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건희)의 귀환, '도요타 교훈'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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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이코노미스트] 이건희 회장 복귀 및 재벌 정책 '시대역행'

[서울파이낸스 전보규 기자]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삼성 이건희 회장의 경영 복귀와 한국 정부의 '재벌'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4월3~9일)에 '어려운 재벌 문제(The chaebol conundrum)'라는 논평과 '군주(왕)의 귀환(Return of the overlord)'이라는 분석 기사를 통해 이 회장의 복귀 배경과 문제점 등을 분석했다.

논평의 핵심은 "한국이 잘 나가고 있지만 막강한 권력을 지닌 재벌을 봐주는 것을 이제 중단해야 한다"는 것. 이 잡지는 지난해 세계 무역의 위축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한 것은, 정부의 대규모 부양책에 따른 내수 증가와 재벌의 수출 역량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잡지는 그러나 "재벌들은 현재의 계급적 경영구조와 왕조적 소유구조로는 대처하기 힘든 새로운 경쟁에 직면해 있다"면서, 아이폰과 블랙베리폰을 삼성의 약점을 노출시킨 사례로 지목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어 "얼마 전 이명박 대통령은 조세포탈로 유죄판결을 받은 이 전 회장을 특별사면해 그가 삼성전자 회장으로 복귀하도록 했다"면서 "재벌의 금융회사 소유를 용이하게 만들 금융지주회사법을 완화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 잡지는 "이 대통령이 누군가를 지원하고 싶다면 도울 대상은 한국의 약자들, 즉 재벌에 의해 짓눌려진 중소기업들"이라며 "재벌들은 매우 성공적인 자본가임을 스스로 입증했기 때문에 그냥 내버려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코노미스트는 '군주의 귀환'이라는 별도의 분석기사에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무역 침체를 훌륭하게 이겨내면서 한국인들은 재벌기업과 왕족처럼 사는 불가사의한 재벌가(家)에 대해 상당한 신뢰를 보내게 됐다"고 비꼬았다.

이 잡지는 "이사회의 승인도 거치지 않은 이 회장의 복귀는 서구식 기업 거버넌스 도입을 거꾸로 되돌리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또한 LG 처럼 더 투명한 지주기업 구조를 받아들일 여지를 없애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마지막으로 "도요타의 가족 오너십이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엄청난 단점이 될 수도 있다는 최근의 교훈을 외면하고 있는 것 같다"며 '제왕적 경영(emperor-management)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이는, 삼성 측이 이 회장의 복귀명분을 '도요타 사태'에서 찾은 것과는 정 반대의 논리여서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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