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열분리 청구제 도입 사실상 확정
금융계열분리 청구제 도입 사실상 확정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3.0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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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위, 공정위, 재경부와 함께 인수위 실무작업 착수

금융계열분리 청구제 도입이 9일자로 사실상 확정되면서 노무현 당선자의 차기 정부가 재벌개혁의 첫발을 내디뎠다.

금감위는 8일 재벌 금융계열사 분리 청구제 도입을 위한 태스크 포스팀을 구성하겠다는 입장을 인수위에 전달했고 공정위도 9일 인수위 업무 보고에서 재벌계열 금융사의 계열사 보유지분 의결권을 아예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금감위와 맞장구를 쳤다. 인수위는 이날 재경부, 금감위, 공정위와 함께 태스크 포스팀을 구성, 금융계열분리 청구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실무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계열분리 청구제 도입이 이제 기정사실화된 것이다.

그동안 인수위의 움직임을 긴장감을 갖고 지켜보던 재계는 이같은 상황변화에 뒤통수를 맞았다는 표정이다. 특히 9일 김진표 인수위 부위원장은 특정 재벌기업을 타깃으로 삼아 충격적인 방법으로 재벌 개혁을 실시하지 않겠다고 했을 때 일말의 희망을 가졌던 재계로서는 그 충격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그룹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금융계열분리 청구제 도입 자체가 일단 금융업에 진출해있는 여러 재벌그룹들에겐 충격일 수밖에 없다. 그간 재벌기업은 금융계열사를 캐쉬 카우(Cash cow)로 활용했을 뿐만 아니라 계열사 지배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만약 금융계열분리 청구제가 현실화되면 재벌그룹들은 그룹 지배 형태를 다시 그려야 할 판이다.

그룹마다 주력 계열사에 따라 캐쉬 카우를 달리 하고 있다. 가령 삼성그룹의 경우는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이 맡고 있지만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가, LG그룹은 LG전자·화학, SK그룹은 SKT가 그 역할을 떠맡는 식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그 파장이 금융계열사에만 그칠 것으로 보는 재벌 기업은 없다.

금융계열사가 많지 않은 A그룹 관계자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재벌개혁이 금융계열사에만 분리 청구제가 도입되는 선에서 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섞인 시선으로 최근의 상황을 진단했다.
캐쉬 카우 역할을 맡았다는 지적에 대해 해당 재벌그룹 금융계열사들은 불만이 많다. 공정위 법이 엄격해졌으며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지원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수위의 생각은 다르다. 규제가 강화되긴 했지만 재벌의 부당 내부 지원은 그치지 않고 있다는 시각이 강하다.

공정위가 지난 해 9월 국회에 제출한 지난 99년∼2002년 사이 대규모기업집단 부당내부거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99년 10월 28일 현대그룹 계열 부당내부지원 거래총액이 무려 4조934억원. 이중 현대중공업 766억원, 현대증권 3천600억원, 현대투신운용 2조8천433억원 등에 달한다. 삼성그룹은 3천997억원 부당내부 지원에서 삼성생명 1천680억원, 삼성증권 684억원 등 대부분 금융계열사들이 계열사 지원사격에 동원됐다. 2001년 1월 19일 조사에도 부당지원은 그치지 않았다. 삼성그룹은 3천 311억원을 계열사들에게 부당하게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주 지원 주체가 삼성생명에서 삼성투신운용으로 바뀌었을 뿐이지 금융계열사들의 부당내부 지원은 여전했다. 지원 방식은 대부분 기업어음이나 대출한도 초과, 주식 고가매입 등의 방법이 사용됐다.

이런 끊이지 않는 부당 내부 거래를 발본색원하는 지름길이 아예 금융계열사를 분리시키는 것이 낫다는 게 인수위 위원들의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가 금융계열 분리 청구제 도입을 강력하게 밀어 부치는 또 다른 이유는 재벌 금융사들의 계열사 지분 보유 문제다. 인수위 시각은 금융사의 계열사 지분보유가 투자보다는 지배할 목적이 크다는 판단인 듯하다. 하지만 해당 금융사들은 팔짝 뛴다.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인 삼성생명의 경우 대부분 고객 신탁자산을 운용하면서도 계열사를 지배할 목적으로 삼성물산(4.8%) 삼성전자(6.9%) 호텔신라(7.3%) 에스원(5.3%) 등 삼성계열사 지분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삼성계열사 지분은 투자 목적이지 지배 목적이 아니라는 입장을 강변하고 있지만 삼성생명은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면서도 최근 2년간 한번도 매매하지 않아 단지 변명에 불과하다는 의혹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투자목적으로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시장상황에 따라 매매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생명이 금감원에 제출한 반기/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2001년 연초와 2002년 연말 계열사 지분율은 소숫점까지 변동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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