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보험사의 참담한 민원평가
<기자수첩> 보험사의 참담한 민원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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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가 영업을 하는데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에 전문가들은 회사에 대한 '평판(Reputation)'이라고 한 목소리로 말한다. 다른 금융업종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보험업의 경우 무형의 서비스라는 보험상품의 특징과 정보비대칭의 존재 때문에 회사의 이미지나 평판이 더욱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소비자들이 보험상품에 가입할 때 상품보다는 판매하는 보험사에 대한 인식이나 평가를 먼저 고려한다고 한다.
이에 보험사들은 평판리스크 관리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아직 가야할 길은 멀기만 하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09년도 금융사 민원평가 결과'를 보면 알수 있다. 민원발생 평가란 은행, 카드, 증권, 보험 등 전 금융업권을 대상으로 금감원이 접수한 민원 중 금융회사가 이를 어떻게처리했는지를 금감원이 직접 종합적으로 평가한 결과서이다.
금감원은 영업규모 대비 민원발생 건수, 해결노력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1등급(최상위)부터 5등급(최하위)까지 회사별 등급을 산정한다.
민원 평가는 1등급(우수), 2등급(양호), 3등급(보통), 4등급(미흡), 5등급(불량)으로 구성되는데, 4∼5등급을 받게 되면 '요주의' 금융회사가 된다. 최하위 등급인 5등급을 받을 받을 경우 경영진은 금감원과 면담을 해야 하고, 회사는 금감원으로부터 현장 점검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평판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민원평과 결과에 따른 직접적인 제재가 내려지는 것은 아니지만 고객들의 민원은 회사의 평판 리스크와 직결되기 때문에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의 민원평가 결과 참담한 성적을 기록했다.
우선 1등급을 받은 보험사가 생·손보사를 통틀어 단 한 곳도 없었으며 최하위 등급을 받은 보험사는 전년대비 무려 4배나 늘었다.
이 가운데 특히 눈에 띄는 보험사가 있었다. 흥국생명이다. 흥국생명은 지난 2008년만 하더라도 2등급의 양호한 성적을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5등급으로 급락하며 '꼴찌'의 불명예를 안았다. 불과 1년만에 무려 3등급이나 떨어졌다는 것은 흥국생명의 민원관리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것이 아닌가 라는 의구심을 갖기 충분하다.
계열사인 흥국화재 역시 전년대비 2등급이나 떨어지면서 최하위 등급을 기록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흥국화재의 경우 2009 회계연도 기준 분쟁조정건수에서도 전년말 대비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흥국화재는 2009회계연도 상반기(2009년 4월~2009년 9월) 기준 보유계약 10만건당 신규 소송제기 건수가 13.2건이었다. 이는 업계 평균 건수 대비 7.8배나 높은 것으로 흥국화재의 규모를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이다.
금융사가 소비자가 제기한 민원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게 되면 소비자들과의 합의 과정에서 좀 더 우월적인 위치를 선점할 수 있다고 한다.
소송과정에서 겪게 되는 어려움 때문에 소비자들이 금융사가 제시하는 합의안을 좀 더 쉽게 받아들이게 되기 때문이다.
이에 많은 금융사들은 금감원의 분쟁조정 절차 대신 소송을 제기한다. 흥국화재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앞서 말한대로 보험업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평판리스크' 관리이다. 당장의 이익때문에 고객과의 소송까지 불사하며 고객의 어려움을 외면하면서 보험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눈 앞의 이익만을 쫓기보다는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객과 함께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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