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라고 물어가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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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량도 없는 코스닥 시장이 올들어 7번씩이나 사이드카가 발동돼 시장참가자들을 짜증나게 하는 모양인데 당국은 단지 ‘대책을 협의 중’인 채로 세월아 네월아 하는 듯하다. 이는 사이드카 제도 도입의 취지를 망각한 채 도입된 제도이니 무조건 지키고 보자는 태도나 진배없다.

사이드카 제도는 급등락에 따른 경제`사회적 파장을 줄이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따라서 경제`사회적 파장을 일으킬 만큼의 거래량이 따르지 않으면 제아무리 가격 급등락 현상이 나타나도 사이드카가 발동되지 않도록 프로그램만 간단히 손보면 되는 일이다. 거래량 변수는 제외한 채 가격만으로 사이드카가 발동되도록 하니 10건도 안 되는 거래량에도 사이드카가 발동되는 황당한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이런 일이 주식시장에서만 나타날 리는 없다. 한국 사회 전체가 비슷한 증상을 앓고 있기에 시장도 저런 행태를 보이는 것일 뿐이다.

23일이면 5만 원 권이 드디어 시중에 풀린다. 이미 오래전부터 리디노미네이션이냐 고액권 발행이냐를 두고 논란을 벌이다 고액권 발행으로 결정된 지도 2년이나 됐다. 그리고 예정대로 2009년 상반기에 5만 원 권이 발행돼 시중 유통만 남은 상태다.

그런데 비록 2년 전에 결정된 정책 사안이기는 하지만 지금 꼭 해야 되는 일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고액권 발행으로 최종 결정이 나기 반년여 전 당시 재경부는 리디노미네이션도, 고액권 발행도 다 반대했었다. 그때 재경부가 내건 반대 이유는 지금 상황과 대비해볼만하다.

재경부는 당시 부동산시장 불안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고 금융`유통업계의 강한 반발이 우려된다고 반대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체감경기가 좋아지고 대내외 여건이 충분히 개선된 후에 신중하게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그러나 1963년 마지막 리디노미네이션이 있은 후 물가가 거의 100배가량으로 오른 상황이다. 그런데다 70년대 말부터 꾸준히 경제학자들이나 금융인들 사이에서 공식`비공식적으로 거론됐던 사안이기도 해 어떤 방식으로든 논의를 마무리 지을 필요성은 인정됐다.

다만 화폐 액면단위를 변경하는 리디노미네이션은 과거의 경험에 비춰볼 때 감춰둔 돈들이 들춰질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심리 혹은 우려가 공존, 부자들과 부자 정당이 대체로 반대 입장이었다. 물론 정당을 넘어 정치인 개개인의 이해에 따른 찬`반 의견이 갈릴 수도 있는 사안이었다.

한편 고액권 발행은 부자들이 선호하는 방식이었다. 10만 원 권 수표가 현금처럼 쓰이는 데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서나 수표 발행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나 고액권이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지갑에 10만 원 권 수표 한 장 넣어둘 일도 없는 서민들이 볼 때는 그런 주장이 차라리 짜증이 나는 일이다.

이런 계층 간 입장 차이는 학자들의 입으로 옮겨가면서 교묘한 논리적 대결로 발전하기도 했다. 리디노미네이션은 물가를 상승시킨다는 주장이 가장 광범위했다. 이와 함께 자산규모 노출을 꺼리는 자산가들의 심리적 불안이 반대 이유로 등장하기도 했다.

결국 당시 의회 다수당이던 한나라당이 선호하는 고액권 발행으로 정책 방향이 정해졌다. 5만 원 권과 10만 원 권, 두 종류의 고액신권 발행이 결정된 것이다. 그리고 23일 5만 원 권이 시중에 풀린다. 거스름돈 필요한 유통업체나 택시기사들의 짜증이 당분간 잦아지겠다.

그런데 예정된 수순대로 진행하는 일임에도 하필 지금이냐는 궁금증은 어쩔 수 없다. 주머니 가벼운 서민들의 심리적 박탈감은 도무지 안중에 없는 게 아닌지 답답해 보인다.

서민 아파트 주차장에는 대낮에도 주차시킬 자리를 찾기 어렵다. 웬만해선 차를 운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5,000~6,000원짜리 점심값을 아끼려고 도시락을 싸는 이들도 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서민들이 처분하는 중소형 아파트들은 은행 대출 끌어 쓰기 좋은 자산가들이 잘 받아주고 있어 거래가격이 하락 추세도 멎었다. 그래서 경기하락이 멎었다고 안심하고 계획대로 밀고 나가는 것이라면 이제 우리 사회는 끝없이 마주달리는 기차를 멈출 수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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