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폐 '사후약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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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임애신 기자]  금융감독당국이 증시 건전성확보차원에서 빼든 '칼'에 투자자들은 위협을 느끼고 ,그리고 불안에 떨고 있다. 투자자를 보호하고 건전한 시장을 유지한다는 측면에서 부실상장기업을 퇴출시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문제는 쌈짓돈을 모아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만 상장폐지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안게 된다는데 있다.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코스닥시장 상장 12월 결산법인 35개사 가운데 30개사가 상장 폐지됐다. 나머지 5개사 중 올리브나인ㆍ메카포럼ㆍ우리담배판매ㆍ스카이뉴팜은 상장폐지 사유해소로 상장 유지가 결정됐고, 네오세미테크는 개선기간이 부여됐다.

상장폐지 사유 발생기업 중 유일하게 운명이 정해지지 않은 네오세미테크에 대한 최종 결론은 오는 8월께 날 전망이다. 이처럼 네오세미테크의 상폐 위기가 유예되기까지 소액주주들의 눈물겨운 노력이 있었다.

부산·춘천 등 전국에서 모인 가정주부, 월차를 내고 올라온 직장인 등 네오세미테크의 주주들이 며칠 동안 서울 여의도에 모여 회의를 하고 시위를 했으며, 매체광고까지 동원해 네오세미테크를 살려야 한다고 호소했다. 또 네이버카페 '네오세미테크 주주연대'는 거래소·대주회계법인·금융감독원 등을 조직적으로 방문해, 이들은 '죽기 아니면 살기'라는 각오로 감사원·총리실·경찰청 등에 민원을 넣기도 했다. 

시가총액 4083억원으로 코스닥 시총 27위인 네오세미테크가 증시에서 퇴출될 경우 주주 1인당 최대 피해액은 2224만원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네오세미테크는 대주주지분을 제외한 투자자 지분이 80%에 육박해 그 심각성은 더 하다.

네오세미테크의 한 소액주주는 "겨우 상장폐지는 막았지만 개선기간도 남아 있고 거래가 된다고 해도 주가가 하락할 것이 뻔해 답답하다"며 "그래도 휴지조각이 되지 않은게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상폐된 기업들이 급증한 것은 내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을 앞두고 감독당국이 회계감리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있고, 회계법인들도 부실감사 혐의로 집단소송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원칙을 철저히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거래소가 올해 의욕적으로 실시한 '상장폐지 실질심사제도'가 상폐 기업증가의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상장폐지 실질심사제도는 기존의 형식적인 상장폐지 이외에 영업정지, 불성실공시 등 구체적인 내용 및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업의 상장 적격성을 수시로 심사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당연히 퇴출돼야 마땅하지만 그간 시장에 남아 있었던 기업들을 몰아내고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그러나 투자자보호를 위해 생긴 상장폐지 실질심사제도가 역으로 투자자들 위험에 몰아넣는 것이 아닌가 의문스럽다. 이 제도로 인해 유발되는 피해가 고스란히 개인 투자자에게 전가되기 때문이다. 더불어 상폐 이슈로 인해 시장 건전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구심도 높아지고 있다. 또 소수 코스닥 상폐기업들 때문에 우량기업까지 평가 절하를 당할 수 있다.

'칼'을 빼들어 시장 건전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로 인해 시장이 침체에 빠지지 않을만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특히 투자자들이 혼란스럽지 않도록 재무제표 및 공시가 번복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올해 상장을 마쳤거나 준비하고 있는 기업은 코디에스, 하이소닉, 동운아나텍 등 약 40여개다. 상장을 마친 기업들은 사업자금 조달에만 의미를 두지 말고, 상장 후 사업보고서·반기보고서·외부감사내용 등에 대한 공시의무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겠다.

증권사들도 기업을 상장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후 관리는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간과하면 안된다. 코스닥시장 규정상 상장업무를 맡은 기업에 대해 초기 2년간 6개월에 한 번씩 분석보고서를 내야 한다.

무엇보다 먼저 기업공개(IPO) 때부터 자기자본유지, 순이익실현, 수익성, 재무상태 등의 질적인 요건을 제대로 검토해야, 상장 후 폐지돼서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을 것이다. 코스닥에 입성할 수 있는 기업은 작지만 제대로된 기업이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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