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뱅커가 사라진다
토종 뱅커가 사라진다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4.03.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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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 은행장중 6명이 영입인사..인재육성 노력해야
IMF이후 줄 이은 은행가의 외부인사 영입 바람이 황영기 전 삼성증권 사장 우리금융 회장선임을 계기로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이미 국내 시중은행의 CEO는 대부분 외부영입 인사들이 장악한 상태.
8개 시중은행중 국민, 우리, 조흥, 외환, 제일, 한미 등 6개 은행의 은행장이 외부에서 수혈된 인사들이다.

이 같은 외부영입 바람속에 은행 임직원 사이에서는 은행장이 꿈이라면 어디 외국계 은행이나 증권사로 자리를 옮기기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한숨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반면 토종 뱅커들이 급속도로 변화하는 금융환경에 발빠르게 적응하지 못하고 스스로 자리를 내주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높다.

▶외부영입 행장에 외부영입 임원진

동원증권 사장출신의 김정태 행장이 이끌고 있는 국민은행은 9명의 집행임원중 외부영입 인사가 5명에 달한다.

차기 행장 1순위로 손꼽히는 윤종규 부행장은 삼일회계법인 출신이며 이밖에 새로이 상임이사로 내정된 이성규 부행장 또한 서울은행 상무와 기업구조조정 투자회사 사무국장을 거친 인물이다.

또 국민은행의 리스크 관리를 전담하고 있는 맥킨리 부행장은 ING에서 영입된 인사이며 국민주택기금과 신탁부문을 맡고 있는 강정영 부행장은 재경부에서 잔뼈가 굵은 전통 경제관료 출신이다.

이증락 부행장 역시 주택은행에 잠시 몸담기는 했으나 보람은행과 e*value㈜ 대표이사를 거쳐 국민은행 전략기획팀장으로 영입된 인사다.

신한지주에 매각되면서 대대적인 경영진 물갈이를 단행했던 조흥은행은 체이스맨하탄은행과 LG종금을 거친 최동수행장과 신한지주에서 파견나온 최방길부행장, 보스턴은행 한국지점장과 서울은행 상무를 거쳐 최행장과 함께 입성한 김재유 부행장이 조흥은행의 조타수 역할을 하고 있으며 최근 HSBC부대표를 지낸 최인준씨가 새로이 경영진에 합류했다.

지난 99년 뉴브리지에 매각된 제일은행은 코헨 행장에 이어 총 9명의 임원진중 외부 영입인사가 총 5명이며 이중 외국인 임원이 3명으로 나타났다.
외환은행은 론스타 매각을 기점으로 경영진에 대한 물갈이를 단행하며 대대적인 외부영입을 추진해 팰론 행장외에도 8명의 임원진중 4명이 외부인사들로 구성됐다.
한미은행은 씨티은행에서 하영구 행장이 부임한 뒤 줄이어 외국계 은행출신 인사들이 영입돼 총 8명의 집행임원진중 네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중 씨티출신 인사가 박진회, 이인호, 강신원 부행장 등 3명에 달한다.

특히 한미은행은 씨티은행에 매각됨에 따라 이 같은 씨티출신 인사의 중용바람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10명의 부행장이 모두 자행 출신이던 우리은행까지 ‘외부 영입을 통한 체질개선’을 내건 황영기 사장의 취임으로 대규모 외부수혈이 예상되고 있다.

지방은행 또한 이 같은 외부영입 바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산은행은 한국은행 부총재 출신인 심훈 행장이 이끌고 있으며 경남, 광주은행 또한 한미캐피탈 정경득사장과 교보증권 정성태사장이 차기 행장으로 내정된 상태다.

반면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이러한 외부인사 영입 러쉬에서 한발 물러나 있는 분위기다.

신한은행은 신상훈 행장을 필두로 송연수, 서진원, 한도희 부행장 등 9명의 전 임원진이 신한은행에서 잔뼈가 굵은 전통 신한맨들이다.

하나은행 또한 김승유행장을 비롯해 윤교중 수석부행장, 김종열, 이인수 부행장 등 3명의 임원진이 모두 하나, 서울은행 출신의 경륜 있는 토종 뱅커들이다.

하나은행 김승유행장은 “젊은 피 수혈이라든가 외부 전문가 영입도 좋지만 은행내에도 훌륭한 인재들이 얼마든지 있다”며 “우수한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것이 더욱 경쟁력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힌바 있다.

▶외부영입 만병통치약 아니다

외부영입 인사가 은행가에 새 바람을 불어넣으며 ‘정부와 재벌의 저금통’이라는 비난마저 받아왔던 ‘금융기관’을 수익성과 주주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는 ‘금융회사’로 환골탈태 시켰다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외부영입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외부영입이 줄을 이으면서 이로 인한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다는 것.
외부영입 인사들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번째는 기존 조직과의 융화문제.
전문성을 중시한 영입 인사중 상당수는 기존 임직원에 비해 연령층이 낮은데다 은행권의 보수적인 조직풍토에 익숙하지 않은 반면 아직까지 은행권에는 변화보다는 안정을, 성과주의 체제의 직급파괴보다는 연공서열을 중시하는 고전적인 문화가 상존해 있어 ‘문화적 충돌’을 겪는 사례가 많다.

이와 관련 신한은행의 한 관계자는 “당행에서도 전문분야에 대한 외부인사를 종종 영입하고는 했지만 상당수가 독특한 신한의 기업문화를 견뎌내지 못하고 중도하차하는 경우가 많아 외부 영입을 자제하고 있다”고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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