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탄핵정국을 보는 눈
<데스크 칼럼> 탄핵정국을 보는 눈
  • 이양우
  • 승인 2004.03.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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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국회가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탄핵안을 통과 시킨이후 마치 온나라가 난리라도 날듯 시끄럽던 분위기가 갑자기 진정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우선, 금융시장이 12일 당일 잠시 요동쳤을뿐 월요일인 15일엔 안정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주가가 상승세로 반전됐고, 외환시장이나 채권시장등도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 역력하다.

야당의 탄핵안 발의후 금융시장을 비롯한 국가 경제 전반에 심각한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는 논리(물론 탄핵사유자체가 안된다는 것이 더 근본적인 논거였지만)로 탄핵안 통과를 저지하려던 여당의 입장이 머쓱해질 정도가 아닌가.
탄핵안 통과후 각종여론조사를 통해 나타난 민심은 부정적이라는 것이 대세였고, 그 여파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지지율 급상승이라는 부수입(?)을 올렸고, 다가오는 4월15일 총선에 대한 기대감(이른바 역풍)을 부풀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제는 오히려 역풍의 역풍을 걱정해야할 아이러니컬한 상황이라고 봐야할 정도이다.
즉, 대통령 탄핵을 해도 국정운영에 큰 문제가 없다는 이 미증유의 실험에 대한 현상적 검증결과가 또 다른 역풍, 이탈한 민심이 야당의 논리를 수긍하는 쪽으로 다시 기울수도 있음을 경계해야하는게 여당이 처한 행복한 고민(?)으로 보인다.

과거 우리나라 경제는 미국등 외생변수에 지극히 취약했고, 특히, 국내 정치상황에도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여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왜?
왜 이번에는 이렇게도 조용하단 말인가.
물론 하루이틀의 시장상황을 가지고 속단할 수 없고, 앞으로의 상황전개를 더 지켜 봐야겠지만 아무튼 과거와는 분명 다른 모습이 아닌가.
금융기자인 필자가 감히 정치적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은 주제넘은 일인지를 잘 알지만 그 이유가 너무나 분명해 보여 몇가지로 정리해 본다.

우선, 1차적인 이유는 탄핵안 통과이후 고건대통령직무대행을 비롯한 각료들의 일사분란한 위기관리능력에 대한 국내외의 강한 믿음의 표현으로 보인다.
탄핵안 가결이후 고건대통령권한대행은 안보회의 주재를 필두로 경제장관회의등 국정공백이 없을 것이라는 심리적 안정을 주기위해 분주하게 움직였고, 이헌재 부총리겸재경부장관도 경제는 내가 책임지겠다는 자세로 같은 행보를 보인 것이 시장 안정에 큰 기여를 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이 점은 높이 평가돼야 할 대목임에 틀림없다.
행정의 달인이니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새삼 마음에 와 닿는 까닭도 같은 맥락에서이다.

그러나, 필자는 문제의 본질을 조금은 다른 각도에서 해석하고 싶다.
탄핵문제는 헌정사상 첫 경험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그야말로 메가톤급 정치적 사건인데도 불구 경제, 즉 시장의 반응은 이렇게 미적지근한지를 한번 곱씹어 필요가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탄핵이라는 사안의 특성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한마디로, 너무나 정치적인, 그래서 시장경제와는 오히려 밀접하게 연계되지 않는 특이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필자의 해석이다.
정치가 경제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친 과거의 양상과 다른 모습을 보이는 이유의 핵심은 바로 탄핵문제가 경제와의 상관성이 그렇게 크지 않다는 것을 국민들이 본능에 가까운 정치적 감각으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판단의 경계선은 국민의 민도, 즉 우리 국민들의 정치적 수준이 그만큼 성숙된데서 찾을 수 있겠다.
이렇게 단정할 수 있는 이유는 시장의 안정된 모습이 바로 역설적으로 직접적인 증거일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보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미증유의 정치적 사건인동시에 예측가능성라는 측면에서보면 과거 여타 정치적 사건보다 어쩌면 작은 사건(?)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거 정치적 문제가 우리경제를 뒤흔들었던 가장 큰 이유는 사건자체보다는 그 것이 가져다줄 정치적 불가측성 내지는 정치적 혼란때문이였다고 본다.
그런데 이번 대통령탄핵건은 정치적 의미에서의 사안의 중대성에 비해 과거 여타 정치적 사건보다 불가측성은 낮다는 것이 필자의 해석이다.
국민의 여론이 어디에 있는지가 각종여론조사를 통해 비교적 명료하게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본다.
이는 국민 대다수가 앞으로 전개될 상황, 즉 헌법재판소의 판결이나 총선등 정치일정에 대해 나름대로의 판단과 자기 믿음을 가지고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물론, 국회 탄핵안 통과이후 각정당은 각각의 정치적 이해득실을 저울질하면서 대응전략짜기에 분주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총선연기니 개헌이니하는 이야기들이 흘러나와 민심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이는 경우에 따라서는 앞으로의 상황에 큰 변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의 소견으로는 헌법재판소를 통해 대통령이 탄핵되든 아니면 원천무효가 되든, 그 어느 쪽으로 판결이 나더라도 안보문제까지를 포함해 국가 경제적 측면에서도 큰 문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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