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사 회장, 경영능력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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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하나, 시장재편 속 '정중동(靜中動)'
신한·우리, 안정지향형 '유비무환' 전략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 새로운 한해가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내 4대 금융지주사 회장의 행보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각 금융그룹의 주요 자회사인 은행의 경우 한결같이 '내실 속 균형성장'을 핵심 경영과제로 제시하고 있지만, 지주사의 경우 그룹의 청사진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자회사와는 별도의 경영전략 수립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2010년의 경우 은행권의 자산경쟁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과거 여느해보다 금융지주사의 역할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KB·하나 "때를 기다리다"
내년 금융권의 최대 화두는 단연 '시장재편'이 꼽힌다. 외환은행의 경우 대주주인 론스타가 올 상반기내 매각 완료를 시사한 바 있으며, 우리금융지주 또한 정부의 적극적인 매각의지로 조기 민영화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4대 금융지주사 가운데 시장재편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는 곳은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이다. 아직까지 시장재편을 염두한 구체적인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고 있지만 M&A(인수합병) 주관사와 접촉을 시도하는 등 물밑에서의 검토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하나금융의 경우 내년 시장재편의 최대 수혜자로 꼽히고 있다. 외환은행 인수는 물론 우리금융지주와의 합병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등 손에 쥐고 있는 패가 많다는 장점이 있다. 김승유 회장 역시 여러 방안을 놓고 저울질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나금융 고위 관계자는 "우리는 외환은행 인수, 우리금융과의 합병, 자체성장이라는 세가지 패를 모두 가지고 있다"며 "하나금융의 취약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안을 선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KB금융 역시 강정원 국민은행장의 회장 내정으로 M&A 기대감이 한껏 고무된 상태다. 회장 인선 과정에서의 강 행장에 대한 이사회의 전폭적인 지지 역시 강 행장이 외환은행 인수전을 이끌 적임자라는 판단에 기인했다.

강 행장 역시 내년을 '1등 은행'은 물론 국내 최대 금융사로의 도약의 해로 선정하는 등 비교우위의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공격적인 행보를 암시하고 있다. 최인규 KB금융 부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외환은행을 포함한 은행 M&A에 관심이 있으며, 이 외에도 중대형 증권사 인수는 물론 카드사 분사도 검토 중이라는 뜻을 밝혔다.

■신한·우리 '조직안정'에 중점
반면 신한지주와 우리금융은 수익성과 조직측면에서 안정지향형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배경은 다르지만 두 금융지주사 모두 자산확대보다는 위기대응 능력이 뛰어난 '알짜' 금융사로 거듭나기 위한 행보에 나서고 있다.  

특히 우리금융의 경우 1조6000억원대의 대규모 파생상품 손실을 계기로 '리스크 관리'에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를 위해 그동안 은행 중심의 리스크관리 체제를 지주사가 총괄하는 형태로 변화를 시도했다. 해외 컨설팅을 통한 전사적 시스템 구축은 물론 우리금융 전무를 우리은행 리스크관리 본부장에 겸직토록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룹 산하 계열사들의 응집을 위한 이팔성 회장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이 회장은 내년 경영 모토를 '원두(OneDo)'로 선정하고 그동안 한시조직으로 운영해온 전략적비용절감TF팀을 경영혁신실로 확대·개편했다. 수익 창출력 극대화를 위해 불필요한 비용을 최소화 하기 위한 조치이다.

은행-비은행 계열사간 최적의 포트폴리오로 주목을 받아온 신한지주 역시 자체성장과 조직안정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지난 수년간 조흥은행과 LG카드를 잇따라 인수하며 규모를 확대해온 만큼 일본을 포함한 해외시장 개척에 본격적으로 나설 태세다.

특히 내년 임기말을 앞두고 있는 라응찬 회장의 경우 최근 다시 연임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금융환경의 불확실성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은행간 합종연횡으로 시장재편이 본격화 될 경우 무엇보다 조직안정이 우선돼야 한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최근까지 라 회장의 퇴임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신한지주 특유의 결집력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며 "이를 계기로 지주사 내에서 라 회장의 입지가 더욱 확고해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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