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유 회장의 '苦言'
김승유 회장의 '苦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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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 하나금융지주 김승유 회장이 쓴소리가 금융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다.

김 회장은 최근 미소금융 이사장으로서 서울 공릉동 도깨비시장을 방문한 직후 기자들을 만나 한국 은행들의 낮은 경쟁력의 원인에 대해 '한국의 국가브랜드' 때문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은 제조업과 달리 무형자산을 파는 곳인데 이같은 무형자산 뒤에는 한국이라는 국가 브랜드가 자리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 은행들이 해외진출에 적극 나서더라도 '한국의 은행'일 뿐 '미국의 은행'과는 인지도나 신용도 측면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해석된다.

연일 삼성과 현대차를 운운하며 국내 금융산업의 취약한 경쟁력을 비판해온 금융당국의 발언에 대해 금융사 CEO로서 반론을 제기한 셈이다.  

사실 국내 금융산업의 더딘 발전은 정부의 각종 규제와 금융당국의 관치 리스크가 한 몫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금융규제 움직임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지만 국내 금융산업의 경우 여전히 규제완화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은 그만큼 국내 금융산업의   규제가 촘촘함을 방증한다.

자본시장법과 해외진출 규제 완화 등 현 정부 출범 이후 추진돼온 금융산업 선진화 정책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실상 무용지물이 돼 가고 있다. 국내 금융사 입장에서는 날개를 채 펴보기도 전에 꺾인 꼴이 된 것과 다름 없다.

특히 은행산업 발전의 일대 전환점으로 꼽히고 있는 우리금융 민영화 역시 '관치금융'의 영향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10년 넘게 관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유화 됐던 은행이 민영화되기까지 10년 이상 소요된 사례는 해외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의 경우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때 대규모로 투입됐던 공적자금이 불과 2년여만에 대부분 회수됐다. 그러나 우리금융은 '정부 소유의 시중은행'이라는 애매한 정체성으로 정부 인사의 낙하산 통로로 활용되며 위험한 줄타기를 계속해 왔다.

현 정부 역시 이같은 비판여론을 수렴해 우리금융 민영화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계획을 밝혀왔다. 물론 금융위기 와중에도 소수지분 매각에 성공하며 정부지분을 50%대까지 낮춘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연내 민영화를 마무리짓겠다는 계획이 내년초로 미뤄진 것을 놓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금융당국의 보신주의가 민영화 연기의 배경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금융사의 추가적인 대형화를 막는 선진국들의 '볼커룰' 제정 움직임과 연관짓는 목소리도 나온다. G20 의장국으로서 세계적인 금융규제 움직임에 역행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반영된 것이다.

지난해까지 메가뱅크안을 밀어부칠 태세였던 정부가 올 들어 '경쟁력과 규모는 별개'라고 입장을 뒤바꾼 것 역시 우리금융 민영화 의지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사실 하나금융지주는 우리금융과의 대등합병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은행재편의 핵심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우리금융 민영화는 곧 하나금융의 향후 행보와도 직결된다. 김 회장의 쓴소리가 우리금융을 염두해 뒀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따르지만 우리 금융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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