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 빅뱅, '자율'과 '개입'의 조화로
증권업 빅뱅, '자율'과 '개입'의 조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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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선현 기자] 정부가 증권업계 재편하자는 뜻 아래 칼을 빼 들었다. 추가사업 인가 요건을 강화함으로써 증권사 신규 수익원을 제한한 것이다. 인가안에는 금융투자업자가 업무 추가 승인을 신청할 경우 최근 1년간 기관경고나 3년간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금융회사가 업무 일부정지 조치를 받으면 2년 동안, 전부 정지 조치는 3년 동안 인가를 받을 수 없도록했다.

특히, 은행에만 적용하는 펀드 판매 고객 차별 행위 규제를 증권사에도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증권사는 앞으로 CMA 가입 고객에게 금리를 우대하는 등의 혜택을 줄 수 없게 된다. 또,  펀드의 장외파생거래 대상 범위를 '신용등급 투자적격 이상'에서 '보증인의 신용등급이 투자적격 이상'인 경우와 담보물을 제공받는 경우까지 확대했다.

증시 조정에 따른 실적 차별화가 가속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금융당국의 제재는 증권사들의 손발을 묶어 놓는거나  다름없다. 물론, 이같은 정부의 간접적 개입을 전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산업계 및 금융권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가속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증권사들의 '새판짜기'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당면과제다.

시장에서는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증권사들이 자율경쟁을 통해 대형화를 이룰 것으로 기대했지만 회사는 오히려 더 늘어났고 '난립' 수준으로 까지 변질되고 있다. 증시 조정이 있을때 마다 수익구조가 불안한 중소형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온갖 루머가 나돌며 업계 재편 기대감을 높였지만 그때마다 '설(說)'에 그쳤고 한국판 '골드만삭스의 꿈'은 더욱 멀어져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증권업이 자본시장법 최대 수혜를 받을 것이란 기대감은 점점 멀어져가고  있으며 1년이 지나도록 이렇다 할 성과조차 없는 실정이다. 여전히 수익구조는 브로커리지에 집중돼 있고 신규업무 진출도 선물업, 신탁업, 파생상품업 등에만 국한돼 있어 '제로섬 게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어찌보면 시장 실패인 셈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같은 상황을 초래 한 가장 기본적인 책임은 자신들에게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지난 2007년 11월, 금융당국은 증권사 간 경쟁 촉진과 대형화를 통해 국내 증권 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방편으로 ‘증권업 허가 정책 운용 방향’을 확정하고 신규 증권사 허가 조건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허가정책은 발표 초기부터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꾸준히 제기됐었다. 증권사 몸값을 낮춰 M&A를 활성화 시키겠다는 당초의 계획과는 달리 대부분 중소형 증권사들은 M&A의 필요성에 대해 안일한 입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사업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돈이 되는 시장이니 발만 담궈보자는 식의 산업계와 일부 은행권들의 안일한 사고가 상황을 악화시킨 점은 있지만 어찌됐든 물꼬를 터준 것은 금융당국이다. 당국의 자성이 선행돼야 함을 역설하는 대목이다.

금융위기가 진정되면서 미국을 비롯한 세계 유수의 IB들이 인력 확충 및 해외진출 등을 실시하며 재기를 노리고 있다. 우리나라도 '금융빅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미 시장의 자율이 실패한 상황에서 정부의 손길은 불가피하다. 문제는 업계와 시장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정부는 업계 및 학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더욱더 많은 사례들을 분석하고 시장의 충격이 최소화 되는 선에서 합리적인 방안을 강구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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