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토종은행 경쟁력의 조건
<데스크 칼럼> 토종은행 경쟁력의 조건
  • 이양우
  • 승인 2004.03.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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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우리 은행가에는 인적 청산(?)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정도의 인력구조조정이 거세게, 그러면서도 지속적으로 불고 있다.

그 흐름은 크게 두가지이다.

첫째는 CEO를 포함한 최고 경영진과 조직전반에 걸친 연령적 세대교체를 들 수 있다.
과거 은행장 하면 60대가 태반이였으나 이젠 50대도 부담스러울 정도로 바뀌었다. 그러다 보니 불과 10여년전만해도 각부서마다 늙수그레한 50대 차장을 보게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만 이젠 옛말이 됐다.

둘째는 외국은행 또는 외국계은행에서 뱅커경험을 쌓은 인재들이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조흥은행의 최동수행장, 김재유 부행장, 한미은행 하영구행장을 비롯, 하나은행에 합병된 서울은행의 강정원전행장도 외국계 출신이었다. 조흥은행이 최근 종금본부장으로 발탁한 최인준씨도 HSBC출신이다. 외국계 출신의 급격한 진출 사례는 이밖에도 수없이 많고, 이제는 하나의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을 정도이다.

그래서, 은행장 자리 한 곳이 공석이라도 되면 이들 외국계 출신 뱅커풀을 중심으로 한 인사들이 반복적으로 거론되는 현상마저 생겨났다.

이같은 변화는 큰 맥락에서는 서로 맞닿아 있다. 금융의 글로벌화속에서 외국계에서 경험을 쌓은 인력의 수요가 그만큼 늘어났다는 뜻이된다. 이들의 강점은 청렴성이나 합리적 사고, 그리고 선진기법에 대한 이해도등이다.

오랜동안 관치인사의 역사를 단절시키지 못했던 우리은행들로서는 어쩌면 불가피한 선택일 수도 있다.

주목할 것은 이러한 은행가의 인사패턴의 변화가 무엇에서 비롯되고 있으며, 그것이 우리은행산업에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칠것인가하는 점이다. 우선, 인적청산의 첫째요인은 IMF이후 확인된 비효율적인 은행조직에 대한 개편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대두된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부실한 은행을 합리화 하다보니 은행간 합병이 잇달았고, 이는 인적 구조조정을 수반할 수밖에 없었다. 인위적인 사람숫자줄이기를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은 그래도 오래 해먹은(?) 사람이 먼저 자리를 내주는 길밖에 없고, 결국 CEO의 연령층이 젊어 질 수 밖에 없었던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인적 청산에 가까운 은행의 인적 재구성과정에서 우려스러운 부분이 적지 않게 발견된다는 점이다. 우선, 우리은행들의 비합리적 인사 시스템이다.

우리은행들은 과거 정치적 비민주화시대와 궤적을 같이하면서 연공서열을 중시하고 줄서기식인사가 그틈새를 파고드는 식의 불합리한 행태를 오랜동안 유지해 왔다.

그동안 많은 노력이 뒤따랐던 것은 사실이지만 능력이나 자질위주의 합리적 평가 시스템이 정착되지 못했었던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맞이하게된 IMF체제하에서의 인위적 구조조정은 칼로 무자르듯 나이순으로 정리해 나가는 손쉬운 방법이외에는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없었던 것이다.

여기에 우리가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문제점이 숨겨져 있다. 나이가 젊어졌다고 반드시 경쟁력이 있다는 증거는 없다. 특히 그동안 우리은행들이 얼마나 인재양성에 투자를 했으며, 얼마나 많은 전문가를 양성했는지를 되돌아 보면 문제의 심각성은 자명해진다.

나이가 젊은 조직, 그래서 외견상 경쟁력이 있어 보일지는 몰라도 이는 겉모양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자칫 우리 은행산업이 어느 순간 인적 공동화현상에 부닥칠 수도 있다는 뜻이 되는게 아닌가.

국내 대표은행인 국민은행장에 정통뱅커가 아닌 김정태씨가 선임돼 비교적 후한 경영성적을 내고 있는 것이나 우리금융의 신임회장에 삼성증권 황영기사장이 내정된 것은 이같은 우려를 미리 보는 것같은 느낌마저 들게 한다.
그러나, 우리정치가 몇몇 신진기예를 등용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지 않는 이치와 마찬가지로 이 또한 근본적인 처방은 못 된다.

최근 씨티은행이 한미은행통합을 선언하면서 국내은행들이 느끼는 위기감이 심상치 않다. 엄청난 정보력과 막대한 자금력, 선진금융기법과 노하우등을 가장 겁내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걱정거리는 거기에만 있는게 아니다. 체계적이고도 과학적인 인력양성 시스템을 통해 배출된 인적자원, 이것에 맞설 만한 준비부족이 더 큰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효율성과 합리성 생산성을 가늠짓은 경쟁력의 1차적인 잣대는 시스템이나 제도등일 것이다.

그러나, 시스템이나 제도 또한 사람의 생각을 통해서 만들어진다는 점, 그리고, 아무리 잘 만들어진 시스템이라고 할지라도 이를 잘 운용하거나 활용할 능력을 갖추지 못한 조직체라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결국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은행가의 인적청산바람은 갑작스레 불어닥친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또 다른 대증적 처방수준일뿐 은행산업의 10년대계를 염두에 둔 심모원려가 겸비된 적절한 대응방책은 아닌 듯싶다.

역설적으로 한 예를 들어 보자. 신한은행의 라응찬회장체제가 그 예가 될 수 있겠다. 라회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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