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국내외 경제전망과 출구전략
2010년 국내외 경제전망과 출구전략
  • 노진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 jhno@hanaif.re.kr
  • 승인 2009.12.07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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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영경영연구소 금융시장팀 노진호 연구위원

카드사태를 전후로 우리나라의 대외 의존도는 지속적으로 높아져 왔다. 예컨대, GDP에서 차지하는 한국의 수출 비중은 2000∼2002년의 29.6%에서 2004∼2006년의 36.7%, 2007∼2009년 3/4분기의 45.3%로 높아지는 추세이다. 대외의존도가 높아지면, 경제성장은 글로벌 교역, 또는 세계 경제성장의 영향을 이전보다 더 많이 받게 될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카드사태 이후 서브프라임 사태 이전까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IMF 기준 세계경제 성장률과 ±0.5%p 범위 내에서 오차가 점차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즉, 세계경제 성장률은 2004년부터 2007년까지 4.9%, 4.5%, 5.1%, 5.2%였는데, 같은 기간 중 한국의 성장률은 4.6%, 4.0%, 5.2%, 5.1%로서 IMF 기준 세계경제 성장률에 수렴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그러다 2007년 하반기 서브프라임 사태를 겪으면서 2008년의 세계경제 성장률은 3.0%로 낮아졌고, 한국의 경우에는 그보다 더 낮은 2.2%를 기록했다. 2008년 9월의 리먼사태 이후 세계경제 성장률은 더 낮아졌는데, IMF는 2009년 세계경제 성장률을 -1.1%, 한국의 경우는 -1.0%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의 2009년 실제 경제성장률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매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의 2009년 GDP는 IMF의 예측치보다 1% 포인트 가량 높은 0% 내외가 될 것이 유력하다. 그리고 이같이 빠른 한국의 경기회복 속도를 반영하듯 국내외의 많은 예측기관들은 2010년 한국의 경제 전망치를 IMF의 세계경제 전망치인 3.1%를 상당 폭 상회하는 4% 중반, 심지어 5% 중반대로 예상하고 있다.


 

< 국내외 GDP 추이 >

 

 

2004

2005

2006

2007

2008

2009

2010

세계 GDP

4.9

4.5

5.1

5.2

3.0

-1.1

3.1

미국

3.6

3.1

2.7

2.1

0.4

-2.7

1.5

EU

2.2

1.7

2.9

2.7

0.7

-4.2

0.3

일본

2.7

1.9

2.0

2.3

-0.7

-5.4

1.7

중국

10.1

10.4

11.6

13.0

9.0

8.5

9.0

한국 GDP

4.6

4.0

5.2

5.1

2.2

-1.0

0.1*

3.6

4.4**

주 : 음영부분은 IMF 전망치, *는 기획재정부 예측치(언론), **는 OECD 전망치

 

그러나 대외 의존도 높은 우리나라가 2010년에도 현재와 같은 경기회복세를 유지하면서 세계경제와 디커플링하는 모습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우선, IMF의 세계경제 전망치는 비교적 합리적인 수준으로 판단된다. 즉, 세계경제는 당분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 비해 한 단계 낮은 수준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과 유로지역 등 선진국의 경기가 생산지표를 중심으로 빠르게 회복되고 있기는 하지만, 중고차 감세, 재고 재축적(restocking) 등과 같은 한시적 요인일 뿐 GDP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선진국 가계의 소비부문은 안정적 회복이 매우 어렵다.

미국의 경우 공식 실업률은 이미 10.2%를 상회했고, 구직포기자와 파트타이머를 포함한 실질 실업률은 17.5%로서 사상 최고 수준이다. 최근 실업수당청구건수가 감소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는 신규취업보다는 실업수당 수령기간 만기도래로 인해 더 이상 수당을 탈 수 없는 장기 실업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미국 내에서는 경제가 안정적으로 운용되기 위해서는 실업률이 최소한 7% 내외까지 떨어져야 한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은데, 2010년은 물론 2011년에도 이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의 실질 실업률이나 장기실업자 증가 추세 등을 고려할 때 임금과 자산가격, 궁극적으로 소비의 안정적 회복을 뒷받침할 정도로 고용시장이 안정 궤도에 진입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유럽의 소비여건은 미국보다 상황이 더 안 좋다. 유럽은 전통적으로 노동시장 유연성이 부족하고 정책적으로도 일자리 창출예산을 경기부양책의 16% 가량 투입하였기 때문에 실업률의 상승세가 미국에 비해서는 더딘 편이다. 그러나 이는 역으로 향후 기업 이익이 계속 줄거나, 경기부양책이 마무리되면 실업률이 더 많이 상승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또한, IMF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PIR 기준으로 볼 때 유럽의 부동산 가격은 지역에 따라 최고 40%까지 버블이 남아 있다. 따라서 향후 자산가격이 추가 하락하면서 가계 소비는 물론, 금융기관의 건전성이 악화될 소지가 많이 남아 있다.

더욱이 유럽의 재정적자는 2009년에 이미 GDP의 6%를 상회하고 있는데, 이는 마스트리히트 조약에서 합의한 3%를 크게 위배한 것이다. 앞으로 재정건전성 회복을 위해 개인과 기업 등에 대한 과세를 강화할 여지가 크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경우 유럽의 고용과 소비 여건은 향후 미국보다 더 어려워질 공산이 크다.

이처럼 선진국의 소비여건이 좀처럼 살아나기 어려워 보이지만, 최근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생산지표는 개선세가 뚜렷하다. 중국의 왕성한 생산활동은 선진국의 자본재 수출을 증가시키고 세계경기의 빠른 회복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요인이기도 하다. 중국 PMI 지수는 금년 2월의 49에서 3월 52.4로 경기판단 기준선인 50을 상회한 뒤 6월 53.2, 9월 54.3, 10월의 55.2 등으로 상승세를 유지하면서 과거 호황기의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의 영향으로 중국의 산업생산도 9월의 13.9%, 10월의 16.1% 등으로 과거 수준에 육박하며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반면, 중국의 소비와 수출은 상대적으로 부진하다. 정부의 보조금 혜택으로 자동차 판매가 9월과 10월 중 전년동기대비 80%에 이르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나, 자동차 판매를 포함한 전체 소매판매 증가율은 상대적으로 상승세가 완만하다. 수출도 감소폭이 둔화되고는 있으나 여전히 전년동월대비 두 자릿수의 마이너스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는 최근 중국의 생산호조가 소비와 수출 부문에서의 수요보다는 공공부문의 설비투자나 건설투자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투자수요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투자는 사실상 중간재 수요에 불과하다.

투자가 소비와 수출로 연결되지 못하면 은행 대출자산 부실화나 디플레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 중국의 가파른 생산지표 호조는 확실한 경기회복 신호라고 보기 어려운 점이 있다. 더욱이 내년에 중국의 출구전략이 시행된다면, 그 동안 급증세를 보였던 은행대출과 고정투자의 부작용이 갑자기 가시화될 수도 있다.

중국의 생산이 세계경기의 회복을 견인할 것이라는 기대도 무리가 아닐 수 없다. 2008년 기준으로 주요국 GDP를 살펴보면, 미국은 14.4조$, EU 13.6조$, 영국 2.7조$, 중국 4.3조$이다. 즉, 선진국의 구매력이 여전히 크고, 선진국의 구매력이 정상적으로 살아나지 못하면 중국의 투자 일변도의 경기회복은 지속성을 보장하기 어렵다.

다만, 경기 측면에서 긍정적 요인도 있다. 2010년 상반기 중 각국 정부가 다시 한번 대규모의 재정지출을 집행할 것이다. 예컨대, 미국의 경우 2009년 중 개인 감세가 약 600억$였는데, 2010년에는 1/4분기에만 900억$의 감세가 예정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대규모의 공공투자가 예상된다. 또한 중국의 경우 상대적으로 건전한 재정건전성과 풍부한 외환보유고를 바탕으로 출구전략 시기를 최대한 늦추면서 경기부양책을 예상보다 더 오랜 기간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

본 연구소는 이러한 점을 감안해 2010년 국내외 경기방향을 다음과 같이 전망하고 있다. 우선, 내년 상반기에는 전년도 경기급락에 따른 기저효과와 막대한 재정투입 효과 등에 의해 5% 중후반의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2009년 중 급감했던 재고투자와 설비투자가 대폭 증가하면서 경기회복 기여도를 높일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재정투입 효과가 약화되는 반면, 기업고용 부진과 과도한 가계부채, 자산가격 정체 등으로 인해 민간 부문의 자생력 회복이 어려워 정부지출의 승수효과가 나타나기는커녕 오히려 소비위축 압력이 높아질 것이다.

더욱이 중국경제는 하반기로 갈수록 둔화 압력이 높아지는 반면,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의 경기는 어려운 상황이 크게 나아지지 않음에 따라 수출경기도 둔화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본 연구소가 예상하는 하반기 평균 성장률은 2% 중반이며, 연간으로는 4% 이내로서 이전보다 한 단계 낮은 성장률을 예상하고 있다.

이 같은 부진한 성장 전망과 더불어 출구전략(금리인상)도 매우 완만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우선, 내년 1/4분기를 전후로 가장 먼저 출구전략이 시행될 것으로 보이는 중국의 경우 취약한 소비 및 수출여건 때문에 출구전략 이후 경기 재하강에 대한 우려가 높아질 것으로 판단된다. 이로 인해 출구전략이 예상보다 늦어지거나 매우 온건하게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다음으로는 미국, 그리고 유럽 등의 출구전략이 예상되는데 현재의 낮은 물가수준과 더딘 소비회복, 특히 구조적인 고용시장 불안과 자산가격 하락 압력 등을 감안하면 유럽이나 미국 모두 출구전략이 상당히 더디게 진행될 것이다. 많은 기관이 내년 3/4분기부터 쯤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이 역시 조금 더 늦춰지거나 과거 금리를 가파르게 인상했던 경우와 달리 매우 천천히 금리를 인상하는 방식의 출구전략(금리인상)이 이루어질 공산이 크다.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한국은 대외의존도가 높다는 이유 때문에 금리인상에 더 신중할 수밖에 없다. 금리인상이 채권수익률을 높여 외국인의 국내채권 투자를 촉진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금리인상이 환율하락과 수출부진을 촉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같은 신용등급에 있는 나라들과 비교했을 때 중장기물 시장금리가 높은 나라에 속한다. 결론적으로 2010년에는 현재 2.0%인 기준금리를 1분기, 혹은 2분기부터 점차 인상하기 시작하겠지만, 인상 폭은 1%p 이내에 그쳐 2010년 연말에는 기준금리가 리먼사태 이전의 5.25%에는 한참 미달하는 수준, 즉 3%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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