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여파에 서민 금융지원 `S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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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4년 전부터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56)씨는 연체 이력은 없으나 신용등급이 낮아 은행 대출이 어려워지자 캐피털과 상호저축은행에서 연 39.5%로 1천13만 원을 빌렸다.

이모씨는 이자만 월 33만 원, 원금과 합해 월 61만 원을 갚느라 힘든 상황에서 자산관리공사의 전환대출을 신청해 이자율이 연 11%로 낮아졌다. 원금과 이자를 합쳐 5년간 매달 33만 원씩만 상환하면 대출을 모두 갚게 된다.

경기도 수원에 사는 김모(37)씨는 회사원이던 남편이 경기침체로 실직하자 유치원생 자녀 2명을 키우면서 월세와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신용카드 사용을 늘려왔다.

이자가 400만 원으로 원금(350만 원)을 넘어서고 신용카드사로부터 빚 독촉을 받아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 김씨는 신용회복기금 채무 재조정을 신청해 이자를 모두 면제받았고 원금 357만 원은 3년간 매달 10만 원씩 내면 되도록 조정받았다.

올해 들어 금융권 채무를 갚지 못해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하거나 신용회복기관에 채무조정을 요청하는 이들이 많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저신용자 대상 소액대출을 늘리고 공적기관을 통해 채무조정을 확대하는 한편 40%대인 대부업체 금리를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법원 개인회생 28% 급증
31일 대법원에 따르면 전국 법원에 접수된 개인회생 신청 건수는 올해 1~7월 3만4천91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8%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신청 건수인 4만7천874건의 73%에 이른다.

연간 개인회생 신청 건수는 2006년 5만6천155건, 2007년 5만1천416건에서 지난해 4만건대로 줄었으나 올해 다시 5만건대로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개인회생은 파탄에 직면한 개인 채무자의 채무를 법원이 강제로 재조정해 파산을 구제하는 제도다.
'경제적 사망신고'라 불리는 개인파산 신청도 꾸준하다.

올해 들어 1~7월 개인파산 신청자 수는 6만6천440명으로 지난해 연간 11만8천643명의 56%에 이르렀다.

연간 개인 파산신청 건수는 2005년 3만8천773건, 2006년 12만3천691건에서 2007년 15만4천39건으로 정점에 달했다가 파산 심사가 강화되면서 지난해부터 급격히 감소했다. 그러나 현 추세대로라면 올해는 지난해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돼 4년 연속 1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신용회복위원회와 자산관리공사의 신용회복 지원 프로그램 신청자 수도 올해 들어 26일까지 14만 명에 육박한다.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 신청자는 7만1천993명이며, 이중 신용회복 지원(3개월 이상 연체) 신청자가 6만5천154명, 프리워크아웃(3개월 미만 연체) 신청자는 6천839명이다.

자산관리공사는 작년 12월19일부터 지난 26일까지 5만3천여명(2천35억원)과 채무조정 약정을 체결했고 1만4천400여명으로부터 전환대출 신청을 받았다.

자산관리공사의 채무 재조정은 3천만 원 이하 3개월 이상 연체자를 대상으로 하며 이자는 전액 감면하고 원금만 최장 8년간 분할상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전환대출은 연 20% 이상의 고금리대출을 이용하는 저신용자(7~10등급)가 은행권의 9.5~13.5% 대출로 갈아탈 수 있게 신용 보증하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자산관리공사 관계자는 "올해 들어 경기악화로 어려워진 서민이 늘어나면서 전화를 통한 상담건수가 하루 평균 2천여 건에 달하고 인터넷을 통한 상담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당국 소액대출 확대..대부업체 금리인하
금융당국은 서민들의 금융애로가 가중되자 저신용자 대상 소액대출 서비스를 확대하고 연 49%에 달하는 대부업체 금리를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현재 몇십 개에 불과한 무담보 소액 신용대출(마이크로 크레디트) 거점을 이르면 10월부터 200~300여 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마이크로 크레디트 사업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기 위한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다"며 "다음 달에는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은행, 서민금융기관, 지방자치단체 등과 협력해 전국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재정 투입과 함께 휴면예금재단, 기부금 등 민간을 통해 재원을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신용회복위원회는 내달 1일부터 일자리를 잃은 비정규직이나 취업준비자 등 일시 실직자(3개월 이상 연체자)가 구직활동 등을 증명하면 이자를 탕감해주고 원금을 연 2%의 이자로 최장 8년에 걸쳐 나눠 갚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금융감독원은 대부업체에 대출금리 인하를 조건으로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과 은행을 통한 자금조달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ABS는 금융기관이나 기업이 보유하는 대출 관련 자산을 특수목적회사(SPC)에 넣고 그 자산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증권을 말한다.

금감원은 대부업체가 발행하는 ABS의 기초자산에 대해 금리 30% 미만 대출이 50%를 초과하도록 할 방침이다. 은행이 대부업체의 대출 자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줄 때도 같은 조건을 적용하게 된다.

현재 13~15% 수준인 대부업체의 조달금리를 한자릿수로 낮춰주면서 대출금리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대부업체들이 대출금리 인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 정책효과가 제대로 발휘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ABS를 인수하거나 대출을 해주는 은행 등 기관투자가와 대부업체가 약정을 맺고 대출금리를 낮추는 조건을 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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