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자본시장 상품에 매달리는 이유
은행들이 자본시장 상품에 매달리는 이유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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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부채 안잡히고 이자수익 늘어나
덩치 비해 작은 자본 규모가 주원인

최근 은행들이 자본시장 상품에 적극 매달리며 증시 연동 상품, 투신상품 등을 대거 판매하고 나섰다.

은행들의 이러한 시장상품 판매는 외견상 수익원 다각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덩치에 비해 한계에 봉착한 자본규모가 그 요인이다. 즉, IMF 구조조조정 이후 은행에 여수신이 번갈아 몰리면서 덩치는 100조원대 이상 늘어났지만, 이에 비해 자본금 규모는 정체되어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기본적인 예대업무를 하면 충당금 부담이 커지고 그 위험도에 따른 BIS 비율 규제를 받기 때문에 마냥 자산규모가 커지는 것이 반가울 수 없다. 게다가 국내는 국제 기준 BIS 8% 이상이 아닌 10% 이상 기준이 관행상 자리잡고 있다.

날로 하락하는 자본력을 보충하기 위해 은행들은 그동안 대거 후순위채를 발행했고 지난해 말부터는 하나은행을 필두로 하이브리드 채권 발행에 나섰다. 후순위채 한도가 소진되면서 Tier 1 자본력을 키우기 위한 거의 마지막 몸부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따라서 더 이상 여수신 업무에 주력을 하다가는 BIS비율 및 건전성 하락, 수익성 악화를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은행들은 자본시장 상품을 팔아야 한다. 자본시장 상품 판매는 은행의 자산이나 부채에 전혀 잡히지 않고 BIS 비율 등과 전혀 관계가 없다. 게다가 이자수익이 늘어나 은행 전체 수익에 도움이 되니 ‘꿩 먹고 알 먹고 식’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증시 상황이 계속 좋지 않을 경우 관련 상품을 판 은행의 대고객 신뢰도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판매사와 운용사의 법적인 책임 소재가 분명하겠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손실을 입었을 경우 상품을 판 창구 자체를 불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자본 규모를 키우는 방식으로 증자를 고려할 수도 있지만 4개 은행만이 액면가를 넘는 현재 주가수준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고금리로 발행해 연간 은행들이 총 1조원 가량의 이자를 부담하는 후순위채는 이미 한도가 소진했고, 하이브리드도 고금리 논란이 일고 있어 수익성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은행들은 앞으로도 이자수익, 수수료 수익 등에 더 주력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 경쟁에서 도태되고 더 나아가 자본력이 점점 취약해지는 은행은 외자를 도입하던가 다른 은행에 합병될 수 밖에 없는 가혹함이 자본상품을 둘러싼 은행권에 도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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