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벤처기술 빼가기
대기업의 벤처기술 빼가기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4.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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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서 만나자고 하는데 어떡해야 합니까”

최근 만난 벤처기업 A사장의 불만 섞인 말이다. 몇 년간의 투자와 노력을 통해 개발한 IT기술을 대기업에서 채갔다.

A사장은 대기업에서 자신들이 개발한 기술을 바탕으로 한 제품이 나오자 곧바로 자신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내용의 경고장을 보냈다. 그러나 돌아온 답장은 어이 없는 수준이었다. 법정에서 만나자는 것이 답변이었다. 해볼테면 해보라는 식이다.

A사장은 고민은 여기서부터다.

법정까지 가자니 들어가야 할 돈과 시간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대기업처럼 따로 법무팀을 갖추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한 두사람이 이 일에 매달려야 한다. 특허소송이 짧은 시간내에 쉽게 끝나지도 않는다.

또 2-3년이 걸리는 특허소송에서 이긴다 하더라도 실익이 없을 지도 모른다. A사장은 차라리 시장점유율을 빨리 높이는 것이 상책이라고 판단했다.
또 다른 모바일결제업체의 B사장도 이미 2-3년전부터 특허문제로 고민을 거듭해 오고 있다.

모바일결제 관련 기술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지만 공룡기업인 통신사와 싸우기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모바일이라는 특성상 이동통신사와 공조 관계를 모색해야 하는데 거꾸로 대들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특허 사용료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또 다른 업계에서도 얽히고 설킨 특허소송으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애매한 고객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

첨단 기술의 경우, 원천기술 보유자가 시장이 커질 때까지 소송을 미루는 경향이 있어 특허소송은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특허분쟁으로 인한 피해는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이러한 대기업의 벤처기술 빼가기는 어제 오늘 얘기는 아니다. 벤처기업에서 수년을 투자해 개발한 기술을, 시장이 열리자 마자 대기업들이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가로채고 있는 것이다. 기술을 빼가기 위해 핵심인력들을 ‘돈’으로 회유하기도 한다.

기술개발과 원천기술 확보 만이 살길이라고 외쳐온 정부와 벤처기업들의 의지는 꺾이고 있다. 벤처기업들이 특허를 낼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특허를 대기업 등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대책 마련도 필수적이다.

또 기술을 대기업 등에 이전할 경우 합당한 보상체계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A사장은 “벤처기업으로서는 목숨을 담보로 기술을 개발했는데 대기업들은 가만히 앉아서 무임승차하고 있다”며 “특허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다면 누가 기술개발에 나서겠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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