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투자신탁산업의 현황과 과제- 우재룡 한국펀드평가 사장
한국 투자신탁산업의 현황과 과제- 우재룡 한국펀드평가 사장
  • 마스터관리자
  • 승인 2003.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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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신탁이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고질적인 단기투자 관행과 목표수익률 선호로 주식펀드와 채권펀드 모두 증가세가 정체되어 있으며, 운용상황도 계속해서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신탁산업이 계속하여 활성화되지 않고 표류하고 있는데는 여러 가지 구조적인 문제점이 존재한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체계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부재하다는 사실이다.

사실 투자신탁을 활성화시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점이다. 근간에 국민들의 투자문화와 정부의 정책주도 능력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아직도 투자문화를 선진화하지 못하고 있으며, 법이나 감독기능과 같은 정책적인 개혁능력 마저도 미흡하기 때문에 투자신탁제도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투자신탁산업은 1999년 대우그룹 파산으로 인해 발생한 거액의 부실채권을 해소하는데 전력을 기울여 왔다. 투자신탁은 은행과 더불어 금융산업이 클린화되어 국제사회의 신뢰를 받는데 크게 공헌해왔다.

만약 지금도 그러한 부실채권 문제가 해소되지 못하고 투자신탁이 계속하여 국내외의 불신을 받고 있다면 오늘날과 같은 금융시장 안정화는 달성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구조조정의 과정에서 투신사들은 고객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것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점을 잘 알게 되었다. 그래서 제도를 개선하고 내부 인프라는 정비하여 고객자산을 보호할 수 있는 투명성 확보장치를 많이 마련하였다.

그런데도 투자신탁산업은 여전히 주가에 의해 크게 시달리는 시황산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채권펀드마저 지나치게 단기화되면서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부실채권이라는 발등의 불이 꺼졌지만 아직도 취약성을 벗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몇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로는 투자문화 문제이다. 투자자들이 무모할 정도로 투자기간을 단기로 잡고 있는 현상은 투신산업에 큰 장애가 되고 있다. 투자신탁의 펀드는 현재 180조원이지만 이중 거의 대부분이 1년미만의 투자기간을 가지고 있다.

장기 투자를 경험해 보지 못하고 확신하지 못하고 있는 투자자들은 1년을 장기로 여기고 있다. 외국의 경우 주식펀드나 채권펀드 모두 최소한 3년 이상의 투자기간을 요구하고 있으며, 10년간 한개의 펀드에 계속하여 자금을 저축하는 일이 허다하다.

그런데 우리는 매우 소모적으로 6개월이나 1년단위로 계속하여 자금을 돌리고 있다. 즉 펀드에 단기간 가입하였다가 수익률이 좋든 나쁘든 다른 펀드로 이체하는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펀드운용자가 소신과 투자철학을 가지고 제대로 운용할 수 없는 환경이 생겨나고, 투자수익이 저하되고 있다.

두 번째는 낙후된 판매관행이다. 현재 펀드 총 판매액의 87%는 증권사가 차지하고 있고 은행이 13%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금융회사의 창구직원들이 펀드를 판매하는 모습은 조금씩 변화하고 있지만 대체로 과거 10년이나 20년 전과 다를 바가 없는실정이다.

펀드를 고객에게 판매하면서 몇 개월짜리 펀드다라는 식으로 잘못된 단기투자를 부추기고 있으며, 팔기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자금의 용도나 성격을 파악하는데 등한시하고 있다.

그래서 판매 창구직원들의 전문성과 윤리성 모두가 문제가 되고 있다. 창구직원들은 금융상품 판매자들이 반드시 갖추어야할 재무설계(financial planning)기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판매자들이 단순하게 펀드를 선택하여 밀어내기식으로 판매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노후생활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거나 자녀들의 학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장기간 얼마의 자금이 소요되고, 앞으로 적어도 10년이상 단계적으로 어떤 투자전략을 펼쳐나가야 하는 가에 대한 상담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즉 펀드판매자들은 너무나 수준이 떨어지고 있어서 투자자들에게 만족을 충분하게 주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세 번째는 정부의 제도 개선 노력이다. 정부는 투자신탁 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수시로 발언하고 있지만 실속있는 정책을 내놓고 실행하는데는 실패하고 있다.

그동안 투자신탁 산업을 육성화기 위해 내놓은 수많은 정책은 그때마다의 문제점을 미봉하는데 그쳤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채권펀드를 들 수 있다. 현재 채권펀드는 환매수수료라는 펀드탈퇴 벌금의 부과기간을 중심으로 단기(90일), 중기(180일), 장기(1년)으로 나누고 있다.

즉 단기채권펀드의 경우 펀드에 가입하고 나서 90일이 경과하기 전에 펀드에서 빠져나가면 그동안 발생한 이자수입의 대부분을 벌금으로 내고 거의 수익없이 환매해야 하는 제도이다.

문제는 투자자들이 이 환매수수료 부과기간을 단순한 벌금부과 기간이 아니라 펀드의 만기로 착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투자자들은 펀드를 매우 단기로 가입하는 금융상품으로 여기고 있으며, 그 투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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