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생적 한계 드러낸 대부업법
태생적 한계 드러낸 대부업법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4.03.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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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호크레디트의 부도처리와 유동성 위기로 매각과정에 놓인 A&O그룹을 지켜보자면 대부업계를 바라보기가 여간 부담스런운게 아니다.
대부업법 시행이 가져다 준 클린화 과정이라기엔 너무도 참혹스러워 보인다.

대부업체 양성화 작업은 정부와 대부업 종사자는 물론 금융당국 등 각 분야의 힘겨운 노력으로 2002년 10월 마침내 ‘대부업법’으로 시행되기에 이르렀다.

대부업법의 시행은 소위 지하 경제의 ‘사채업자’로 불리던 음성단체를 ‘대부업체’로 양성화시켜 수면위로 모습을 드러낸 것 자체로 쾌거였다.

그러나 대부업법이 가진 태생적 한계로 법률 시행 1년 5개월 만에 투영된 업계의 형상은 처참하기 그지 없다.

토종대부업체 한 사장은 “대부업체들이 평균 20%의 조달금리로 자금을 운용할 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 대부업법이 규정하고 있는 66% 이자제한선으로는 도저히 영업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토로한다.

그는 “저축은행은 이자 제한이 없는 법망을 악용해 실제 84%~97%나 되는 고리로 대출상품을 취급하는 곳도 있다”고 볼멘소리를 내기도 했다.

대부업법이 가진 또 다른 한계는 업계의 세제혜택 부분을 간과했다는 점이다.

즉 대부업체는 대손충당금 적립금을 비용으로 인정하지 않아 세금부담이 여느 금융기관보다 크다.

실제 한 대부업체는 당기순이익 111억에 대해 대손금 및 대손충당금을 인정 받지 못해 총 150억원의 법인세를 납부하기도 했다.

이렇게 대부업체는 허술한 법망 때문에 등록하는 순간부터 짊어질 멍에가 컸던 것이 사실이다.

이는 대호크레디트나 A&O그룹의 사례 뿐 아니라 대부업체 등록취소율이 등록율을 앞지른 최근 상황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하지만 재경부는 대부업체가 처한 제도적 미비함에 대해 ‘합병’이라는 엉뚱한 카드를 제시하고 있다.
즉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는 1만4천개의 대부업체가 살 길은 합병을 통한 경쟁력 강화가 유일한 대안”이라는 것.

업계에서는 이러한 재경부의 입장에 대해 문제의 근원을 파악하지 않고 사태 해결에만 급급한 관료주의의 안일한 자세라고 꼬집는다.
또한 각 대부업체가 고유한 영업 방식으로 시장을 개척한 노력이 물거품 된다는 염려도 있다.

물론 대부업체 스스로 이미지 제고를 위한 클린화 노력과 경영환경 개선 의지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대부업체의 진정한 양성화를 위해서라면 최소한의 영업 환경과 제도적 안전망은 쳐 놓고 이들 업체를 유도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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