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신중해야 할 은행 영토확장
<데스크 칼럼>신중해야 할 은행 영토확장
  • 이양우
  • 승인 2004.04.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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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들어 일부 은행을 중심으로 영역확장경쟁이 가열될 조짐이다.
금융지주회사를 새롭게 만들거나 기존의 지주회사를 확장하거나 子회사형태의 금융그룹화 내지는 복합화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거의 모든 덩치 큰 은행들이 이를 추진하거나 검토단계에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종합금융그룹화와 관련 특히 주목을 끄는 곳은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그리고 하나은행 및 산업은행이다.
하나은행은 서울은행 합병에 이어 한국투자증권과 대한투자증권 인수에 공식적으로 뛰어드는 등 금융지주사를 향한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승유 하나은행장은 지난달 26일 정기 주총에서 종합 금융 서비스 체계를 구축하고 증권 및 보험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금융지주회사 설립이나 인수합병(M &A), 전략적 제휴 등의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바 있다.
우리금융의 새사령탑을 맡은 황영기회장의 취임 일성도 증권, 보험등 비은행부문에 대한 영역확대 의지였다.
국민은행 또한 이에 뒤질세라 지난달초 최범수 前 부행장을 다시 불러 `투자신탁증권 인수사무국`을 맡기고 한투나 대투를 인수하기 위한 작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최근에는 두 곳 모두 인수할 의향이 있음을 내비칠 정도로 그 의지가 강하다.
지난해부터 검토해온 한일생명 인수는 사실상 결론이 난 상태이다.
국민은행의 한투및 대투 인수의중은 은행과 카드, 보험, 투신 등에 이어 증권사까지를 포함하는 지주회사나 현재의 자회사체제를 확대 발전시키는 형태 중 하나를 선택, 궁극적으로 금융종합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것임이 분명해 보인다.
특히, 그동안 지주회사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온 국민은행내부 분위기가 최근들어서는 변화의 기미마저 감지되고 있어 주목된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행보도 이들 못지 않다.
최근 대우증권 매각 계획을 철회한 것이 그 신호탄이다.
산업은행은 여기에 지분 81.85%를 보유한 서울투신 운용을 자회사로 편입, 직접 금융과 간접 금융을 아우르는 종합금융서비스 체제를 갖추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아직은 불확실하지만 지주회사 전환을 시도하려는 포석이 아닌가하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그렇다면, 은행권의 이 같은 경쟁적 금융그룹화 움직임을 어떻게 봐야할 것인가.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최근 금융기관들이 저마다 금융종합그룹화를 검토하고 나선 배경에는 금융업의 환경 변화가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업의 환경 변화에 적응하고 대형화 추세에 발맞추는 동시에 고객들의 다양해진 금융 서비스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금융종합그룹 체제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이 금융권의 중론이기때문이다.
결국, 시대적 흐름 즉, 대세라는 지적이고, 그래서 일단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해 9월부터 은행과 증권사 등에서 보험상품을 파는 방카슈랑스가 도입되고 올해부터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이 시행돼 종합금융서비스에 대한 고객들의 기대가 높아진 것이 이 같은 변화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그룹화의 새로운 축으로 등장한 지주회사방식의 경우 여러 자회사의 고객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에다 세제상 혜택도 큰 유인이다.
그러면서도 한 곳에서 부실이 발생하더라도 다른 자회사로 부실이 옮아가지 않도록 방화벽을 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는 장점도 있다.
여기에 IMF이후 지속된 금융구조조정이 일단락되고 은행대형화도 어느 정도 마무리된 상황에서 이제는 글로벌금융자본과의 전투를 벌여야하는 상황에 직면했다는 점도 그룹화를 서둘러야할 큰 요인으로 지적된다. 종합금융서비스로 무장하지 않고는 이들과 맞설 수 없다는 판단이 금융그룹화를 서두르게 한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문제는 이 같은 금융그룹화의 속도와 폭, 그리고 시기등에 대해 우려되는 점 또한 만만치 않다는 사실이다.
우선, 금융그룹화는 우리나라에서 효율성 측면에서 아직까지 검증되지 않았다.
금융그룹화는 따지고 보면, 전혀 생소한 화두는 아니다.
90년대 IMF전까지만해도 국내은행들은 은행마다 10여개씩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었다. 물론 지주회사형식은 아니었지만.
역시 명분은 종합금융서비스를 통한 경쟁력 제고였다.
하지만, IMF가 닥치면서 자회사들은 모기업인 은행에겐 큰 짐이됐다.
문제의 본질은 기업부실이지만 내실없는 영역확대 때문에 은행들은 더 큰 대가를 치뤄야 했던게 사실이고, 이는 불과 몇 년전의 경험이다.

당시와 지금의 경영환경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글로벌경쟁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규모의 대형화와 복합화가 불가피한 측면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으며, 그 필요성이 증대된 것은 분명하다.
밀물처럼 밀려드는 외국자본만 보더라도 그렇다.
하지만 경영환경은 그다지 좋아보이지 않는다.
IMF의 가혹한 고비는 넘겼다고 하지만 금융인프라는 여전히 취약하고, 가계부실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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