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는 자기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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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문선영기자] 올해도 '역시나'였다. 해마다 이맘때면 증시에 엄습하는 퇴출 공포가 올해도 여지없이 찾아온 것이다.  올해는 그 강도가 더 셀 것이란 예상이다. 12월 결산법인 가운데 총 50개 가까운 상장사가 퇴출 위기에 몰려 예년수준을 훨씬 넘어섰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시장에서 1일 현재 12월 결산법인 중 제출 시한인 31일까지 사업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한 10개사를 제외하고 총 23개사에 퇴출사유가 발생했다. 이중 8개사는 상장 폐지가 확정됐으며 이 외에 7개사는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심사 중이다.

더 큰 문제는 코스닥시장 뿐만아니라 유가증권시장까지 '퇴출 칼바람'이 불고 있다는 사실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고제·성원건설·유성티에스아이·서광건설산업·에이치비이에너지·조인에너지·제로원인터랙티브·케드콤·태창기업·현대금속 등 총 10개사에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  이 중 서광건설산업과 에이치비이에너지, 조인에너지 3개사는 자본금전액 잠식에도 해당, 상장 폐지가 확정됐다.

 상장 폐지 사유 기업들이 쏟아져 나온 것에 대해 관련 업계는 올해 감사를 강화하는 흐름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내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을 앞두고 감독당국이 회계감리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있는데다 회계법인들도 부실감사 혐의로 집단소송에 휘말릴 우려가 커지면서 원칙을 철저히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란 것이다. 이에 증권 업계 관련자들은 "기업의 불투명한 회계가 설 자리를 잃게 되는 셈이어서 투자자들로서는 바람직한 흐름"이라고 말하고 있다.

 문제는 개인투자자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이 안게된다는 점이다. 이번 상장폐지사유가 발생한  업체에 투자한 개인들의  투자금은 3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상장되는 기업이 있으면 폐지되는 기업도 있게 마련이지만  퇴출로 인해 쌈짓돈 모아 투자한 돈을 하루아침에 날릴 위기에 놓인 개인 투자자들로서는 억장이 무너지는 얘기다.

물론 회계 건전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것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상장한 지 얼마안된 기업들이 연이어 퇴출 위기에 몰렸다는 사실은 상장제도의 헛점이나 부실한 시장관리에서 비롯된 것도 사실이다.

특히 우회상장 기업에서 문제가 끊이지 않는 것에 대해 허술한 우회상장 제도에 근본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기업공개(IPO)를 통해 상장할 경우 까다로운 제청 요건을 만족시켜야 하지만 우회 상장의 경우 형식 요건 심사만 거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를 받고 상장하려면 3~4년이 소요되지만 우회 상장의 경우 심사 기준이 느슨하기 때문에 빠른 시간에 상장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감독당국에 대한 투자자들의 원망은 갈수록 하늘을 찌르고 있다.하지만 감독당국은 뒷짐만 진채 별다른 대응책을 내놓고 있지 않다.

 어디 감독당국 뿐이랴. 증권사들의 사후 관리가 소홀한 것도 큰 문제다. 코스닥시장 규정상 상장업무를 맡은 증권사들은 해당 기업에 대해 초기 2년간 6개월에 한 번씩 분석보고서를 내야 한다. 그런데도 실상을 들여다 보면 많은 증권사들이 상장을 지원한 절반 이상의 기업의 보고서를 내지 않고 있다. 지난해 코스닥시장에 올라온 53개사 중 상장 후 6개월이 지나 분석보고서를 내야 하는 곳은 모두 34개사였지만 지난 2월 현재 17개사에 대한 보고서가 나오지 않은 것. 일단 상장만 시켜놓고 사후관리는 '나몰라라'하는 증권사들의 태도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투자에 대한 책임은 분명 투자를 한 개인에게 있다. 그러나 투자자보호가 선행되지 않은 불완전한 시장에서 책임의 전부를 개인이 져야하는가. 곰곰히 따져봐야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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