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혁 키즈' 읽고"…MB, 중앙일보 '애독자'(?)
"'이규혁 키즈' 읽고"…MB, 중앙일보 '애독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파이낸스 이양우 기자] 청와대가 주로 보는 공중파 방송은? 그리고 주로 읽는 신문은?

이는, 해당 언론사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관심사다. 더구나, 현 정부가 종합편성 등 중요한 방송관련 정책을 손에 쥐고 있는 싯점이어서 더더욱 그럴 것이다.

일반인들의 관심도 언론사들 못지 않다. 한 국가의 최고 권력기관이 어떤 매체를 통해 여론을 수렴하는지를 알 수 있는 바로미터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같은 궁금중 중 한 가지는 풀렸다. 방송은 몰라도 신문은 '중앙일보'를 꼼꼼히 읽는 것으로 간접적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신문도 구독하겠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19일 메달을 따지 못한 채 다섯번째 올림픽 출전을 마친 이규혁(32·남자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에게 격려 전문을 보낸 것과 관련, 이 대통령이 중앙일보 19일자 1, 4면에 보도된 '이규혁 키즈’에 대한 기사를 읽고 나서 격려 메시지를 보냈다고 '중앙일보'가 20일 보도했다.

이 대통령 보낸 전문의 내용은 "이 선수 같은 용기 있는 선배가 있어 후배들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며 "끝까지 선전한 이 선수의 모습이 정말 좋았다"는 것.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국민도 이 선수를 오래 기억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사실, 대통령이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에게 전문을 보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전례가 있는지 확인해 보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처음일 수도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노메달 선수'에게 격려 메시지를 보낸 것만은 아니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이 전문을 보내면서 참모들에게 "2등과 3등, 또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에게도 우리는 따뜻한 박수를 보내줘야 한다"며 "국민에게 감동을 준 선수 모두가 승자"라고 말했다고, 당시 상황을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여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음에도 오랫동안 동계 스포츠의 불모지를 개척해온 선수들의 노고를 격려하고 싶다"고도 말했다고 한다.

우선, 메시지의 내용이 금메달을 딴 선수에게 보내는 그것에 비해 훨씬 많다. 그 내용 또한 많은 생각끝에 여러가지를 배려했다는 인상을 준다. 이는, 노메달 선수에게 보내는 메시지라는 특성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청와대가 어떤 식으로든 언론보도 내용을 참고했을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케 하는 측면도 있다. 

그런데, 중앙일보가 "이 대통령이 중앙일보 19일자 1, 4면에 보도된 ‘이규혁 키즈’에 대한 기사를 읽고 나서 격려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안다"는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보도했다.

기자는 듣지 않은 것은 기사화하지 못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실없는 소리를 했을리도 만무다. 그렇다면, 청와대가 '중앙일보'를 읽는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다만, 방송사들이 교묘한 방식(이를테면, 뉴스시간에 자사 드라마 소개)으로 자사 프로그램을 과잉 선전하는 모습을 보고 다수의 시청자들이 '꼴불견'이라는 식의 반응을 보이는 것을 흔히 보아온터라, 이번 중앙일보의 자사 홍보식 보도 또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중앙일보가 19일 보도한 '이규혁 키즈'를 참고로 다시 한번 인용한다.

<‘이규혁 키즈’남기고… 모태범 그리고 이상화, 그대가 있어 이들이 있다>
[‘영웅’은 레이스를 마쳤다. 이번에도 메달은 없었다. 하지만 외롭지 않았다. 그가 뿌린 씨앗은 모태범·이상화의 금메달로 활짝 꽃피었다. 대한민국 스피드스케이팅을 이끌어 온 이규혁(32·서울시청)이 18일(한국시간) 열린 밴쿠버 겨울올림픽 빙속 남자 1000m에서 9위를 기록하며 모든 경기를 마쳤다. 13세에 태극마크를 달았고, 아시아 선수 최초로 세계스프린트선수권 3회 우승 기록도 세운 이규혁. 그는 다섯 번 올림픽에 나가 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이규혁 키즈’를 남기고 떠났다. 모태범은 “규혁 형은 언제나 저의 우상이었습니다. 제 주법도 규혁 형이 가르쳐 주셨습니다”며 선배를 얼싸안았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