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증권업계 일임형랩마저 붕괴 조짐
<진단>증권업계 일임형랩마저 붕괴 조짐
  • 임상연
  • 승인 2004.03.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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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피 과당경쟁...판매 4개월만에 '6분의 1'로 인하
연기금 등 운용사 선정 방식이 경쟁 부추겨지적.
자산관리업 인프라 흔들, 증권산업 일보후퇴 우려.

증권업계에 일임형랩이 도입된 지 불과 4개월만에 지나친 판매 경쟁에 따른 ‘제살깎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올해들어 굿모닝신한, 동양, 우리증권등 중소형증권사가 후발주자로 대거 일임형랩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과열 양상을 띄고 있는 것.

특히 최근 연기금, 기관등 대형투자자들이 속속 랩 투자를 결정하면서 증권사간 ‘고객잡기’ 경쟁이 도(道)를 넘어서고 있다.

이 같은 과당경쟁으로 초기 예탁자산에 따라 2~3%에 달했던 랩피(Wrap Fee)가 연기금 기관들을 대상으로 1%이하로 낮아졌고 최근에는 0.4%내외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사간 과당경쟁으로 새로운 수익원으로 기대됐던 일임형랩마저 온라인주식거래나 수익증권(펀드)처럼 보수체계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업계전문가들은 일임형랩마저 온라인주식거래나 수익증권과 같이 무너질 경우 양질의 서비스 제공이 힘든 것은 물론 자산관리업이라는 증권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 정착도 어려워져 산업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랩피는 벌써 ‘바닥’

증권업계 일임형랩 담당자들에 따르면 연기금, 기관등 대형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일임형랩 수수료(Wrap Fee)는 이미 일반 채권형 수익증권과 같은 수준인 0.4~0.7%로 떨어졌다.

실제로 최근 국민주택기금 운용사 선정작업과 관련 건교부에 제안서를 제출한 한 증권사는 랩피로 40bp 가량을(펀드비용 제외) 써냈다. 일반적으로 제안서 제출시 증권사 대부분이 비슷한 수수료 수준을 제시하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운용사 선정작업도 이 같은 수준에서 랩피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개인 및 법인을 대상으로 한 랩피가 3%인 것을 감안하면 이는 6분의 1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증권사들이 예탁자산 규모에 따라 협의수수료를 적용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상품이 도입된 지 불과 4개월만에 기본 수수료율이 6분의 1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심각한 ‘사건’이라는 것이 업계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에 대형증권사 한 금융상품 담당자는 “일임형랩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기도 전에 보수체계가 무너지고 있다”며 “일임형랩은 펀드 판매와 달리 초기 비용이 많이 들고 예탁자산 규모에 비례해 제반 비용도 늘어나기 때문에 보수율이 무너질 경우 심각한 수익악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일임형랩 수수료가 급격히 떨어진 것은 올해들어 후발주자인 중소형증권사들마저 너도나도 시장에 뛰어들면서 ‘자산모으기’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관계자는 “대형증권사들인 선발주자에 비해 자본력과 영업망이 부족한 후발주자들이 최근 판매영업을 위해 수수료를 무기로 들고 나오고 있고 이에 대항하기 위해 대형사들도 잇따라 수수료를 인하하는 등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연기금등 운용사 선정방식도 문제

연기금 기관등 대형투자자들의 잘못된 운용사 선정방식도 증권사간 과당경쟁에 한 몫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 대형투자자들이 운용사 선정시 예탁자산 규모나 보수율에 큰 평가점수를 주면서 자연스럽게 수수료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례로 건교부의 국민주택기금 운용사 선정 기준도 1차 평가는 운용자산과 펀드판매규모가 각각 35%와 25%를 차지, 평가항목중 가장 높은 점수를 차지하고 있다. 또 2차 평가의 경우 운용보수율이 25%로 가장 높다.

이에 업계전문가는 “건교부가 선정기준 마련을 위해 외부전문기관에 용역을 의뢰했다고 하지만 일반적으로 다른 연기금들의 선정기준과 다를게 없다”며 “문제는 평가항목들이 변별력이 부족하다 보니 운용자산이나 보수율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증권전문가들은 이 같은 수수료 인하 현상이 증권산업 구조조정 지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중소형증권사들이 전문성이나 특화된 회사로 변신하는 것이 어렵자 수익이 될 만한 사업에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고 이에 따라 불가피하게 수수료 경쟁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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