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과 분배
성장과 분배
  • 홍승희
  • 승인 2004.05.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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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월여를 끌어 온 탄핵정국에 마침표가 찍혔다.

경제난이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인 상황에서 정치권만의 관심사에 매몰돼 탄핵정국을 만들어냈던 정치인들은 사실상 지난 총선으로 국민적 심판을 받았기에 헌법재판소 판결 결과는 준비된 답을 들었다는 이상의 감흥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통령 직무정지라는 비정상적 상황이 해소됨으로써 실질적인 국가통치가 재개됐다는 점은 결코 가벼운 변화가 아니다.

헌재의 결정과 총선의 결과에 따라 이제는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족쇄들이 풀림에 따라 좀 더 일관성있는 국가발전 청사진이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이 시점에서 국민들이 가장 바라는 바는 퇴보없는 국가발전이다. 경제적 난제들이 풀려나가고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기를 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국가발전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국가발전이라면 단순히 지표상 나타나는 경제성장만을 의미할 수는 없다.

물론 경제적으로는 성장해야 발전이 있다.

그러나 그 성장이 총합적 성장률 몇%로 충분하지 않다. 국민 다수가 그 성장을 실감할 수 있어야 한다.

바꿔 말하면 그 성장의 과실이 적절히 분배돼야 한다는 것이다. 내 손에 떡이 쥐어지지 않는 성장이란 국민들로서는 납득되지도 않고 인정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자면 분배의 문제에 더 이상 둔감해서는 안된다.

최근 미국의 경제전문 격주간지인 포브스의 조사에 따르면 세계에서 부자가 가장 많은 도시는 모스크바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 모스크바를 수도로 갖고 있는 러시아를 세계 제1의 경제대국으로 여기지 않는다.

구체적인 여러 지표로 봐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단지 부자가 많은 나라와 그 사회 전체가 부자인 나라, 다수 국민이 부자인 나라는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결과일 뿐이다.

포브스는 이 조사결과 보도에서 모스크바 부자 100명의 재산이 러시아 전체 재산의 1/4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그만큼 러시아의 빈부격차가 극심하다는 얘기다.

뒤늦게 자본주의 체제를 도입하면서 제대로 기반을 갖추지 못한채 성급하게 받아들임으로써 자본주의의 폐해가 극단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자본주의를 사회적 기반구축없이 성급하게 받아들인 동시에 사회주의 체제가 우위를 갖고 있던 사회안전망은 너무 쉽게, 한꺼번에 내버림으로써 그런 폐해를 극대화시킨 결과다.

물론 단시일내에 발생한 이같은 빈부격차는 오랜 기간 정체를 보이던 러시아 사회에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를 몰고 올 것이고 그에 따라 일정 기간 빠른 성장을 하는 동력이 될 수도 있다.

전 국민을 빠르게 경쟁체제로 몰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한국사회에 단기간에 빠른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불균형 성장 이론이 검증해 보여준 바로는 그렇다.

물론 한국과 러시아는 그 출발점이 매우 다르므로 결과도 상당히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러시아가 아무리 경제적 지체현상을 보였다 해도 국제사회에서 괄시받기에는 그 가진바 영향력이 매우 커 식민지와 대규모 전쟁의 후유증을 안고 있던 개발초기의 전형적 약소국가 한국과는 사정이 다르리라는 점에서 불균형 성장 이론이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이제 한국사회는 국제사회에서 적잖은 견제를 당하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내부적 기반을 단단히 다지지 않고는 더 이상 국제사회에서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입장이 된 것이다.

경제개발 초기부터 절대빈곤의 상태에서 탈출하기 위해 자원빈국 대한민국이 택할 수 있는 수단은 수출이었고 그래서 수출만이 살길이라고 외치며 외길로 부지런히 달려왔다.

그리고 웬만큼 성장을 이뤄냈다.

하지만 이제 절대빈곤 상태에서는 일단 벗어났다.

부존자원의 빈약함이야 바뀌지 않았더라도 그동안 살아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과정에서 인력과 기술 그리고 자본도 웬만큼 확보했다.

국제사회에서의 책임분담 요구도 받는 단계에 이른 한국사회는 이제 비로소 그동안 돌보지 못했던 기초체력을 염려할 여유가 생겼다.

기초체력이 부실하면 그동안 이룬 성과는 삽시간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사회적 기초체력을 기르는 방법의 하나가 복지기반을 조성하고 안정적인 내수시장을 기르는 일이다.

그러자면 사회적 재화의 적절한 분배는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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