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재앙이 닥친다면
우리에게 재앙이 닥친다면
  • 홍승희
  • 승인 2004.03.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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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로 20년내 대재앙”. 이같은 제목의 미 국방부 비밀보고서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세계인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대강 정리하자면 급격한 기후변화로 자연재해가 급증하고 이로인해 식량문제가 심각해지며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전쟁이 잦아지고 다시 식량, 물, 에너지 등 자원확보를 위한 각국의 재무장 움직임이 가속화된다는 시나리오다.

덧붙여 해수면 상승으로 아예 국토가 사라져버릴 나라도 있을 것이라 하고 살 곳을 찾아, 먹을거리를 쫓아 대규모의 난민과 보트피플이 발생하며 몇천년만의 인류 대이동이 일어날 것이라 한다.

물론 세계기후협약에도 비토를 놓았던 미국이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국방부 비밀보고서의 형태로 이런 자료를 내놓고 또 슬그머니 언론에 흘렸을까 매우 궁금하다.

“과학적 논쟁이 아니라 즉각적으로 반영시켜야 할 국가안보 문제”로 이끌어가는 논리도 매우 묘하다는 느낌을 준다. 이라크전도 이제 서서히 발 빼야 하는 시점에서 군비확장론자들에게 새로운 입지를 마련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또하나의 충격으로 부시의 강경외교노선의 당위를 강조하려는 것인지 의심이 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보고서에 인류가 충격을 받는 것은 이미 여러해전부터 소위 기상이변이라는 말이 매우 익숙한 말이 되어 더 이상 이변일 것도 없는 일상처럼 돼버렸기 때문이다.

이미 불안한 시선으로 보고 있던 조짐에 이 보고서가 사실상의 확인사살을 해버린 꼴이 됐으니 아무런 예상도 못했을 때보다 오히려 충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이 가운데서 특히 한국과 한반도에 있어서 신경을 자극하는 대목은 각국이 향후 20년내에 핵무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예측한 부분이다. 이것이 설사 단순히 미국내의 정치적 상황을 주도하기 위해 내놓은 문건일지라도 우리로서는 주변국들의 군비경쟁이 이미 가열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결코 가볍게 들어넘기기 어려운 사안이다.

이미 오래전에 핵을 보유했고 또 최근에는 유인우주선을 쏘아 올리며 발사기술을 비롯한 첨단과학기술을 과시하는 중국, 호시탐탐 재무장의 기회만을 엿보며 착착 준비를 갖춰가는 일본, 비록 지금은 미국과의 패권전쟁에서 밀려나 다 무너진 돌담같아 보이지만 결코 군사과학기술의 저변이 사라진 것은 아닌 러시아가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다.

현재 일본에는 공식적으로는 ‘군인’이 없다지만 일본 32만 육`해`공 자위대는 모두 지휘관급으로 양성되고 있어 국민동원령을 내리고 단 2개월이면 320만 대군으로 편성될 수 있다고 한다. 이미 군사강국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단지 북한이 가졌다고 미국의 의심을 사고 있는 핵무기의 가능성만으로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국내 정치`경제가 타격을 받아 휘청거리는 실정이다.

새로운 민족비전으로 동북아 허브를 말하지만 단지 입으로만 외칠 뿐 아직 남북의 소통조차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해 남도 북도 주변국들 사이에서 섬처럼 갖혀있는 실정이다. 유럽철도와 시베리아철도의 연결 끝머리가 한반도로 이어지기에는 당장 우리의 사정이 답답한 형편이다.

또한 한국은 아직 자주국방이 앞으로 이루어가야 할 ‘꿈’일 뿐이다. 여전히 우리는 미국에 사정하며 매달려야 겨우 미사일 사거리를 조금 늘려 개발할 수 있고 전쟁이라도 터지면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 위에서 미군이 작전권을 행사하는 꼴을 당해야 한다.

북한은 대포동 미사일 시험발사 이후 미국의 압박에 짓눌려 경제적 궁핍이 더욱 심화되는 형편이다. 지금 상태라면 남북이 가진 능력 다 합쳐봐도 주변국들의 국방력에 형편없이 밀릴 수밖에 없다.

여기서 유추할 수 있는 우리 나름의 시나리오를 짜보자면 미국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단순한 북한 핵 동결이 아니라 ‘북한의 완전한 붕괴’라는 가설이 좀 더 현실성이 있어 보인다.

미국이 중심에 선 한반도의 그림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한반도가 보다 완전한 미군의 동북아 작전본부가 되도록 하려는 의도가 드러나 보인다.

우리에게는 미 국방부의 비밀보고서보다는 그런 미국의 의도가 진정한 재앙으로 비친다. 통일도 우리가 주체가 된 통일이 아니면 역시 재앙일 수밖에 없다. 백범 김구선생께서 ‘해방’의 소식을 듣고 통탄하셨던 그 예지가 새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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