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래미안, 비리 얼룩에 '눈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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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금품 살포' 의혹
동천래미안 '로비의혹'사실로

[서울파이낸스 문선영기자]삼성물산이 잇달은 비리 의혹에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동천 래

미안이 '고분양가' 책정 과정에서 로비를 벌인 사실이 드러난데 이어 '장위 뉴타운' 재개발 사업에서 시공사로 선정되기 위해 재개발 조합원들을 상대로 금품을 뿌렸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 

이같은 연이은 비리의혹에 삼성물산의 도덕성에 심각한 흠집이 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로비 비용 결국 조합원 부담

지난달 27일 경기도 용인 래미안 동천 입주예정자들은 용인시청 앞에서 '삼성 고분양가 폭리 규탄 집회'를 가졌다. 앞서 이들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타운 내 삼성물산 빌딩 앞에서도 집회를 가진 바 있다.

오는 2010년 입주를 앞두고 있는 이들이 집회까지 열며 거리로 나섰던 것은 '과도한 기반시설 분담금 반환' 요구와 함께 '기반시설 분담금의 사용내역 투명 공개' 등을 호소하기 위해서다.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동천동 417-5 일대에 위치한 '동천래미안'은 지난 9월 3.3㎡당 분양가 1726만원을 책정하며 공급됐다. 청약 당시 동천래미안은 197.5 대 1이라는 경쟁률을 기록했고 용인지역 1순위에서 미달된 가구수도 수도권 1순위에서는 모두 마감되는 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신봉지구에 들어선 아파트가 3.3㎡당 1547만원에 분양되는 등 인근 지역 아파트들보다 높은 가격에 책정된 분양가로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이에 래미안 동천 입주자들은 '인근보다 높게 책정된 분양가를 깎아달라'며 항의에 나서는 한편 용인시에 막대한 금액의 기반시설분담금이 어떤 용도, 어떤 사업에 사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고 있다.

입주예정자들은 '래미안동천에서 발생하는 기반시설 비용만 6800억원 정도"라며 "그런데 동천도시개발지구에는 래미안동천만 있는 게 아니라 일레븐건설로 시행사가 정해진 5블럭의 2∼300여 세대도 있고 단지앞 단독주택지도 있다. 이곳에 분양받는 사람들 역시 기반시설 비용을 부담할텐데 도대체 그 많은 돈이 들어가는 기반시설이 뭔지 궁금할 뿐이다"며 기반시설분담금에 대한 공개를 주장했다.

또한 인근지역(신봉지구) 아파트가 분양한 당시에는 원자재값이 38% 인상된 상황이었고 대지비 역시 비싸게 책정됐었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도 분양가가 신봉지구보다 비싸게 책정된 이유를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뿐만 아니라 이 지역에 건립되는 1·2·3·4블럭의 경우 분양 당시에는 2400여 가구 한 단지라고 소개했지만 실제로는 4개의 블럭이 각각 별개의 단지였다는 것이 입주자 측의 설명이다.

이 설명에 따르면 용인시에 기부체납해야 할 일반도로가 단지내에 생겨나 외부 차량들도 단지내에서 이동할 수 있게 된다.

입주자들의 분노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는 것은 이처럼 높은 분양가가 책정되는 과정에서 로비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지난달 30일 수원지검은  래미안아파트 분양가 승인 로비 명목으로 시행업자로부터 40억원을 받은 혐의로 이모, 송모씨 등 용인시 체육단체장 2명을 구속 기소하고 24억원을 받은 혐의로 임두성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또 철거업자로부터 7천만원을 받은 동천구역 도시개발조합장 최모씨를 구속 기소하는 등 이 사건과 관련해 모두 11명을 알선수재 또는 배임수재 뇌물수수, 횡령 등 혐의로 입건했다.

서정석 용인시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송씨와 이씨는 분양가 승인 직전 용인시 공무원과 만나 분양가 승인에 협조해 줄 것을 부탁하는 등 분양가 승인 과정에서 개입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또 '돈 로비(?)'…조합원에 현금봉투

동천동 래미안 아파트의 분양가 승인 과정에서 제기된 분양가 로비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가운데 삼성물산이 서울 '장위 뉴타운' 재개발 사업에서도 시공사로 선정되기 위해 재개발 조합원들을 상대로 금품을 뿌렸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현대산업개발이 시공사로 선정된 장위 뉴타운 재개발 사업을 두고 삼성물산은 현대산업개발, SK건설과 함께 경쟁을 벌였었다.

장위 뉴타운 사업은 서울 성북구 장위동 68번지 일대(186만7851㎡)에 2만3846가구를 2016년까지 건립하는 사업으로, 서울시의 뉴타운 사업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장위 뉴타운 7구역은 특히 신축 가구 수(1170가구)가 조합원 수(690여명)보다 크게 많아 투자 수익성이 높은 알짜 지역으로 꼽힌다.

이에 지난 8일 시공사를 선정한 염리3구역과 더불어 올 여름 가장 치열한 수주전이 벌어졌던 곳이다.

장위 7구역 재개발조합의 조합원 A씨는 최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지난 6월 말 삼성물산의 한 직원이 저녁에 집으로 찾아와 현금 100만원이 들어 있는 돈봉투를 주고 갔다"고 밝혔다. A씨는 "그동안 건설사에서 돈을 뿌린다는 소문은 많이 들었지만 직접 겪은 건 처음"이라며 "뇌물이라는 생각이 들어 7월 초에 봉투를 전한 직원에게 돌려줬다"고 덧붙였다. 삼성물산은 가구별로 담당 홍보 직원을 두고 있어, 이 직원이 종종 집을 방문했다고 전했다.

삼성물산의 금품 살포는 이 뿐만이 아니었다. 홍보 직원들이 화장실도 이용하고 더울 때 잠시 쉴 수 있는 '쉼터' 명목으로 일부 주민들한테 사례비를 지급했던 것.

조합원 B씨는 "이달 중순께 삼성 직원이 집을 찾아와, 쉼터로 계약하고 싶다며 처음에 50만원을 준다고 해 거절하니, 나중에 50만원을 더 주겠다고 제안해 왔다"고 밝혔다. 다른 조합원 C씨 역시 "쉼터 사용 명목으로 50만원을 제의해 거절했더니 '원하는 금액을 주겠다'고 제안해 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 측은 "현장 직원들을 대상으로 내부적으로 확인해 봤지만 현금을 뿌린 적이 없으며, 쉼터 명목으로 현금으로 사례비를 준 적도 없다"고 발뺌하고 나섰다.

문제는 이같은 로비 비용이 결국 분양가로 포함돼 그 부담 조합원에게 되돌아 온다는 점이다. 앞서 논란이 됐던 동천 래미안 아파트의 경우에서도 높은 분양가 승인 과정에서 제기된 '분양가 로비의혹'이 결국 사실로 드러난 점은 많은 부분을 시사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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