 은행의 심각한 경영위험 요인임과 동시에 국내 경제회복의 최대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은행들의 철저한 자기반성이 필요한 대목이다.

국내 금융사들을 관리감독 해야할 금융당국 역시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의 위기를 부추겨 왔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해마다 반복되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낙하산 인사' 논란은 둘째 치더라도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정부의 금융관련 정책은 국내외 투자자들을 혼란을 가중시켜 왔다.

무엇보다 시간이 갈수록 뚜렷해지기는 커녕 묘연해 지고 있는 우리금융 민영화와 KB금융 회장 인선을 둘러싼 관치논란도 신뢰의 문제를 심화시킨 요인 가운데 하나다. 금융시장에서 '조폭당국'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들리는 한 '금융 선진화'라는 정부 공약도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