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경제 화두는 '인플레이션 위협'과 '긴축'
이제 경제 화두는 '인플레이션 위협'과 '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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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중 우리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

리먼 사태 이후 지금까지는 '경기회복' 이슈가 매크로 측면에서의 지배적인 관심사였다. 

박형중 우리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

작년 한 해 각국 정부가 경기진작을 위해 역량을 총동원한 덕분에 상당한 성과도 거뒀다. 중국은 2009년 4/4분기 GDP가 10.7%를 기록하면서 두 자리 수 성장률에 복귀했고, 2010년 1/4분기 성장률은 13%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미국 경제도 2009년 3/4분기 이후 2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하면서 기술적으로는 경기침체 국면이 종료된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 역시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2009년 연간으로 플러스(0.2%) 성장하며 탄력적으로 회복했을 뿐만 아니라 2010년에도 5% 가량의 플러스 성장이 기대된다.

국가별로 경기회복 속도에 차이는 있지만, 선진국과 신흥국을 불문하고 경기가 최악의 시점을 지나 회복국면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경기회복이 정부주도에 의한 것이었다는 점, 그리고 소비와 투자 등 민간부문의 자생력은 여전히 미진하다는 점 등 앞으로도 풀어야 할 과제는 존재하지만 경기가 상승 국면에 있다는 점은 확실하고 민간부문 역시 시차를 두고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까지 경기회복을 위해 시행했던 비정상적 조치들은 이제부터 조금씩 거두어들일 것을 고려할 시점이 된 것은 분명한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각국 중앙은행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표되는 출구전략을 본격적으로 실행하는 데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호주나 이스라엘과 같은 일부 국가를 제외한다면 대부분 국가의 재정 및 통화 정책기조는 여전히 '경제가 확고하게 회복'되는 신호가 포착되기 전까지는 긴축적 통화정책을 최대한 늦추거나 긴축의 강도를 느슨하게 가져갈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따라서, 각국의 통화정책 방향을 감안한다면 앞으로는 '경기회복'보다는 '인플레이션'이 세계경제의 지배적 이슈로 자리잡을 공산이 높다고 할 수 있겠다.

각국별로 상황을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중국은 이미 지준율을 한 차례 인상하는 한편 창구 지도를 통해 은행대출을 억제하면서 시중유동성을 흡수하고 있다. 지준율을 추가적으로 2~3차례 올릴 가능성도 높아 전세계 국가 중 가장 먼저 긴축스탠스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지준율 인상 등의 정책 수단만으로는 경제내 수요확대가 유발하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대출금리 인상과 위안화의 절상이 추가적으로 이루어져야만 한다. 하지만, 중국은 대출금리 인상과 위안화 절상을 단행했을 경우 야기되는 투자와 수출 위축을 우려하고 있어 적극적으로 긴축 정책을 실행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그렇다고 한다면 중국은 계속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선진국도 선제적인 통화정책에 대한 부담감이 높다. 미국경제는 더블 딥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팽배해 있고, 일본은 섣부른 조기 긴축으로 인해 '잃어버린 10년'과 같이 심각한 역효과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유로 지역 역시 그리스 등 신용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기준금리를 올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선진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목적함수는 물가보다는 여전히 경기에 있어 어쩌면 2010년 내내 리플레이션(Reflation) 정책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즉, 선진국은 세계경제가 인플레이션 환경이 조성되는 데 좋은 기반을 제공해 줄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통화정책 역시 기업의 설비투자가 재개되고, 민간부문의 고용이 증가하기 전까지는 금리인상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정책 당국자의 판단인 것 같다. 특히 최근 정부가 열석 발언권을 행사하는 등 한은의 금리인상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있어 상반기 중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될 가능성은 매우 낮아 인플레이션이 누적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면, 전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의 싹은 점점 커질 수 밖에 없다. 앞으로 전개될 인플레이션이 세계경제의 장기 퍼포먼스를 떨어뜨릴 만큼 심각하게 전개될 가능성은 아직은 낮아 보이지만, 인플레이션에 대한 각국 중앙은행의 안일한 대응은 경제내 버블을 키울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또 다른 위기의 단초를 제공해 줄 수 있다. 기준금리 인상시점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그사이에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커져 기준금리의 인상을 보다 공격적으로 해야 하는 상황이 전개되면서 오히려 치러야 할 비용이 증가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출구전략의 시행은 단기적으로 자본시장 참가자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 하지만, 오히려 중앙은행의 적기 금리인상은 긴축에 대한 두려움과 불확실성을 해소시킬 수 있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선제적인 조치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세계경제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고 최근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전세계 외환시장을 안정시키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 그렇다면 위축된 투자심리는 다시 호전될 수 있다. 이제부터, 각국 중앙은행은 기준금리 인상을 통한 금리정상화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하며, 정책적으로 실기(失機)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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